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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부모로서 자식한테 훈계도 하고 조언도 하고 또 기도하고... 이런 일들을 못했거든요. 그런 대화의 시간이 부담스러워진 거예요. 자식을 지키지 못한 부모가 자식한테 조언이나 훈계할 자격이 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만약에 아들이 “그래놓고 왜 누나를 못 지켰어?” 이런 말을 하면 할 말이 없잖아요.(242쪽-세희 아빠 임종호)
태어나 보니 이미 국가는 정해져 있다. 마치 부모처럼 선택의 여지도 없이 전제된 그 국가가 또 그렇게 당연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 한평생 유지되는 사람이 있다. 어느 순간 깨어져 국가와 버성기다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 두 부류가 어떻게 나뉘며, 믿음과 버성김에도 어떤 층위·진위가 있는지 초군초군 들여다보고 후자 살리는 실천으로 나아감으로써 쟁여지는 기품을 “교양”이라 한다. 교양이 고갈된 국가는 망한다. 사실상 망해버린 국가의 국민으로 세희 아빠 김종호가 시방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채 시공간을 흐르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는커녕 작정하고 아이들 250명을 한꺼번에 몰아 죽이는데 그때 거기서 제 자식 지켜낼 수 있는 부모가 누구랴. 불가능한 책임을 짊어지고 죄의식을 뒤집어쓴 채 남은 자식에게 최소한의 부모 노릇조차 못하게 만든 국가를 416부모는 대체 어찌 견뎌야 하나. 상황은 갈수록 참담하고 아득해진다. 교양의 지성소인 지식인이 무참스럽게 배신한 현장을 생생히 목도하는 오늘, 416은 대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