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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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기가 일곱 살 때 이혼했어요. 처음에는 아이들을 제가 데리고 있다가 웅기가 초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아빠한테 보냈어요.·······대외적으로 보면·······참사 이후에 엄마가 나타난 거잖아요. 아이들 키우지도 않았으면서 어떤 목적이 있어서 이러는 것처럼·······

  ·······저를 이혼하고 아이들 다 버리고 나간 엄마로 보지만 저는 세상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잘못 살았다고 말 들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들 보내기 전까지 저는 세상에 다시없을 엄마처럼, 그렇게 당당하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는 아이들한테만 죄인이에요. 그것만이 진실이에요.(231쪽-김웅기 엄마 윤옥희)


“식민주의의 권력자들은 삶을 통제하기 전에 먼저 삶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물론 이 일은 도시 안에서도 일어나고 한 사람의 도시민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황현산 선생 생전의 트위터 글이다. 마치 오늘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쓴 듯 송연한 글이다. 식민주의의 권력자들은 그렇게 416가족을 수치로 덧씌웠다. 식민주의의 권력자들은 그렇게 조국 가족을 수치로 덧씌웠다. 조국은 사퇴했다. 김웅기 엄마 윤옥희는 사퇴란 걸 할 수 없다. 엄마니까. 진실 하나를 부여잡고 죽음 저 너머로까지 행진할 수만 있다.


오늘로 416학살이 일어난 지 2008일째다.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식민주의 권력 시스템이 얼마나 강고한지 검찰‘청’장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상관인 법무장관을 저격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자유당은 선동했고, 언론은 개 노릇 했으며, 개신교는 장단 맞춰 춤추었고, 지식인은 ‘똑똑한’ 논리로 뒷받침해주었다. 이런 세상인데 416에 전선이 형성되겠나. 아득하다.


아무리 아득해도 주저앉을 수 없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아이들한테 죄인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노란리본 하나라도 달고 다닌다. 하다못해 아이들 이름 하나라도 불러준다. 하다못해 예은 아빠 유경근씨 페북 글을 공유라도 한다. 하다못해 416연대 사무실에 차 한 상자라도 보낸다. 하다못해 ‘잊지 않으마.’ 중얼거리기라도 한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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