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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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이를 중심으로 세 사람이 연결되어 있었던 거 같아요. 한집에 생명 하나가 사라진 게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인생까지도 이렇게 좌지우지되는구나...(223쪽-정차웅 엄마 김연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상실을 두려워하고, 상실한 대상에 애착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심리 너머 삶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상실도 드물지 않으니 이 말은 상한 없는 무게를 지닌다.


엄마 김연실에게 아들 정차웅의 상실은 “생명 하나가 사라진 게 아니”다. 비단 “차웅이를 중심으로 세 사람이 연결되어 있었던” 때문만은 아니다. 416엄마 모두에게 그렇듯 정차웅의 죽음은 250명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로 지켜보는 가운데 죽임 당했으므로 250번 죽임 당한 애통을 지닌다. 250명의 목숨 값을 지닌다.


이 죽음의 “좌지”는 가족은 물론 수많은 시민의 정신·사회 생명까지 학살한 것이다. 이 죽음의 “우지”는 가족은 물론 수많은 시민이 새로운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도록 일깨운 것이다. 학살자의 고의만으로 세계를 구성하지 않는 진리가 애통을 낳은 악의 맞은편에 애통이 낳은 선을 세웠다. 이 진리에 터한 사람들의 행진이 416가족을 중심으로 세상 모두가 연결되는 네트워킹을 온전하게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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