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낀다는 우리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소중히 여겨 보살핀다는 뜻과 함부로 쓰지 않는다는 뜻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두 의미는 결국 하나다. 아끼기 때문에 아끼는 것이다. 아끼는 것은 내가 사물을 경외하는 한 방법이다.


거품이 일지 않을 만큼 작아져 더는 쓰지 않는 세숫비누 수십 개를 모아 불린 뒤 고르고 곱게 으깨어 저은 다음 물이 다 증발될 때까지 놔두면 쓸 만한 재생(?)비누가 된다. 한의원 세면대에 올려놓았더니 간호사가 버섯을 왜 거기다 두었냐 한다.



세송이 비누. 궁상떨기로 읽힐 수 있는 내 사물 경외법에서 탄생한 비누다. 간호사도 한의원 드나드는 환자분들도 이 세송이 비누를 쓰지 않는다. 얼핏 보면 비누가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이거나 비누인 사실을 알면 께름해서일 터. 나 홀로 신났다.


여러 종류의 쓰다 남은 비누가 모였기 때문에 향이 은묘하다. 살짝 호사를 뿌린다면 향이 발효된 느낌이 난달까....... ‘비누 사치’ 부리는 습성과는 비대칭의 대칭을 이루는 이 풍경 속에서 나는 자못 행복하다. 향의 신들을 소미하게 만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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