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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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이전과 416 이후에 체감하는 시간이 극명하게 달라요. 어렸을 때부터 사건 전까지 차곡차곡 추억을 쌓아왔던 그 시간이 전부 무의미해지고 416 이후의 시간들만 남았어요. 이제 5년째인데 1년이 10년 같아요.(47쪽-준형 아빠 장훈)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끼는 것은 이미 많은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어 더는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럴 법 하다. 시간은 인간이 거기를 따라 흘러가는 객관적 소여가 아니다. 시간은 인간이 공간을 변화시키면서 경험을 창조해 나아가는 과정이니 말이다. 공간 변화가 위축되고 경험 창조가 어려운 상태에서 시간은 단위가 짧아지기 마련이다. 빨리 흐르는 효과로 나타난다.


준형 아빠 장훈의 시간은 416 때문에 나이 들수록 느리게 흐른다. 미증유의 충격적·대대적 경험을 기억으로 생성시킬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1년이 10년 같다는 말은 다만 과장의 수사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그가 겪은 일, 만난 사람, 들고난 상념의 기억들은 그의 시간 단위를 하염없이 늘여놓았으리라. 아니, 차마 터럭만큼도 접어 넣지 못했으리라. 5년, 그러니까 50년 동안 몸은 그 무게를 짊어지고 깊이 병들었다. 마음은 어떨까?


마음이라고 다를 리 있겠나? 1년을 10년으로 느끼는 그 자체가 이미 마음 작용인 것을....... 병도 들었을 테고 늙기도 했을 터. 다른 것은, 마음에는 불멸의 각성과 부단한 전진이 있다는 사실이다. 각성은 공감으로 번지고, 전진은 소식으로 전해져 길이 이어진다. 준형 아빠 장훈의 손을 언제 잡아볼 것이며 소주 한 잔 나눌 것인가. 몸은 닿지 못해도 멀리서나마 마음이 닿아 진실과 진리의 길을 함께 갈 수 있다면, 저 느린 시간에 묵직하게 깃들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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