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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처음에 밖에 나갔을 때는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기조차도 밉더라고요.·······세상 사람들이 다 가해자 같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하고 나의 슬픔을 즐기는 것 같고.......
아니, 사실은 부러웠어요. 옆집에서 나는 라면 냄새도 부러웠어요.·······
그 감정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꽉 닫혔던 마음이 조금씩 열리더라고요.·······
지금 내 마음에는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여요. 슬픈 일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행복해 하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하고요.(36쪽-김호연 엄마 유희순)
놀랍다. 슬픔을 관통함으로써 진리에 이르는 깨달음의 과정을 표현하는 말들이 평범한 가운데 참으로 정확하고 섬세하다. 엄밀한 과학이며 수승한 미학이다. 깊은 치유는 결곡하고 아름답다.
“유모차에 앉아 있는 아기조차도” 미운 심사, 그 분노는 얼마나 강고한 것이랴. “옆집에서 나는 라면 냄새도” 부러운 심사, 그 비탄은 얼마나 견결한 것이랴. 그 누가 변화를 꿈꿀 수 있으랴.
변화를 가져다준 “시간”은 슬픔을 관통하며 걸어온 김호연 엄마 유희순의 동선이 창조한 상호작용 과정 자체다. 이 상호작용은 소식이 되고 에너지가 되어 그 “꽉 닫혔던 마음”을 열어갔다.
마음을 열면 “세상이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진실의 전체성에 터할 수 있다. 전체 진실에 터하면 “슬픈 일이 눈에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행복해 하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 것이 진리다. 행복뿐인 세상에 진리 없듯 슬픔뿐인 세상에도 진리 없다. 행복은 행복으로서 슬픔은 슬픔으로서 각각 우리 생을 구성한다. 행복은 슬픔 덕분이고 슬픔은 행복 덕분이다.
김호연 엄마 유희순이 빚은 진리다. 416공동체 엄마 유희순이 빚은 진리는 권력이 강탈한 행복, 권력이 강요한 슬픔을 직면한다. 되찾고 되돌리는 네트워킹운동을 창조한다. 놀랍고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