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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이 없다.(423쪽)
시간이 없다는 말은 화급한 상황이니 서두르라는 뜻인가? 이런 이해는 전형적인 타락의 독법에서 나온다. 지난 6000년 동안 인간은 서두르고 서둘러 이 지경에 이르렀다. 본질이 같은 또 하나의 서두름으로 옹골찬 처방 낼 리 만무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두 가지 새로운 이해를 제시한다. 하나는, 시간의 질적 변화다. 인류 앞에 놓인 시시각각이 판단 아닌 결단의 때임을 알린다. 결단은 속력 아닌 신뢰의 문제다. 신뢰는 공동체의 조건이자 증거다. 공동체150을 결단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때가 찼다는 의미다. 타락의 절정과 각성의 결집이 맞물리는 순간이 왔다는 거다. 카이로스의 어느 예기치 않은 찰나, 인류에게 공동체150의 네트워킹이 동시적으로 일어난다는 거다. 마법이 아니다. 누만 년 내공의 집장태가 뜨는 거다.
비관과 낙관을 가로질러 열리는 줄탁동기啐啄同機 시공에 맡겨진 인간 운명은 날카로우면서도 둥근 칼날과 마주하고 있다. 베이거나 올라타거나, 다. 올라타기 위해 인간은 저 웅숭깊은 주술의 차원으로 되돌아간다. 망아는 중력을 꿰뚫고 신성을 복원해낸다.
인간이 서로,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신성을 복원해내면 시간이 없어진다. 지난 6000년 동안 인간 타락의 소여였던 그 시간은 이제 없다. 불안과 탐욕, 그리고 어리석음을 실어 나르던 속력은 나지막한 자그마한 소식일 뿐이다. 소식의 시간을 설렘 속에서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