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제2차 물결은 이전에도 수십 년간 천천히 힘을 축적하긴 했지만, 18세기 후반부에 눈에 띄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이 짧은 기간 동안에 인류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몇몇 변화가 일어났다.(395쪽)
이(때 일어난) 새로운 자비 정신은 사람들의 내면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집단적인 정신 변화, 즉 자아단절감을 극복하려는 점진적 운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 제1차 물결은 개체 인간에게 일어난 것이지만, 이 제2차 물결은 전체 인간에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394쪽)
<5. 타락의 시작-거푸 타락, 그리고>에서 나는 제2차 물결을 달리 해석했다.
“·······나는 2차 운동에 특유한 계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2차 운동의 특유한 계기는 바로 인도유럽인의 2차 이주다. 이른바 신대륙의 발견으로 본격 시동이 걸린 제국주의가 1차 이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와 속도, 그리고 파괴력으로 지구 전체를 점령해버렸다. 저들의 근대 과학과 자본은 살육과 수탈의 도구인 동시에 글로벌한 각성과 소통의 매개였다. 이 덕에 타락과 극복운동의 진행이 밀접하며 서로 엉켜 있다. 극복운동의 동시적·지구적 연대가 가능해졌다. 가히 제국주의의 역설이라 할 만하다. 2차 운동의 고유한 방식은 2차 운동의 고유한 계기에 터한 것이다. 이 계기를 나는 2차 타락이라 이름 한다.”
이를테면 제2차 타락이 타락의 결정판이므로 제2차 물결은 전복의 결정판이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여 정치경제학비판 차원에서 둘을 이끌어냈다. 개인과 정치의 종말인 공동체, 경제의 종말인 생태학적 순환. 그 둘을 다시 하나로 귀결시켰다. 공동체150의 무한 네트워킹.
최종적으로 보충한다면 이성적·쌍무적 계약 거래의 종말인 감성적·주술적 상호 침투. 감성은 미학을, 주술은 종교를 의미한다. 미학은 제도적 예술과 무관하다. 질탕한 놀이로서 삶을 함께 향수함을 의미한다. 종교는 제도적 종교와 무관하다. 거룩한 제의로서 삶을 함께 헌정함을 의미한다.
모순의 공존이 빚어내는 이 역설의 향연을 펼치는 데 공동체150이 필요충분조건이다. 150인 각자의 네트워킹인 이 공동체가 다시 네트워킹의 무한한 상호침투로 번져갈 때 자아폭발이 쌓아올린 국가, 정치, 개인, 이성, 경제, 종교, 역사, 사회라는 모든 질병, 모든 악이 사라진다. 아나키즘의 진정한 담지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150이다. 이런 지향이 스티브 테일러한테서는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기에 정색하고 명토 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