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육체에 대한 긍정적 개방적 태도가 타락한 인간의 억압적이고 죄의식에 물든 태도로 이행하는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 이 책의 가장 우울한 내용 가운데 하나다. 타락 이전 시대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종말을 고한 뒤, 타락한 시대는 굉장히 많은 질병을 가지고 있으며, 억압과 죄악으로 부패했음에 틀림없다. 지난 6000년 동안 인간이 일종의 정신병으로 고통 받았다는 증거가 더 필요하다면 바로 이 사실로써 충분해진다.(319쪽)



산길 걸어 출근하다 나무 등걸 가운데 난 구멍에 밀어 넣어진 밀감 껍질을 본다. 육체 건강을 위해 아침 운동을 하던 누군가가 육체 건강을 위해 밀감을 먹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왜 정신 건강은 거기다 버렸나. 타락 이후 육체에 모멸을 가한다는 말이 과연 옳은가? 정작 모멸 대상은 정신 아닐까, 전복된다 싶은 찰나 홀연 한 번 더 전복되는 생각.


폭발한 자아가 스스로를 정신하고만 일치시켰을 때 정신은 이미 치명적인 모멸에 중독되었다. 물질적 본질을 거세당했기 때문이다. 정신이 육체의 정신이라는 진실에서 절연되면 정신은 마성을 띠게 된다. 마성의 자아-정신은 다만 금욕이나 고행 같은 가시적인 모멸에서 그치지 않고 애지중지 학대를 육체에 가함으로써 자기기만적 모멸에 빠져든다.


육체를 애지중지하는 오늘의 풍조는 가히 광란의 도가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안티에이징, 슈퍼 푸드, 요가, 성형, 근육운동, 다이어트 상품이 모든 매체에 도배되어 젊고 매혹적인 육체에 대한 사랑과 숭배를 찬양한다. 이리도 열렬하게 기리는데 육체 모멸은 무슨.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정신의 향락에 바쳐지는 ‘부흥회’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부흥회’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이런 포르노 수준의 추구란 있을 수 없다. 육체 그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일은 서로 다른 육체의 생태를 따라 고유한 건강미를 각기 가꾸면서 유쾌해지는 수준 이상을 추구하지 않는다. 축제적 열광도 중용의 균형으로 되돌아와 일상의 경외를 누리며 살아간다. 일상의 경외는 한 아름의 육체감각이다. 그 너머는 타락이다.


타락 문명의 절정에서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당연하게도 이 육체감각의 휴먼스케일이다. 휴먼스케일은 거대한 거짓의 거절이다. 봄까치꽃 작은 한 송이가 머금은 향기를 맡는 코다.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우리의 소미한 본향, 그 거룩함으로 안내하는 이정표다. 이 이정표는 본향과 타향의 경계에서 숭고한 바람소리를 일으킨다. ㅅㅅㅅㅅㅅㅅ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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