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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의 수다는 우리 내면에 통제 불능의 혼돈과 소란 인식을 조성하여 불안을 불러일으킨다.·······생각의 수다는 흔히 매우 부정적으로 치우치게 되어, 보통은 근심과 나쁜 경험 같은 부정적 생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한다.·······야망을 달성해도 불만감과 열패감을 부추긴다.(192-193쪽)
요즘 분위기로는 수다가 그리 나쁘게만 인식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히 수다의 사전적 의미는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이다. 게다가 스티브 테일러가 인정한 수다→부정사고→부정감정의 부정 동선에서 수다는 자아 수다니까 판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렇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수다가 뒤집어쓴 큰칼이 너무 무겁다 싶기도 하다. 수다, 각별히 여기 자아 수다란 무엇인가?
자성이라 하든, 자기대화라 하든 실제로 자아 수다는 ‘내부자’끼리 나누는 수군대기다. 수군대기를 계속하면 부정 사고에 빠져든다. 빠져드는 사고를 유발하는 것이 수다의 요체다. 말이 많은 것 자체가 문제되지 않는다. 엄밀히 따지면 말이 많은 것도 아니다. 같은 말을 여러 가지로 변주할 뿐이기 때문이다. 변주는 결국 주제를 강화하므로 수다가 거듭될수록 깊이 빠져든다. 빠져들수록 헤어날 수 없는 “혼돈과 소란 인식”에 휘감긴다. 혼돈과 소란이 가져올 게 “불안”밖에 더 있겠나. 불안이란 감정은 전천후·전방위성을 지닌 권력이다. 온갖 정신병을 게워내는 악마의 목구멍이다. 심지어 “야망을 달성해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끼게 한다, 남보다 못하며 패배했다고 느끼게 한다. 이런 느낌은 상한선 없이 무제한으로 열린 허기증이다. 이 허기증의 수평선에 맛있는 음식을 놓아두어 다가갈수록 멀어지게 만드는 유혹이 바로 자아 수다다.
자아 수다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칠까? 침묵을 처방으로 제시한 스승들의 뜨르르함을 뉘 모르랴. 그러나 침묵은 진통제에 지나지 않는다. 진통제는 치료약이 아니다. 치료 처방은 수다 공간의 전면 개방이다. 수다공동체 또는 공동체수다는 혼돈과 소란을 생태학적으로 주술적으로 수렴해 “동요 속 안정”이 번져가게 한다. 자아를 넘어 인류를 넘어 지구를 넘어 아득히 별세계에 가 닿는 신들의 역사를 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