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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사하라시아인들이 고향 땅의 사막(건조)화에 대응하기 위해 타락한 정신을 발달시켰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살기 어려운 건조한 지역이나, 다른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원주민의 경우는 어떠한가? 칼라하리 사막의 부시맨, 사막 지역에 사는 애버리진, 티에라 델 푸에고(평균기온이 0도 이하며 식물도 거의 살지 않는다)의 야간족, 북아메리카의 에스키모인 또는 시베리아의 종족의 경우는 어떠한가? 왜 이 사람들은 그처럼 살기 어려운 곳에서 살면서도 사하라시아인처럼 변하지 않고, 타고난 평등주의와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는가?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식물이나 동물이 거의 살지 않는 건조한 환경이라고 해서 반드시 생존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인구에 달려 있다.(171쪽)
규모의 차이다.(172쪽)
2050년이면 세계 인구가 100억에 육박한다. 인구 증가는 인구압을 부른다. 인구압은 “자아폭발”을 증폭시킨다. 인구 증가폭이 큰 아프리카나 아시아 나라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것이다. 이런 추세만 본다면 “타락”한 인류는 더욱 참담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을 걱정하는 나라도 있지만, 국민국가체제가 보여주는 배타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큰 추세에 상쇄의 힘으로 작용하지는 못할 듯하다.
과연 진정한 “타락 초월 시대”를 인류가 열 수 있을까? 문제의 심각성에 반해 인구 증가가 양적으로 통제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쟁이나 전염병도 어림없다. 이 문제를 깊이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절대는 것이 주제넘기는 한데 나는 질의 변화가 양의 위험을 덜어내고 타락 초월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의 변화란 타락 불가의 “규모”를 지닌 공동체 수평 네트워크로 인류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100억 명 전부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당최 없다. 전인구의 3.5%만 불러내면 세상을 뒤집을 수 있다. 대략 150인 내외의 공동체 200-250만 개 정도면 된다.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느냐 지레 체념할 일 아니다. 지구전체를 떠올리니까 거대한 과제처럼 보일 뿐이다. 이 일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인연을 따라 참여하면 된다.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정 조건이 갖추어질 때, 순식간에 지구 전체로 번지는 현상이 일어나리라 본다. 기적도 아니고 신비도 아닌 것은 새에게도 일어나고 물고기에게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새에게나 물고기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인간에게도 일어나려면, 그러나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있다. 이 조건은 기적이나 신비를 일으킬 신적 존재를 전제하는, 허황해서 쉬운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르다. 공동체 네트워크를 꾸릴 3.5%는 수탈당하는 변방인이어야 한다. 아픔과 슬픔이 그들을 “인식론적 축복” 상태로 이끌기 때문이다.
인식론적 축복은 그들의 뇌에 전복을 일으킨다. 사하라시아인 자아폭발이 왼쪽 뇌 “나”의 반란이었으므로 수탈당하는 3.5% 변방인 공동체 네트워킹은 오른쪽 뇌 “나-나” 또는 “나들”-단순한 “우리”가 아니다(김선우 시인에게서 가져옴)-의 평정이다. 오른 쪽 뇌는 생각에 사로잡혀 수다를 떨지 않기 때문에 한 찰나에 나들의 일치된 행동을 이루어낸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최초이자 최후로 창조해야 할 “규모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