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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이 수렵채취 생활을 했든 정착 생활을 했든 간에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의 절대 다수는 거의 놀라울 정도로 평등주의적이었다.·······한 영국군 장교는 18세기 체로키 인디언에 대해 부정적인 어투로 이렇게 기술했다. “그들 사이에는 법도 없고, 복종도 없다.·······그들 중 가장 낮은 사람도 스스로를 위대하고 다른 사람들만큼이나 높다고 생각한다.·······누구나 자기 자신의 주인이다.”·······
많은 경우에 평등주의는 하나의 이념으로 잘 발달되었다. 많은 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에서는 우리가 “개인 권리”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 극히 높다.·······이로쿼이와 알곤킨 인디언 사회의 핵심 원칙들은 “개인 권리를 강조하고 분명히 하며, 개인의 모든 행동은 자신의 결정에 바탕을 두고, 모든 집단의 행동은 참여자들의 동의에 근거를 둔다.”는 것이다.(111-112쪽)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6000년 전부터 이렇게 결곡한 평등 민주주의를 실천해왔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인도유럽인이 이주하기 훨씬 전에 21세기를 사는 오늘 우리가 일점일획조차 가감하지 않고 그대로 복원해도 될 만큼의 수준 높은 정치문화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미합중국이 창시자인 원주민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고 백인 남성 지주에게만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근대민주주의는 출발부터 함량 미달의 장물臟物이었던 것이다. 마치 세계 민주주의의 수호신처럼 굴지만 미합중국은 여전히 이 장물 민주주의의 기조를 유지·강화하고 있다. 타락의 퇴적층이 쌓여가면서 고결한 민주주의 씨앗에는 화석화가 진행 중이다. 오늘 여기서 정색하며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민주주의 씨앗을 발굴해낸다.
민주주의에서 주체적 개인에 대한 명료한 인식 없이 평등은 불가능하다. 개인의 “권리”, “결정”,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평등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공동체 “이념”이 결정적일수록 평등한 개인 주체 개념은 요체가 된다.
누가 이 생각을 전근대적이라 할 수 있나. 누가 이 씨앗을 화석으로 만들어가고 있나. 정히 다시 심는다. 싹트리라 믿는다. 싹틀 것을 믿으며 씨를 심는 사람, 나는 누군가. 미합중국이 보장하는 평등의 경계 밖에 있는 주변인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과 똑같이 버림받는 사람이다. 버림받는 주변인이어서 민주주의가 왜 관건인지, 민주주의 요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인식론적 은총을 인식하는 바리데기여서 타락의 물결과 마주해 선다. 바리데기 정치학이 타락 재난, 그 폐허에서 유토피아를 꿈꾼다. 만국의 바리데기여, 개망하라open 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