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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6000년 동안 인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병을 앓아왔다. 역사가 기록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인류는-최소한 어느 정도는-정신이상이었다.
이러한 말은 믿을 수 없어 보인다. 그 이유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정신이상으로 초래된 결과들을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광기가 지배하는 곳에서 사람들은 정상적이고 건강하고 합리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책의 목적은 이러한 광기는 어디서 왔으며, 과연 진정으로 그러한 광기가 당연한 것인지 조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타락 이전에는 인류의 삶에 근심 걱정이 전혀 없었으며, 즐거움과 기쁨으로 충만한 듯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타락 이후의 삶은 “끔찍하고 야만적이고 짧은” 것이 되었고, 너무나도 많은 슬픔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그러나,·······아마도 지금 우리는 한 바퀴 다시 돌아 애초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잃어버린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동시에-희망적으로-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한다.·······지난 6000년은 정신분열증과 같은 악몽이었으며, 마침내 우리는 깨어나기 시작했다.(12-14쪽)
『The Fall: The Insanity of the Ego in Human History and the Dawning of a New Era』, 이것이 책의 원제다. 기독교신학이 말하는 구속사적 맥락과 묵시록의 은유가 어른거린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그와 무관하게,
Fall은 당연히 성서에서 나온 어휘다. 이것은 악의 상태를 반영한다. Insanity는 인용문 속에서 정신병, 정신이상, 광기, 정신분열증(과 같은 악몽) 등의 여러 표현으로 변주되면서 질병 상태를 반영한다. 저자가 악의 본질을 질병으로 인식해서 이런 평행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질병이라면 치료 가능성 아래 악을 역사적 지평에서 성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악을 역사적 지평에서 성찰하는 일은 각별히 중요하다. 인간에게 본성인 악이 있느냐, 따위의 부질없는 논쟁을 하지 않고 역사적 지평 안에서 악의 실재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 또는 해소할 수 있으니 말이다. 완전과 초월로 들뜨지 않는 시선은 역사와 함께 간다.
역사와 함께 가는 시선으로 볼 때, “한 바퀴 다시 돌아 애초의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말은 적잖이 께름하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정신의 질병을 치료하면 정신이 질병 이전 상태로 복귀할까?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그런 환원을 가리킨다면 그게 과연 역사적일까? 저자가 그렇게 순진할 리 없다는 믿음과 별개로 나는 내 문제의식 때문에 이런 말들이 무엇의 유제일까, 더듬으며 큼큼거린다. 내 영혼의 지성소가 원효니까.
원효를 가슴에 품은 채 “마침내 우리는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복음을 한번 귀담아 들어볼 일이다. 증후는 외부에만 있지 않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성의 기미에 주의를 기울이면 소소하고 미미한 파동이 감지된다. 책에서 만나는 진실은 이미 나중 일이 되었을 줄 뉘 알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