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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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종종 제가 발견하는 것에, 그리고 그것이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거기에 앉아 있었다는 느낌에 놀라곤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제 책의 어떤 구절을 인용한 걸 보면 ‘내가 정말 그렇게 썼나?’라고 자문할 때가 많아요. 그것을 제 스스로의 생각이라고 여기기가 어려운데, 어떤 의미에서는 정말로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미지의 장소로 가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통찰입니다.(142쪽)


딸아이가 아기였을 때 잠들기 전에 내가 해준 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장가 부르기. 동요에서 오페라 아리아, 심지어 운동 가요까지 세심히 선곡해서 불러주었다. 다른 하나는 바리공주 이야기하기.


바리공주 설화를 처음 접한 것은 무속연구 서적에서 본 서너 줄짜리 요약 줄거리였다. 나는 그 ‘요약본’을 토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매번 상상력을 동원해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여 나아갔다. 나중에는 제법 길어져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아기는 잠들곤 했다. 잠든 뒤에도 이야기를 마저 다 해주었음은 물론이다.


아기가 더 이상 이야기에 실려 잠들지 않아도 될 만큼 자란 어느 날, 나는 한겨레신문사가 펴낸 <바리공주>를 서점에서 발견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고 숨죽이며 읽어 내려갔다. 아, 세상에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팔다리가 벌벌 떨려왔다. 내가 상상력으로 그려낸 큰 틀은 물론 세부적 묘사까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는 게 아닌가!


책을 덮으며 든 처음 생각은 ‘내가 바리공주 화신이 아닐까?’였다. 평소 신‘끼’ 있다는 소리를 들어온 터라 묘한 느낌에 잠시 잠겼다. 그러나 정작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은 바로 뒤에 들이닥친 벼락같은 깨달음이었다.


“나만 바리공주 화신인 게 아니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무의식 속에 바리공주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랬다.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인 것은 내 상상력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는 이미 영혼의 네트워킹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거기에 앉아 있었다는” 표현이 더 실감날 수 있겠다. 교감하려고 마음만 열면 누구든 언제든 어디서든 “통찰”이 가능하다. 이 통찰은 의도하지 않았으므로 “우연”이라 할 것이나, 서로 이어져 있는 공동체 구성원에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의 사건이기도 하다.


어디 바리공주 이야기뿐인가. 잘나고 똑똑한 자들이 다 저 잘나고 똑똑한 줄 알지만 그 지혜와 지식 모두 함께 누려야 할 공동체 향유 재화일 따름이다. 권력도 부도 구원도 특정한 자의 소유 대상일 수 없다. 소유는 절도다. 절도범 전직 대통령이 둘이나 감옥에 있는 우리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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