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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평점 :
‘작가’란·······오로지 쓴다는 사실에 의해 구별되는 사람을 뜻한다. 비록 출판계의 요정이 단 한 장의 계약서조차 남기지 않는다 해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127쪽)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를 굽어보며 저 많은 집 가운데 내 집 한 채가 없구나, 한탄하는 사람이 교보문고에서 서가를 둘러보며 저 많은 책 가운데 내 책 한 권이 없구나, 한탄할까? 글쎄올시다, 다. 아마 보통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능해서 집 한 채가 없다. 운은 좋아 책 네 권이 있다. 출판사가 거절해서 원고 상태인 채로 팔짱끼고 있는 것이 세 권이다. 이들 말고도 그 동안 써온 다른 글을 책으로 내면 50권은 좋이 될 듯하다. 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인세가 단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무명, 아니 ‘익명화된’ 작가라서 겸연쩍긴 하지만 집이 네 채인 것보다 오연 당당하다.
나는 왜,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가?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 글쓰기는 대부분 아픈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하고 치유를 숙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이렇게 쓰인 글은 매우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적을 지닌 실용적인 것이다. 단순 서평과 아포리즘을 제외하고 정치경제·사회문화에 대한 글도 이 목적과 절연된 것은 드물다. 그저 놀자고 쓴 글이 거의 없다.
여태까지 내 글은 나 개인과 깜냥대로 참여한 공동체의 일로서 삶을 기록한 일지 같은 것이다. 이제 이 일지에 놀자는 글을 올릴 때가 됐다. 일이 끝나서가 아니다. 인생의 황금기(60-75세)라는데 놀이가 빠지면 그게 황금이냐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