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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평점 :
마음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무모해지라·······모르는 것을 향해 곧장 나아가세요. 그리고 실패하고 또 실패하는 일의·······위험을 무릅쓰세요.(72쪽)
사십 년 동안 나는 가르치기와 글쓰기를 하며 살아왔다. 한의사의 삶 또한 이 기조를 떠나지 않았으니 아마도 천명인가 한다. 말이든 글이든 스스로에게 책임을 느끼며 다가서는 한 계획·준비는 불가피하다. 듣고 읽는 이에게 지켜야 할 예의이기도 하다.
삼십대 중반부터 새로이 쓰기 시작한 계획·준비 방법은 큰 얼개만 짠 뒤 발효를 기다리며 뒹굴뒹굴한 다음 일사천리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오십대 이후부터는 즉흥성을 토대로 말하고 써 나아가면서 틀을 지었다 헐었다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자기신뢰다. 사전의 계획·준비는 완벽을 기한다는 명목 아래 예측 가능성 속에 자신을 가둠으로써 끊임없이 자기를 불신하게 만든다. 자기를 신뢰해야 예측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창발력을 드러낼 수 있다. 창발 없는 가르치기와 글쓰기는 죄다.
다른 하나는 실패에 대한 관용이다. 이는 듣고 읽는 이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배짱이 아니다. 실패의 가능성에 마음을 연다는 것은 완벽의 환상을 버린다는 것이다. 완벽의 환상이 사라진 자기용서의 시공에서 실패가 성찰과 성장을 이끈다.
“무모”하다는 것은 이리저리 재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음의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이리저리 재는 것은 문제를 일으킨 기존의 지식을 그러모아 문제의 몸집을 불릴 뿐이다. 문제가 심각할수록 뚫고나갈 몸은 날렵해야 한다. 날렵해지려면 기존 지식을 무모하게 버려야 한다.
버리고 “모르는 것을 향해 곧장 나아가”야 한다. 파커 J. 파머는 곧장 나아간다는 것을 walk straight로 표현했다. straight는 여기서 방향이라기보다 “즉각”이라는 시간적 명민함을 가리킨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날렵해도 뭉그적거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무모하게 모르는 것을 향해 곧장 나아가므로 실패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난다. 무모하게 모르는 것을 향해 곧장 나아가므로 언제 어디서든 일어나는 실패이므로 그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 가능하다. 이리저리 앞뒤 재고 나아감에도 실패한다면 그걸 무슨 수로 무릅쓰나.
무릅씀은 축복이다. 축복은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승승장구하는 자의 안와전두엽에서 일어나지 않는 사건이다. 안와전두엽 망가진 갑들이 벌이고 있는 삽질을 보라. 삽질하는 갑들은 개인 집합이 아니다. 지배집단 카르텔이다. 무모한 실패자들이 패야 무너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