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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정하린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7월
평점 :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지만 이른 아침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천국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믿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지옥에서는 커피콩을 볶을 수만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영혼의 양식은 유머로 발효되지 않으면 복통을 일으킨다.(32쪽)
유머는 웃음을 이끌어내는 유용한 기술에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거쳐 치유의 방편으로 넘어가더니 요즘 몸값을 올리는 전략으로까지 평가 받고 있다. 유머에 대한 일련의 도구적 이해가 만들어낸 추이다. 더 나아가 유머의 존재론적 이해를 시도해본다.
유머(에 해당하는 요소)가 있는 말글은 비대칭의 대칭이라는 전체성을 확보한다. 시종일관 진지한 말글은 이를테면 일극집중구조인 셈이다. 사물의 존재 이치에 맞지 않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이런 생각에까지 닿지 못해 유머를 대개 부차사항이라 여겼다. 유머는 다만 부차사항이 아니다. 존재론적 선택사항이다. 유머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겠다.
말글에서 비대칭의 대칭을 이루려 할 때, 내가 택한 길은 두 갈래다. 하나는 산문에 운문(성)을 도입하는 것. 운문(성)은 리듬으로 유희를 일으킴으로써 진지함 일극구조를 흔드는 매력이 있다. 유머에 비해 은근하기 때문에 듣고 읽는 이가 감지하기 쉽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다른 하나는 유머와 반대편에 선 것이다. 웃음 아닌 눈물(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감성에 더 주의를 기울였다. 여느 사람들이 웃음치유를 전파할 때 임상의로서 울음치유를 설파했던 맥락과 정확히 일치한다. 웃음=긍정, 울음=부정이라는 통속한 이해를 거절하는 입장에는 지금도 변함없다. 엉엉 우는 것이야말로 대大긍정이다.
유머, 그러니까 웃게 하기에 대한 자세를 정색하고 다시 생각하는 일은 entearing-적당한 영어가 없어서 만든 신조어-, 그러니까 울게 하기에 대한 자세를 정색하고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게 결과다. “영혼의 양식은 entearing으로 발효되지 않으면 변비를 일으킨다.”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