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교란 식물인 서양등골나물이 숲을 점령해가고 있는 한 귀퉁이에 작은 꽃향유 가족이 자리 잡았다. 반가움에 이어 걱정이 들이닥쳤다. 출근길 바쁜 와중에 멈춰 섰다. 가까운 곳에 뿌리내린 서양등골나물 몇을 뽑아냈다. 대항할 힘이 없는 약하고 어린 꽃향유 가족을 조건 없이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의사로서 부끄러운 얘기지만 산야초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숲을 걸어 출근하면서 시나브로 관심이 생겼다. 한의대 6년 동안 쌓은 것은 ‘특별한 식물’을 약명으로 전문화한 지식이 전부다. 거꾸로 한 공부다. ‘잡초’라 업신여기는 식물들이 귀중한 약재로 쓰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통렬한 각성 앞에 다시 선다.


제대로 된 각성은 세계진실의 전체성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다. 세계진실의 전체성은 개체 진실 사이의 연관관계를 톺아야 드러난다. 연관관계를 추적하는 과정은 지식의 도구적 나이브함을 넘어서 비판성을 획득하게 한다. 비판의 눈은 변화의 힘을 이끌어낸다. 나와 세계를 바꾸지 못하는 각성 가운데 진품은 없다.


너무나 그럴싸해서 진품처럼 보이는 짝퉁 각성으로 수십억 인류를 중독 상태에 빠뜨린 종교를 보라. 도구적 지식 포르노로 돈의 마름 노릇에 여념 없는 엘리트를 보라. 꽃향유에게 서양등골나물은 무엇인지 그래서 어찌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꽃향유와 서양등골나물을 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깨달음은 깨뜨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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