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 - 노벨상 수상자 버나드 라운이 전하는 공감과 존엄의 의료
버나드 라운 지음, 이희원 옮김 / 책과함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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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서 강조하는 문제가 특히 한국의 상황에서는 더욱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의료제도는 미국을 모델로 하여 출발했을 뿐 아니라 어떻게 보면 잘못된 방향으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은 전문의가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일반의는 전체의 3분의 1을 밑돕니다. 전문의 중에서도 4분의 1이 두 가지 이상의 전문 과목을 표방합니다.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 영역에만 집중적인 관심을 가진 의사입니다. 그런 집중적인 관심으로 말미암아 의료장비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이해와 신뢰 구축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의사들이 점점 더 최신 약을 처방하는 배후에는 제약회사가 있고 의사들은 이들 회사와 결탁하여 이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내가 알기로 한국은 세계에서 약제비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한국의 건강보험 총지출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를 넘는데,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는 비판이 크게 제기되고 있는 미국조차 그 비중이 10%에 불과한 것과 비교됩니다.·······

  한국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 국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적 안녕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미국 의료제도를 답습한 전문 과목 중심 치료, 지나친 의료장비 위주의 병원 진료는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되므로 사회의 다른 부문에 투자할 자원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에서도 이런 형태의 의료제도가 야기하는 재정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어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9-11쪽)


이 책은 2003년 『치유의 예술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바 있다. 위 인용문은 그 때 저자가 보낸 <한국의 독자들에게> 중 일부다.


2003년에 미국인 의사가 알고 있었던 한국 의료계의 전문의·약제비 관련 부조리를 나는 15년이나 지난 그의 글, 그것도 2003년 번역서가 절판된 뒤 다시 번역해 펴낸 책에 되 실린 글을 읽고 알게 되었다. 한심하다는 생각, 분노가 치민다는 생각이 갈마들며 심사를 뒤집는다. 『녹색의학 이야기』를 쓰는 동안 웬만큼 단련되었다고 믿었으나 어둠을 대하는 감각은 찰나마다 거듭나는 모양이다.


그 동안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물론 더 악화되었다. 전문의 비율은 7%, 약제비 비율은 3%(내가 찾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총 진료비 중 약제비 비율이 23.5%에서 26.5%로) 더 높아졌다. 국민의료비 대비 공공재원 비중을 보면 한국의 상황을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2014년 통계로 일본 84.6%, 미국 제외한 서구 70%대 후반, OECD 평균 73.1%, 한국은 56.5%다. 지난 10년 동안(2005-2015) 경상의료비 평균 증가율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1위다. 이런 좋지 않은 지표 추이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한국의 의료개혁은 가능할까? 물론 난망하다. 박근혜 파면 뒤 정치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우리는 매판수구세력의 힘이 얼마나 강고한지 훨씬 더 뼈저리게 체득해가고 있다. 저들이 어찌 황금알 낳는 거위를 ‘근본 없는 것’들에게 넘겨주겠나. 개혁 갔으니 개벽 오라. 개벽은 작고적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깨우는 새벽이다.


옆에 계신 작고적은 그대, 우리 이미 구면이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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