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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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접근해보자. 내가 한동안 이 문제와 씨름하다 깨달은 바가 있다. 내가 한 일의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행위는 잘못이라고 느끼지만, 내가 한 일에 감사하는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는 행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낀다는 사실이다.(435쪽)


‘선물의 삶’에 너무 집착하거나 도덕적 기준으로 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삶의 목적은 ‘선(한 사람)이 되는be good’ 것이 아니라 ‘선(한 상황)을 실감하는feel good’ 것이다. 두툼한 봉투를 받아들고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지 마라. 본디 인간은 큰 선물을 받으면 기뻐하기 마련이다. 인색하고 억울해하고 욕심 부리는 자신의 모습도 그냥 받아들여라. 선물의 삶으로 되돌아가려면, 그 동안 떠나온 만큼 먼 길을 가야 한다.(437쪽)


제법 나이 들어 만나서 함께 늙어가는 벗 몇은 나를 보고 청초함이 배어나오는 사람이라 말한다. 오랜 제자들 몇은 나를 보고 크레디트카드와 어울리지 않을 분이라 말한다. 주위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공통된 태도는 돈 관련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돈이 아주 많으리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 이상으로 돈 때문에 고생리라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근거가 무엇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주위사람들의 이런 태도는 어떤 계기에 아주 난처한 방식으로 나타나 내게 인지된다. 가령 내가 상담치유 하는 사람임을 안 상태에서 몇, 몇 십 시간 상담을 했음에도 상응하는 답례를 해야 한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다. 내 상담을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귀한 것’이라 여긴 평가가 왜 돈으로나마 정중히 사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아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런 내 무지는 대응에도 무지할 수밖에 없게 한다. 답례를 대놓고 요구하기도 뭣하고 마냥 이런 상태로 방치하기도 뭣하다. 현행 화폐시스템에 깊이 연루된 나는 특히 선물을 제대로 받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상담에 답례를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 또한 선물을 제대로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둘 사이 일이 이렇게 되었다.


이자를 전제한 화폐로 사고파는 일의 폐단을 혐오·폐기하는 것으로는 화폐시스템을 극복할 수 없다. 감사는 마음으로 주고받으면 되지, 내 존재 자체가 답례지, 하는 순간 순진함의 순교자가 되고 만다. 선물의 물질적 본질을 돈으로 옹골차게 실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돈을 넘어선 가치를 실감할 수 있다. 돈을 멀리하는 일과 영성에 이르는 일은 의외로 무관하다. 많은 종교와 영성가가 자기기만으로 주저앉는 자리가 여기다.


세포 하나하나 실감함으로 선물을 받아라. 그리하면 손끝마다 돈을 실감하면서 극진히 사례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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