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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의로운 투자가 더 멋진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선물로써 돈을 사용한다면, 그렇게 사용되는 선물을 받는 것이 바로 의로운 생계다.(426쪽)
즉 의로운 생계의 핵심은 선물로 먹고 사는 것이다.(427쪽)
의로운 생계의 목적은 에너지를 사랑하는 무언가에 쓰기 위함이다. 그 일을 하면서 도덕적 책임감, 좋은 사람이 되려는 의무감이 아니라 해방감을 느껴야 한다.(430쪽)
오늘 점심은 한의원 바로 앞 음식점에서 소면국수를 먹는다. 뜨거운 국물 찰랑히 붓고 거기에 매운 다짐까지 듬뿍 넣어 땀 흘리며 먹는다. 생일이다. 자축한다. 육십 년도 훨씬 지나 비로소 내 출생을 온새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감사한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도, 열 명 넘는 '어머니'를 내 앞에 줄 세웠던 아버지도 자축의 상에 영혼 극진히 모신다.
자축의 마음으로 볼 때 출생부터 낱낱이, 온이 선물이다. “의로운 생계의 핵심은 선물로 먹고 사는 것”이라 하니 낱낱이, 온이 선물이면 가히 ‘의로운 생애’라 아니 할 수 없다. 내가 정색하고 의롭게 살아서라기보다 누군가 극진하게 선물한 것들로 삶이 교직되어 있으므로 의롭다.
의로운 생애 한가운데 선 자는 책임과 의무라는 “원칙”(428쪽)에 결박당하지 않는다. 해방의 “느낌”(429쪽)을 타고 노닌다. “의로운 생계의 목적은 에너지를 사랑하는 무언가에 쓰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해방함으로 해방되는, 해방됨으로 해방하는 느낌에서 현현한다. 해방의 느낌은 질탕경건하며 소요고요하다. 역설의 전율 속에서 자발적·능동적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이 바로 의로운 생계다.
의로운 생계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므로 삿된 호화를 거절하는 만큼 지지리 궁상도 사양한다. 탐욕을 멀리하는 것과 희생을 자처하는 것은 다르다. 누군가 소개로 침 치료를 받으러 온 분이 내 모시옷을 곱다 한다. 사실 이 옷은 20년 된 기성복이다. 정하게 입었기 때문에 여전히 기품 있는 자태를 유지한다. 오늘 이 모시옷을 내 의로운 생계의 상징이자 생일 자축잔치 빔으로 삼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