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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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학에서 ‘보편적 수단’과 ‘보편적 목적’에 상응하는 말은 ‘교환수단’과 ‘가치저장수단’이다. 이 두 가지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역이자의 효과며, 이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돈의 기능을 교환수단과 가치저장수단으로 정의하지만, 이 두 기능을 하나의 대상에 결합시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교환수단인 돈은 순환을 요구하지만, 가치저장수단인 돈은 순환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모순이 수세기 동안 개인의 부와 사회적 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해왔다.

  개인의 부와 사회적 부의 갈등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원자론적 자아 개념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갈등을 해결할 화폐시스템은 인간 의식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267-268쪽)


『신성한 경제학의 시대』를 관통하는 찰스 아이젠스타인의 두 기본 개념은 분리와 통합이다. 본디 하나로 연결된 존재를 서로 분리함으로써 빚어진 인류의 질곡을 살피기에 알맞은 한 쌍, 비대칭적 대칭 어휘다. 당연히 분리는 극복되어 다시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묶인다. 여기서는 다르다. 왜 그럴까?


돈이 교환수단과 가치저장수단을 모두 지니는 것은 필연적 귀결corollary이 아니다. 후자가 어느 순간부터 틈입해 들어왔다. 이를 결합이라 하지만, 엄밀히는 덧붙임이다. 이 덧붙임이야말로 분리 이데올로기다. 분리 이데올로기로 덧붙여진 의미·작용을 ‘떼어내’ 본디 모습을 되찾게 하는 것이 진짜 통합이다. 이 떼어냄은 분리 이데올로기의 분리가 아니다. 만일 저자가 동일한 단어를 썼다면 잘못이다. (물론 번역 문제일 가능성도 있다.) “두 가지 기능을 분리”한다는 중립적 표현도 어정뜨다. 두 가지 기능을 단순히 수평 분리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순환의 요구와 기피의 모순 역시 마찬가지다. 기피를 떼어내야 순환을 통해 공동체의 풍요가 일어나 지속되기 때문이다. 누가 떼어내는 일을 하는가? 기피 집단이 스스로 할 리 없다. 도리어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원자론적 자아 개념, 즉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유포해왔다. 각자도생은 공동체 붕괴의 원인이자 결과다. 공동체는 이미 붕괴될 만큼 충분히 붕괴되어 폐허의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폐허 위에 “고기를 형제의 뱃속에 저장하는”(269쪽) 순환의 사람들이 재난공동체(리베카 솔닛)를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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