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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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산이 ‘합법적’으로 이전된 경로를 따라 그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가보자. 결국 최초의 소유주는 그것을 그냥 가져간 사람이며, ‘우리 것’ 혹은 ‘신의 것’의 영역에서 ‘내 것’의 영역으로 분리시킨 사람이다. 그런 일은 대개 강제로 이루어졌다.(77쪽)


이야기인즉슨 합법적 재산의 기원은 강도질이었다는 거다. 간단히 뒤집으면, 강도질을 합법화한 질서가 지금 세상이라는 이야기다. 강도질의 합법화에 권력의 압제가 작용했으리라는 생각은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것’ 혹은 ‘신의 것’의 영역에서 ‘내 것’의 영역으로 분리시킨” 일대사건이 어찌 외부 조건의 변화만으로 수용되겠는가. 분리는 내적 근원을 지닌다.


내적 근원의 본질은 인간 의식이다. 인간 의식의 요체는 자아 통찰이다. 자아 통찰은 비-자아와 금을 그으며 일어나는 경계사건이다. 분리는 인간에게 불가피한 사실Sein 또는 불가결한 당위Sollen다. 자타 분리의 연장으로서 “재산 개념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것”(74쪽)이자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사유재산 그 자체가 아니라 사유재산에서 비롯하는 부당한 이득”(80쪽)이다. 그렇다.


그렇지 않다. 자타 분리는 국소적이며 잠정적이다. 국소적이며 잠정적인 자타 분리에서 발원하므로 완전히 배타적이고 매매·상속이 보장된 사유재산은 이치상 성립할 수 없다. 전체와 궁극에서 너도 땅도 나와 연속된 몸이다. 몸에서 떼어내고도 길이 살 수 있는 무엇 하나만 제시하라. 사유재산을 길이 인정해주마. 사유재산은 국소적이며 잠정적으로, 특히 부당한 이득을 일으키지 않는 한에서 허락한다.


현실은 얼마나 아득한가. 상위 1%가 전국 개인 토지의 57%를, 상위 10%가 97.6%를 소유한 대한민국 상황은 모든 논의를 물색없는 것으로 만든다. 토지 소유 제도를 혁파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누진세 제도만이라도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 토지소유 불평등은 모든 불평등의 토대다. 핵심 자산은 건드리지 못한 채, 소득 문제만 만지작거리는 관료들의 행태를 보라. 현실은 얼마나 참담한가.


재산이 도둑질이라면, 사유재산권을 보호하는 법은 범죄를 영속시키는 제도다.·······그런 법이·······도둑들 스스로 만든 것이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80쪽) 단군 이래 최악의 도둑놈인 이명박이 스스로를 이렇게 보호하지 않았던가. “나는 도덕적으로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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