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경제학의 시대 - 한계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해법은 무엇인가?
찰스 아이젠스타인 지음, 정준형 옮김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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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추상화는 방대한 메타 역사적 맥락에 맞춰 전개되었다. 언어와 숫자로의 추상화라는 토대가 없었다면 돈을 이렇게까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숫자와 상표를 보는 순간 이미 실제 세계와 거리를 두고 추상적으로 사고할 준비가 된다. 하나의 명사를 사용한다는 것은,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많은 것들의 동질성을 사용하는 것임을 의미한다.(61쪽)


현대문명의 요체는 돈의 추상성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금융자본주의다. 금융자본주의를 끄는 황금마차의 두 바퀴가 바로 “언어와 숫자”다.


언어. 찰스 아이젠스타인에게는 이런 홈 어드밴티지가 있다. 우리는 그냥 언어라고 하면 안 된다. 여기서 언어는 영어며, 인도유럽어며, 명사 중심 언어다. 명사 중심 언어는 추상성이 극대화된 언어다. 추상 언어는 추상 화폐의 아들이다. 추상 화폐는 추상 언어의 부양과 공경을 받아 신이 된다. 돈 신의 대제사장 자리에 추상 언어의 패자覇者인 영어권 미국이 오른 것은 이치에 맞다. 추상 언어의 향연인 거대종교가 돈에 아첨하는 것은 내재적 본질을 지닌다. 이 내재적 본질을 실체로 보이게 하는 도구가 추상 논리의 결정판인 형식논리, 형식논리가 만들어낸 거대한 이분법 세상이다. 허구다.


숫자. 수. 수학. 수학은 불가결한 특성으로 추상성을 지닌다. 구체적 사물이 각기 지니는 이질적 속성을 모두 제거할 때 최후로 남는 동질성을 추상성이라 한다. 추상성이란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고, 듣고, 볼 수 있는 물리적 세계나 그 세계에 대한 우리 경험이 아닌 마음속 관념의 구성체다. 관념의 구성체는 강고한 초월의식을 제공한다. 초월의식은 전지전능의 세계를 열어준다. 수의 인지를 물질의 인지로 착각하게 한다. 수의 지배를 물질의 지배로 착각하게 한다. 허영이다.


현대문명은 언어가 만든 허구, 숫자가 만든 허영 위에 지어진 집이다. 허구를 부수려면 동사 중심 언어로 바꿔야 한다. 허영을 내던지려면 육감肉感의 숫자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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