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용 음식이라 일컬은 인사동 소람의 안동국시와 깻잎ㆍ배추ㆍ부추김치들이다. 맛도 자태도 놓이는 순서도 변함이 없다. 같은 음식을 같은 자리에서 수백 번째 먹는데 늘 새롭다. 그 까닭은 우선 내가 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에 있다. 적어도 내게 이 음식은 제의의 형식이자 내용이다. 깨침 또는 구원은 매순간의 창조다. 또 다른 연유가 하나 있다. 이 집 식구들과 내가 나누는 인연의 화학이다. 그들은 내가 오면 느낌으로 안다고 한다. 내색하지 않아도 반가움은 촉촉하렷다. 어쩌다 내가 오지 않으면 모두가 궁금해하며 이야기한다고 한다. 어찌 이 집 음식이 음식 이상이 아니랴. 소고기 고명 대신 대파가 담뿍 올려진 국시를 먹는 내내 내 영혼은 은은한 향에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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