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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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에쿠니 가오리만의 문체를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편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몇 권의 소설과 시집, 그리고 수필도 조금씩 읽고 있었는데 그러다 푸드 에세이를 내었단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나 또한 음식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하기에, 좋아하는 작가의 푸드 에세이가 어떤 느낌일까 기대되었던 것.

이 책을 읽은 다른 분의 서평을 잠깐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다란 글을 접하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읽는 내내 그야말로 난 정말 행복한 기분이었다.

 

공감! 이란 말로 그 기분을 대신하고 싶다.

특히나 흰빵, 검은빵을 발견했을때는 너무 반가워 읽고 또 읽었다.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작은 발견이랄까.

사실 나도 어릴적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온 많은 대목 중에서도 주인공 소녀가 처음 맛본 흰빵에 감격해 할머니 갖다 드리고 싶어서 모으고 또 모으는 부분을 보면서 도대체 흰빵이 무얼까? 너무 궁금해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것, 특히나 먹을 것에 집착하고 궁금해하는 모습이 좀 부끄럽게도 느껴지고, 그런 대목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글에서 만나게 되다니.. 저자 또한 흰빵이 뭔지 궁금해 엄마에게 묻고 또 물어도 "네가 평소에 먹는거"란 답변에 실망했다고 한다. 이제 그녀는 흰빵이 아닌 검은빵을 오히려 훨씬 더 좋아한단다. 중학생때는 이미 검은 빵파(아버지가 명명)였고,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때나 먹고 싶은게 있으면 말하라고 할 때면 검은빵이라고 대답해, 부모님이 종종 독일 음식점에 데려가 주었다. 검은 빵과 풋콩으로 만든 수프가, 당시의 내게는 황홀할 정도로 맛있는 최고의 식사였다. 81p

흰빵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무렵, 난 엉뚱하게도 흰빵이 혹시 호빵인가? 하는 결론을 내리고, 내 나름대로 호빵을 소중하게 야금야금 먹어본 기억도 있었다. 아마도 검은빵은 호밀 등의 잡곡이 들어간 다소 거친 느낌의 빵이고, 흰빵은 부드러운 흰 밀가루로 만든식빵 등의 보통 빵이 아닐까 싶다.

 

어쩐지 편견 같은 것이 있어서 여린 감수성의 저자분은 학과 같은 고고한 삶을 살 것만 같았다. 물론 에쿠니의 식성은 동물성 단백질을 거의 섭취하지 못하는 철저한 채식과 과일 위주의 식사라 한다. 그런 그녀가 술과 담배를 좋아한다니 그건 의외였다. 게다가 약간 결벽증도 있는 듯 하지만 그녀의 많은 부분들이 글 속에 녹아나는 방식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담담하면서도 청아하게 다가오는 글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작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참 좋다.이런 기분.

 

한편 한편의 이야기가 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억지스런 느낌이 없어 좋았다.

뉴욕에 놀러가서 친구를 만날때의 폭설이 내리던 어느날, 우연히 들어가게 된 첫 스타벅스의 경험이라던지 (스타벅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지 공공연히 가지 않겠노라 선언했던 그곳이었다한다.), 방황하는 웨이터란 제목이 붙은 단편은 그녀가 유일하게 대식을 했던 시절 만난 어느 레스토랑의 기억에 남는 직원을 그 이후로도 종종 다른 레스토랑에서 계속 만나게 된 재미난 인연 등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편의 정말 공감갔던 글, <버터밀크의 수수께끼>

어렸을때 읽은 외국 이야기들 속에는 잘 모르는 음식이 이것저것 많았다. 요크셔 푸딩, 티티새 파이, 감초 사탕, 크럼피트 등, 잘 몰라도-라기보다 모르기때문에 멋대로 상상했다.-그 맛과 냄새와 색깔과 모양과 특성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고, 그것들은 '아주 좋은', 내 주위에 있는 실제 먹을 거리와는 위상이 다른 '빛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172p

 

책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데, 조금 오래된 어린이 책에 버터밀크가 종종 등장했다. 그것은 우선 마시는 것이다.(책 속에서 아이들이 꼴깍꼴깍 마신다. 맛있게, 소리까지 내면서) 그 앞에 종종 '신선한' 이나 '갓 짠' 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있기도 했다. 그러니 밀크를 사용한 음료인 것은 확실한 듯 했다. 거기까지만 알 수 있었다. 173p

 

나도 어릴적 읽었던 책들에서, 특히 서양의 책 등에서 나오는 처음 접하는 음료, 음식 앞에 그런 궁금증이 더해졌다.

쌍둥이 로테에 나오는 진저 에일이라던지 레모네이드(지금은 레몬에이드가 나름 대중화되었지만 어릴적 우리 주위에선 흔하게 만날 음료는 아니었다.) 등은 참으로 생경한 동경의 음료였다. 도대체 무슨 맛일까? 아주 어릴 적엔 약수조차 궁금해하기도 했다. 약수는 톡 쏘는 맛이 나는 광천수가 약수인줄 알았다. 나중에 맹물맛을 느끼고, 엥. 이게 뭐람 하고 실망했던기억도 난다. 서양과자와 빵 등의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 다양한 명칭 앞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느꼈던 그런 느낌을 어릴 적의 나 또한 갖고 있었다. 게다가 난 그녀와 달리 꽤나 서양 음식이 입에 잘 맞는 편인지라 (고기도 좋아하고, 각종 서양 음식이 고루 입에 잘 맞는다.) 어른이 되어 실제 접하게 된 그 맛들에 나름 만족한 것도 꽤 많았다. 아직 진저 에일에만 도전을 못해봤지만 말이다. 버터밀크는 어릴적 내가읽은 책에선 못봤던 부분인데 그녀에겐 참으로 궁금증을 안겨주었던 음료였나보다. 로라 잉걸스 와이더의 초원의 집에 등장한다니, 나도 그 작품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읽기 전 막연하게 느꼈던, 기분 좋은 예감이 어김없이 들어맞아버렸다. 게다가 마치 잊었던 기억이라도 되찾은양 행복한 기분마저 들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 어릴 적의 나로도 잠깐 되돌아가는 추억의 여행도 하게 해주고, 다양한 그녀의 시선을 따라 여행하는 기분 또한 쏠쏠하게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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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ㅣ 작은도서관 37
정영애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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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벌써 코앞이네요.

선물 준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 여전히 제 마음은 설레기만 합니다. 사실 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려야 할 날인데, 성스러운 그런 분위기를 넘어서서 괜스레 들뜨게 만드는 선물 받는 날이 되어버린듯해요. 어쨌거나 신나게 만드는 행복한 캐롤과 예쁜 알전구가 가득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 등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고 말아요. 어릴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감정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네요. 작년에 만 두돌의 어린 나이로 처음 산타 할아버지를 봤던 우리 아들은 너무 놀라 울고 말아서 (외할아버지가 산타복장을 하고 등장하셨는데,엄청 울고 그때의 여파로 산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만 주고 몰래 가신다고 해도 오지 말라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좋아하는데 빨간 옷을 입고 몰라보게 분장한 산타 할아버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나 봐요. 언제쯤 산타를 좋아하게 될런지..



글도 그림도 참 생동감 있어서 더욱 와닿았던 동화를 한 편 읽었어요. 안에 그림이 알록달록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있어서 아직 유아인 울 아이가 보아도 좋아하더라구요 특히나 주인공 국수의 귀신방을 가장 좋아하네요 우리 아이도 이렇게 나중에 놀이방 하나를 만들어주면 좋아하려나? 아파트에서는 힘들겠지? 그런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작가 또한 크리스마스를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받고 싶은 선물이 많으니 산타를 사로잡으면 그 선물이 다 내것이 되려나? 하는 작은 생각에서부터 이 길고 긴 동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즐겁고 재미난 동화에 가족의 아픔과 고민까지 녹여내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하여 완성하게 된 동화랍니다. 그래선지 글도 내용도 참으로 훌륭합니다. 표현도 인상깊었구요.



주인공 국수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예요.

아빠 없이 회계사인 엄마랑 단 둘이 살고 있구요. 그래도 씩씩하게 잘 살고 있지만, 가족 사진을 내라고 할때는 아빠가 없다는게 알려지는게 싫어서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아이지요.


어느 날 엄마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웬 아저씨와 갑작스러운 만남을 주선하고 국수는 자기 이름을 갖고 놀리는 아저씨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게다가 바로 다음 날은 아빠와 8년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면접 교섭권이 진행되는 날이기도 했구요. 엄마는 혼자서 힘들게 아이를 키워왔는데 뒤늦게 아이를 보겠다 주장한 아버지에게 원망이 깊습니다. 그래도 재판 결과 상 하는 수 없이 국수와 아빠와의 만남을 인정해주었지요.


어색하긴했지만 아빠와 국수는 참으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철없다는 엄마의 말대로 아빠는 아직도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지만요. 그래도 친아빠에게 국수는 참으로 마음이 기우는 그런 경험을 하기도 하고, 속상한 그런 일도 겪고 많은 일들이 진행이 됩니다. 그러다 학교에서 산타할아버지가 있냐 없냐로 토론이 벌어졌는데, 국수가 있다고 주장하자, 아이들이 "아빠 없는 집에만 산타가 가나?" 라는 말로 국수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말아요. 국수는 보란듯이 산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산타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에 들어갑니다.

글도 재미났고, 그림도 이런 그림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세밀하게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어서 참 재미나게 본 동화였어요. 귀여운 스파게티라는 별명으로 불린 (국수는 무척 싫어했지만 그 별명이 너무나 와닿더라구요 참 귀여운 별명이다 싶은..) 주인공 국수의 깜찍한 구상을 들여다보면서 키득키득 웃기도 했구요. 아이지만 참으로 해맑다 싶은 그런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답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그림이 있으니 더욱 실감났는지도 모르구요.



책을 읽는 동안 옆에서 귀여운 우리 아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국수를 보며 내 아이 같다는 생각으로 읽어가게 되었어요 아이가 울면 같이 속상하고 아이가 행복하면 저까지 기분좋아지구요. 국수의 산타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이 사실 쉬울리는 없겠지만 아이들이라면 산타할아버지의 거짓 유무를 언제쯤 알게 될 그날이 올때까지 바라고 또 바라는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이 아닐까 싶었어요. 사실 저도 초등 저학년까지만 해도 굳게 믿고 있었거든요. 아니라고 밝혀져서 선물도 뚝 끊기는 바람에 아쉬웠지만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읽어 그런지 더욱 재미나게 와닿고, 즐거웠던 동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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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셜록 홈스와 얼룩무늬 끈 ㅣ 동화 보물창고 40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민예령 옮김, 시드니 에드워드 파젯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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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추리소설 하면 어려서부터 많이 읽게 되는 셜록홈스와 루팡을 빼놓을 수가 없겠지요. 셜록 홈즈 소설을 몇권 읽긴 한것 같은데 어렸을 적에 이름은 많이듣고 생각보다 책은 많이 못 봤던 것 같아요. 오히려 루팡을 훨씬 많이 읽었지요. 루팡도 재미나지만, 기회가 될때 예전 고전이기는 해도 셜록 홈스를 다시 읽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으로 나온 명탐정 셜록 홈스 몇권을 읽게 되었는데, 못 읽어본 내용들이라 더 반갑게 읽었답니다.

 

<얼룩무늬끈>,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 <사라진 공격수> 등 네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이었어요. 모두 왓슨과 셜록홈즈가 등장하는 이야기였구요. 얼룩무늬끈은 표지에 적나라한 그림을 보고서, 음, 결과를 짐작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하니 좀 아쉬웠지만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와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은 꽤나 재미나게 읽었답니다. 아이들에게는 너무 자극적인 내용이 좋지 않을 듯 하니 이 정도는 괜찮을 것 같아요 왓슨은 너무 이상하고 무서운 그런 이야기라고 했지만, 이미 나이들어서 무서운 이야기 많이 들은 제 눈에는 그렇게 무서운 사건처럼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요.

 

아서 코난 도일 저자 자신이 의사 출신이라,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건 전개 등이 흥미롭게 느껴지구요. 왓슨을 통해 자신을 많이 투영한 방식이 사람들에게 더욱 사실감있는 이야기로 와닿게 만드는 것 같아요 셜록 홈스가 독특하고 흥미로운 사건이 아니면 잘 맡지 않으려했다는 이야기들을 접하며 새삼 어릴적 잊혀졌던 셜록홈스를 되살리는데 재미나게 기여한 책이 되었네요.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에서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에 초점을 맞추다가, 양이 발을 절룩거린다라는거나 갑작스레 조교 부인에게 드레스 입고 파티에 나온 적이 없냐는 홈스의 질문에서 실마리를 얻기 위해 노력했는데 양은 너무 생뚱맞아서 뭔지 알수가 없었어요.그러다 결론을 읽고, 아하~ 하고 수긍했네요.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은 평범하게 가정교사 일을 맡길 원했던 여인에게 자꾸 이상한 임무가 주어지고, 그 일을 맡지 말라고 권하는 셜록 홈스를 보며 무슨 일이 정말 벌어질것같은 두려움에 저까지 같이 긴장하게 만든 스토리였지요.

"그거 아나, 왓슨?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소위 직업병이라는게 있지. 무엇을 보든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연관지어 생각하는건데, 자네가 농가들이 띄엄띄엄 있는 전원 풍경을 보며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있을 때 나는 이곳이 너무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은밀한 범죄가 일어나기에는 최상의 장소야."

"집어치우게!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범죄 따위와 연관짓다니!" 119p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

아름답고 한적한 시골마을로 들어서면서 홈스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더욱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구요.

 

자극적이지 않아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셜록홈스는 역시 불후의 명작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더욱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지요. 그 다음 권 붉은 머리협회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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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김치 : 나의 첫 번째 요리 선생님 - 한권으로 끝내는 대한민국 대표 김치 ㅣ 나의 첫 번째 요리 선생님
한명숙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품절


결혼 후 책을 보고 여러 요리에 과감히 도전해 봤지만, 아직 못 해본 음식이 딱 하나 있다. 바로 김치.

주부의 손맛을 자랑하는 김치를 어떻게 내가 감히! 라는 생각이 들어 여태 해본 적이 없었다. 양가에서 얻어 먹는 김치로 지금은 김치 걱정 없이 살고 있지만, 언젠가는 꼭 내 손으로 김치를 담글 날이 올텐데 생각하면, 아득한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었다. 어디 나뿐일까? 예전 직장 다닐때 열살 위쯤 선배님들만 해도 벌써부터 김치를 사먹는다 하였다. 손에 익지도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 먹는게 빠르단다. 나도 앞으로 그렇게 될까? 막연한 두려움이 앞서면서, 그렇다고 해먹을 자신은 생기지도 않고, 막막한 걱정이 김치와 김장 앞에 있었다.



주부들의 성역처럼 느껴지는 김치.

얼마전 친구가 아이 유치원에서 배추를 받아왔다며 난감해하는 것을 보았다. 김장철 직전에 아주 커다란 통배추를 두 포기나 선물받아 (유치원과 제휴맺은 농촌이 있는지, 그 곳에서 가끔씩 아이들 체험학습도 시켜주고 이렇게 채소를 선물해주기도 한단다.) 어찌할바를 몰라 난감해하다가,(친구도 친정에서 김장 김치를 갖다 먹고 있었기에) 아이 김치라도 담가야겠다며 책을 보고 도전하였다. 며칠 후 친구는 아무리 소금을 넣고 절여도 절여지지 않은 배추때문에 김치가 망쳐졌다며 게다가 부피도 커서, 김치 담고 남은 절인 배추를 친정에 들고 가니 웬 생배추를 들고 왔냐는 이야길 들었다고 폭소하였다. 음, 도전을 안해서 그렇지 도전한다면 내 모습도 크게 다를 다 없으리라.


많은 요리책에 김치에 대한 언급이 가끔씩 나오지만, 그냥 넘겨볼뿐 쉽사리 해볼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 쉬운 김치, 엄마 김치만큼 맛있고 밥짓기처럼 간단하다라는 부제가 달린 김치 전문 책을 보자 나도 정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충분해도 나중에 우리 식구, 우리 아이 입에 들어갈 김치 모두를 사서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언젠가 정말 배우긴 배워야할 김치였다.

어른들께 배우자니 솜씨가 없는 내가 양도 가늠하기 힘든 분량을 눈대중으로 소개받아 만들긴 정말 어려움이 큰 부분이었고, 차라리 계량이 정확히 나와있는 책을 보고 연습해나가는게 수월할 듯 싶었다. 김치는 짜도 싱거워도 문제니 말이다.


김치 재료 고르는 법, 배추 절이기, 김칫소 만들기, 소 넣기, 김치 보관하기와 김장 쉽게 담그도록 미리 준비하는 법 등이 기본 레시피 설명전에 잘 나와 있었다. 배추 절이기를 보니, 친구에게도 이 책을 추천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반 책에서는 배추 절이는 정도야 다들 알겠지 싶어 소금을 넣어 절인다 정도로 생략이 되어 있었나보다. 아무리 넣어놔도 절여지지 않았다고 풀이 죽은 친구에게 "네 탓이 아니야. 너도 이 책 봤음 잘 만들었겠지."를 말해주고 싶어졌다.


김치 하면 배추 김치, 열무김치, 얼갈이 김치, 깍두기 등만을 떠올리곤 했는데, 계절별 제철 채소로 제때 맛있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김치를 구분해놓아서, 시기마다 알맞은 김치를 초보주부의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게 소개해놓았다. 11월에 담그는 김장김치는 대대적인 행사가 되기는 하지만, 이 책이 있다면 적은 양서부터 조금씩 도전해봐도 좋음직 했다. 갓김치는 친정집에서도 담가본적 없는 김치였는데 가끔 사먹거나 식당에서 맛을 볼때 그 맛이 꽤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집에서 이렇게 직접 만들어봐도 무척 좋으리라.


아이가 아직 어려 김치를 비롯한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한번도 먹여본 적이 없었는데, 요즘 매운 맛을 어릴때 기피하다보니 자꾸만 김치를 안 먹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조금씩 김치맛에 길들여보려고 김치를 물에 씻어 잘게 다져 볶음밥이나 김밥에 넣어보기도 하는데 아이가 금새 맛을 알아차리고 맛있는 김치를 거부해 서운한 감도 들었다. 야채와 친하지 않아 김치를 멀리하는 것도 있지만, 그래도 한국인 입맛에 김치 없이 어찌 살겠는가. 고춧가루가 없는 김치라도 조금씩 가까이하게 해야겠단 생각이 들던 터에 자극적이지 않아 아이들도 잘 먹는다는 말이백김치는 얼른 도전해보고픈 김치 중 하나였다.

게다가 김치의 장점 중 하나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찬이 되지만, 김치가 들어간 다양한 요리는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고 다양한 메뉴를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얼큰하면서도 깔끔한 맛으로 변신시켜 준다는데 있었다. 바로 그 김치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레시피도 선보였다. 밤중에 요리 책을 들여다보고 오늘 당장 해먹고 싶은 메뉴가 두가지나 생겨서 고픈 배를 움켜쥐고 메뉴 고민을 하다 잠을 청하는 불상사도 발생했다. 오늘의 메뉴로 만들고 싶은 메뉴는 김치 볶음 우동과 김치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요리에 김치가 들어가 깔끔한 맛이 될거란 기대감이 드니 밤중에라도 일어나 만들고 싶은 요리들이었다.



묵은지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묵은지 고등어찜, 돼지고기 김치찜 등의 푸짐한 메뉴서부터 뜨끈하게즐길 김치 전골, 한여름 시원하게 먹을 열무김치 비빔국수, 김치 냉소면 등 참 다양하고 알찬 메뉴가 가득해 김치! 하면 담그는 법서부터 응용할 요리까지 이 책 한권 찾아보면 되겠단 생각에 깔끔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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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바디 사인 - 엄마가 반드시 알아야 할 아기 건강의 모든 것
조앤 리브만 스미스, 재클린 나디 이건 지음, 장여경 옮김, 김희주 감수 / 리더스북 / 2011년 11월
절판


첫 아이를 갖고 설레는 마음으로 서점에 가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서적들을 고르던 생각이 난다. 오랜만에 들른 서점에서 한참을 신중하게 고른 책을 꼭 안고 돌아와 임신 기간 내내 열심히 읽어봤던 기억이 있다. 사실 아기를 낳고 나서도 궁금증에서 찾아보게 되기도 하지만 낳기 전에 더 많이 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막상 아기를 낳아 키우면 젖먹이고, 재우고, 돌보고 하는 그 과정들이 생각보다 빨리 진행되어 아이가 어디 아픈게 아닐까 싶어 서둘러 다시 찾아읽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열심히 자리에 앉아 책 볼 시간이 나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의 바닥에 등을 대고 자지 않으려했던 아기 덕분에 돌까지는 정말 정신없이 보냈다. 짬만 나면 나도 자야했기에..

그럼에도 아기 건강에 관한 책은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아기 낳은 이후라도 꼭 챙겨보게 되는 책이었다.

두어권의 책을 돌려 읽다보니, 충분한 설명이라는 느낌이 들지를 않았고 꽤 유명한 책이었음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가슴이 철렁하는 부모들은 특히 밤중에 아프면 어찌할바를 모르고 응급실로 달려가는게 다반사다.

그럴때 응급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초보부모들도 간단히 구분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베이비 바디 사인은 그런 나의 욕구를 채워줄 책이 되었다.



이 책은 부모들이 아기의 몸에 나타난 이상 징후를 놓고 당장 병원으로 가야할 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두어도 좋을지에 대한 분별력을 키워주는 매우 훌륭한책입니다. -노정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장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었지만, 나도 아이 돌때까지는 정말 사소한 변화에도 민감했고 아이가 까닭을 모르게 자지러지게 울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경험을 숱하게 해야했다. 아이가 이유식을 너무 먹지 않아 철분이 부족한 것도 고민이었고, 응급실까지 달려간 적은 없지만 새벽에 친정 부모님이 건너오시거나, 낮에도 숱하게 인맥을 동원해 지인인 소아과 의사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응급실은 아니라도 소아과에 달려간 적도 물론 여러번있고 말이다.



이미 양육 면에서는 한참 선배이신 양가 어머님들조차 막상 아이를 앞에 두고서는 나보다 더 걱정하실때도 많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머리를 자꾸 찧는 것도 걱정의 대상이었다. 책에서는 충분히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설명을 한다. 20퍼센트 정도의 아이가 생후 3개월에서 4개월 사이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이런 행동은 남아가 여아보다 3배정도 많다고 하였다. 투정을 부릴때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 아이가 여기에 해당되었던듯), 극도로 자극을 받은 아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하는 행동도 있다고 하였다. 특히 청각장애나 시각장애 또는 정신지체가 있는 경우 자극 부족으로 위안을 얻기 위해 머리를 찧거나 돌릴 수 있다는것. 자폐증이나 아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들의 장시간 머리를 찧거나 흔드는 경우는 자해할 위험이 높아 주의대상이라 하였다.

평범한 아이의 경우는 머리찧기와 흔들기가 보통 15분을 넘지 않고 이 정도는 뇌손상이나 기타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지 않는다. 만 4세쯤에는 흥미를 잃는다.



한동안 머리 찧기를 아이가 해서 무척 걱정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하지 말라고 제지를 하다가, 말을 하니 더 하는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해도 무심히 흘려버렸더니 더이상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어느 아이의 자해했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던 친정 엄마께서 머리찧기를 절대 못하게 하라고 하셔서 나도 걱정이 되었었는데 되도록 안하도록 타일러 주는게좋기는 하지만 어른들 걱정하실 정도로 그런 심한 정도가 아니어서 무척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좀더 안심을 하였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들었다.


0세에서 3세까지 말을 잘 못하는 아기들이기에 아파도 말로 정확히 알려줄수없으니 아이들의 이상징후를 몸으로 보내는 신호를 잘 이해하고 대처하는 수 밖에없다. 아기가 아플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징후인 발열, 설사, 구토, 호흡곤란, 무기력 등으로 파악을 하곤 하지만, 의학적인 문제가 있는 아기들이 모두 이렇게 명백한 징후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안 그래도 노심초사하는 엄마들에게 그럼 어떻게? 하는 대안이 필요할 터였다. 사실 우리가 대부분 쉽게 간과할 만한 것들 중에서 오히려 심각한 질병의 전조일 경우가 있어 그런 것들은 꼭 알고 넘어가야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무척 드물겠지만 말이다.

입술의 짙은 주근깨가 정상적 현상인 경우도 있으나 잠재적으로는 심각한 희귀 유전질환인 포이츠 예거 증후군의 최초 경고 신호일수도있고, 하얀 앞머리는 아기가 모자를 쓰지 않은채 햇빛에 장시간 노출됐다는 의미일수도 있으나 잠재적으로 심각한 희귀질환인 바르덴부르크 증후군의 특징일수도 있다고 한다. (바르덴부르크 증후군이 있는 아이는 중등도 내지 중증의 난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흰색 앞머리가 있는 아기는 반드시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66p) 희귀질환까지 염두에 둬야한다면 참 골치아플수있겠지만 사소한 정보를 놓치지 않아 아이의 좀더 안전한 건강까지 완벽하게 챙길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싶다.


우선 책은 눈에 잘 들어오는 구성으로 씌여 있다.

아기 머리에 있다는 천문부터 시작되는 첫 장은 천문을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글로 부연 설명을 해준다. 또다른 팁 같이 옆에 중요한 사실을 별표로 따로 표시해 눈에 들어오게 표시해두었고, 엄마들이 궁금한 여러 질문들에 대한 질의 응답의 형식으로 답변을 해주어 필요한 정보를 장마다 찾아보기 편하게 해놓았다. 예방신호와 경고신호는 따로 색을 칠한 박스 안에 실어 눈에 더욱 잘 띄게 구분해서 예전에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찾아 읽을때 더욱 유용하게 도움을 주었다.

끝으로 단원별로 맺음말을 첨부해 다시한번 요약하는 정보로 의사에게 바로 연락하거나 병원으로 가야하는 경우를 짚어주고 있다.



첫 아이가 39개월이 되었음에도 책을 다시 읽으며 내가 몰랐던 정보들이 참으로 많음에 놀라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기의 다크 서클은 알레르기의 신호일수있다고 한다. 다크서클이나 눈밑 처진 살은 수면부족이 아니라 알레르기로 인해 발생합니다. 다크 서클은 또한 부비강 염증과 충혈을 야기하는 다른 코질환의 신호일수있습니다. 또는 유전적인 특성일수있으며 살결이 흰 아이의 경우 특히 눈에 잘 틥니다. 이때는 사라질 가능성이 없습니다. 114p

아기의 다크 서클을 세가지 예로 설명하는 글이었다. 우리 아기도 가끔 다크 서클이 보이던데 피곤해서 생긴게 아니었구나, 엄마가 이렇게 무심하다 싶었다.



q.만 2년 6개월 된 아들이 변기를 사용한 후에 변이 자주 떠 있습니다. 이것이 나쁜 신호일수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a. 변은 대부분 변기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이나 기타 가스를 유발하는 음식을 섭취한 뒤 생기는 과잉 가스로 인해 변이 부유하는 것입니다. 가스가 위장감염의 부산물이라면 아기는 설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변이 뜨는 경우가 잦다면 셀리악병, 낭성 섬유증,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흡수 장애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364p



첫 아이는 벌써 네살이 되었지만, 둘째를 계획하려 하는지라 거의 초심으로 돌아가 아기를 키워야 할 듯 싶다. 터울이 많은 아이를 낳게 되면 아무래도 첫째 때 기억이 많이 나지않고 첫 아이 키우는 심정으로 키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초보 엄마의 마음으로 걱정이 많을 적에 이게 정말 중요한 신호인지 아닌지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싶다면, 그럴때 참고하기 좋은 참고서적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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