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기차 - 2009년 라가치 상 뉴호라이즌(New Horizons Award) 부문 수상작 ㅣ 뜨인돌 그림책 29
사키 글, 알바 마리나 리베라 그림, 김미선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12월
절판


라가치상 수상작품으로 예전에 하인츠 야니쉬의 <다리>라는 그림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라가치상 수상작으로는 그래서 두번째 책을 읽게 된 셈이었네요. 두 권의 책 다, 제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발상이 눈에 띄는 점이있다는게 또다른 공통점일거예요.


이야기 기차는 그림책 표지가 신선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기차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몇번이나 끼웠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기차의 느낌을 살려 놀았을 정도지요. 표지에서 이렇게 옆으로 책을 빼내면, 스르르 빠지는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보통 그림책에 한번더 포장이 되어있는 겉표지나 띠지는 엄마는 꼭 끼워놓는데 아이는 빼서 휙~ 버려버리더라구요. 그런데 이야기 기차 표지는 아이 마음에 들었는지 항상 끼워놓고 좋아하더군요.


한 부인이 아이 셋을 데리고 기차에 탔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개구질때인지, 동석한 다른 손님은 아랑곳않고, 각자가 자랑하는 개인기(옆에서 보는 사람은 참아주기 힘들 정도로)를 자랑하며 부산을 떱니다. 아저씨는 아주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고 있구요. 아이들의 보호자인 부인은 조용히 시키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이야기 하나를 시작하지요. 착한 아이가 착했기때문에 목숨을 구한다라는 이야기였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도 아이들은 재미없어하고, 같이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가, 또다른 이야기를 꺼내 아이들을 매료시킵니다.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심하게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이들은 또 착한 이야기야? 하며 지루해할뻔 하다가 심하게, 엄청나게라는 표현에 매료되어 아저씨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보다보니, 이 착하다는 아이, 어디선가 본 것 같네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예쁜 모습을 닮은게 아니라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준 부인과 눈매며, 얼굴, 그리고 머리위 빨갛고 어색한 리본까지 똑 닮았습니다.



엄청나게 착해서 메달을 세개나 받은 소녀 베르타, 말 잘 듣는 상, 공부 잘 하는 상, 바른 생활 상 세개의 메달을 쩌렁쩌렁 걸고 다녀서 온 마을에 그녀를 모르는 이가 없었고 왕자님에게까지 초대를 받기에 이르지요.



착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려서부터 저도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담은 이야기, 그림책을 주로 읽고 자랐고,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으나 자라면서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육아서에도 잘 나와있지요. 착하지? 우리 아들, 그러니까 네가 양보해야지. 하는 식으로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고, 착한 행동만 강요하는 것이 아이 교육에 바람직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특히나 아이가 얌전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성격이라고 더욱 그런 성격을 강요하면, 앞으로 자기 주장을 펼칠 위치와 나이가 되어도 절대 자기 주장 하나 마음껏 내세우지 못하고, 착한 아이 신드롬에 빠져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착한 것을 강요하는 책이 옳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늘 들어왔어요 대부분의 그림책이 그런 책이 많구요. 특히 전래동화가 그렇지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확 벗어난, 어른조차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아직 어린 우리 아들은 제대로 그 깊이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야기 기차에는 쏙 빠져들었는데 책 내용에는 끝까지 집중을 못했지요. 게다가 끝의 결말은 저도 들려주기 살짝 무서울 정도였어요. 아이가 겁이 좀 많은 편이라 그런 결말이라면 두려워할게 뻔했거든요. 되도록 발랄하게 후다닥 끝을 마무리하며 읽어주려고 했는데 좀더 자라서 현실과 이상을 확실히 구분하게 되면 겁을 덜 내고 읽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착하다는 것을 강요받기보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때 이 책이 와닿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그리고 그때는 진정 착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생각하고 물을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겠지요. 통속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아니라 신선하기도 했고, 그냥 와닿기보다 한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 독특했던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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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 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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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님이 요즘처럼 티브이에 자주 얼굴을 내미시기 전에도 종종 티브이에서 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저자분의 책을 아직도 한권도 읽어본적이 없음에 말이지요. 그분의 일생 이야기 한토막 한토막 듣다보면 특이한 기인이 아니신가 싶었는데, 글을 읽기 않았다니요.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괴물, 황금비늘, 하악하악, 아불류 시불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모두 귀에는 익은 제목들인데 그만큼 베스트셀러는 되었으나 제가 읽어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분의 신간 절대강자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냥 저자분이 살아오신 이야기만 전해들었을뿐 책속에서 만나뵙는건 처음이었는데 글이 참으로 와닿아 더욱 놀랐습니다. 시일수도 있고 에세이일수도 있고 짧고 간결한 글들이 눈에 띕니다. 마치 여백의 미를 살리는 수묵화의 장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글은 짧으나 그 안의 생각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이외수님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그분의 이름을 너무나 익히 잘 알고 있어 그런지 그분 아드님을 만나본 일은 기억이 나네요 저랑 동갑인것으로 아는데 대학생때 친구의 친구로 한번 본 적이 있었답니다. 키도 훤칠하게 크고 인물도 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자분께는 죄송하지만 미인인 엄마를 닮으셨나? 싶었답니다. 히힛



대하기 어려운 지나친 무게와 깊이를 자랑하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음을 글로써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님 댁 앞에서 제자로 받아들여달라며 무릎꿇고 며칠 기다렸다는 어느 청년은 무얼 배우고 싶냐는 저자분 말씀에 "무술"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저자분이 무술도 잘하시던가요? 아뭏든 참 재미난 세상입니다.


절대강자.

이외수님의 책이기에 읽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을 괴롭히던 그 쓸데없는 고민들을 몰아낼수있을 것 같아 펼쳐든 까닭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 다닐때야 이런 저런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결혼 후 방콕하고 있으니 고민할 거리도 대폭 줄어들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든 중원이 되는법,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쌓다보니 좋은 일만 있다기 보다 상처입을 일도 많이 생겨났답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더불어 일(?)로 만난 어중간한 사이에도 그렇게 마치 자신이 상사인양 정나미 떨어지게 대하는 사람을 보니, 제가 직장에 취업이라도 한건가? 직장 다닐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싶은 것이 황당하기 그지 없었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절대강자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다스려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자분 또한 당했던 황당한 이야기들이 유머처럼 숨겨져 나옵니다. 처제의 일기장 이야기는 다른데서 패러디된 이야기를 제가 전해들은 건지 , 저자분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겪으신건지, 아뭏든 다시 읽어도 재미난 부분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입체느낌이 잘 살아있는 유물 그림은 또 어떻구요. 정태련님이 그린 그림이라는데, 우리나라 아름다운 유물의 느낌을 잘 살려 그린 것이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이외수님의 글을 잘 닮아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면서 존경하고, 그러기에 두려워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잘 드러나있습니다. 가정이 화목한 사람이 바깥일도 잘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화장품 한번 안사주냐 묻는 아내에게, 당신같은 미인에게 화장품을 사주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 받아칠 수 있는 은근한 낭만이 있는 남편, 얼마전 모 유머란에 아내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다닌다는 어느 남자의 글귀가 생각나 더욱더 비교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여자랑도 사는데,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는데 라는 식의 댓글에 웃음보다는 아내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신랑 뭐가 예뻐서 뒤치닥꺼리 다 해주고 살까 싶은 그 아내분이 말이지요. 이외수님 같은 분이라면 아내들도 힘이 나서 신랑을 위해 정성껏 내조할 자신이 생겨나겠지요. 저도 자상한 우리 신랑 앞으로 더욱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탁 막혀 답답한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비실비실 웃음도 새어나오고, 잠깐 쉬어가는 여운도 느끼고 여러모로 휴식을 느끼게 될것 같네요. 개인사만 갑갑할까요. 나라일 돌아가는 것도 속상하고 갑갑한 일 투성이인데, 담아두고만 살면 쌓여서 폭발하지 않을까요. 누가 이렇게 글로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절망아,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너한테 진거 아니거든.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살아있기에 우리는 이미 절대강자인지 모릅니다. 소중한 우리 인생, 절대 하찮은 일로 쉽게 포기하거나 깊은 절망에 빠져있지 않도록 건져내고 다독이시길 바랄께요.

이외수님께 깊은 한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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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용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4
루이사 비야르 리에바나 지음, 클라우디아 라누치 그림, 이선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1월
구판절판


모 연재만화를 보니 아들이 어릴적에 자동차를 좋아하다가 좀더 크니 공룡에 홀릭하기 시작한 공룡기가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들도 대단한 자동차, 특히 중장비와 소방차 홀릭이라 조만간 공룡을 좋아하겠거니 했어요. 동물들 중 징그러운 악어에도 관심을 갖고, 뽀로로의 크롱도 좋아했거든요. 공룡 책 보여줘도 무서운 거 싫어하는 우리 아들임에도 무척 즐겨봤구요 새해부터 다섯살이니 이제 좋아할 시기가 된건가 ? 했는데 얼마전부터 상상의 친구로 공룡이를 만들어냈어요.



엄마 공룡이가 현관에 들어와있어 혼내줘. 나 무섭게 하니까 혼내줘.

공룡이가 어지럽히고 청소 안했으니까 혼내줘.

이런 식으로요.

물론 아이도 알고 있어요 공룡이는 예전에 다 죽고 세상에 없어서 책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이는 늘 상상 속 존재를 투명 친구 삼아 이야길 한답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용은 우리나라에서 친숙한 용의 그림이 아니예요. 오히려 공룡에 가깝지요. 서양의 용은 우리가 기억하는동양의 길고 날씬한 용과 다른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익룡의 모습도 많이 나오고, 여기서도 그 모습에 더 가까운데 좀 체구가 커서인지 날개가 너무 귀엽게 나와버렸네요. 어찌 되었던 공룡과 흡사해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한 느낌을 주는 용입니다.



그거 알아요?

용들은 백년에 한번 잠에서 깨어난대요.

백년에 한번씩 깨어난 용 고도프레드는 친구들 용을 만나러 갑니다. 용은 사람들뿐 아니라 들국화며 자신을 상대하는 모든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나봅니다. 용들을 축하하기위한 공연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처음 들은 고도프레드는 그대로 그 음악에 반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은 바이올린을 만져보다가 그만 망가뜨리고 말았어요.

너무 안타까웠지만 자신에게 맞는 다른 일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친구인 들국화가 추천해주는 일부터 시작해서요. 특히 불을 끄는 소방관, (음, 불뿜는 용이 불끄는 소방관이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데)은 옷도 멋지고 출동할때까지만 근사했어요.

소방관일에 실패하고 고도프레드는 다시 바이올린이 생각났으나 친구는 다른 일을 권합니다. 여행가는 어때? 운동선수는? 고도프레드는 바이올린 생각이 간절했지만 친구들의 조언을 따라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추천받은 일을 해야하니 원하지도 않는데 하려해서 그런지 자꾸만 실패하게 되고 그럴수록 바이올린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깊어졌지요. 연주회에 다시 갔다가 바이올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욱 멋진 신비한 소리를 내고 큰 크기의 콘트라베이스를 만나게 되었어요.

드디어 고도프레드가 찾던 악기를 만나게 된 것이었지요 콘트라베이스라면 고도프레드 키에도 잘 맞고, 바이올린처럼 망가지지도 않을테니까요.



백년만에 깨어난 잠이어서,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어렵고 보람있게 느껴졌을텐데, 계속된 실패로 좌절해 있기만했다면 고도프레드가 진정으로 찾던 일을 찾아내지 못했겠지요.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뭐가 하고 싶은지를 계속 생각해왔기에 결국 하고 싶으면서도 할 수 있는 연주자의 꿈을 이룬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꿈을 심어줄 고도프레드의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바이올린이 용에겐 너무 작은 사이즈지만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도프레드의 일화를 통해 배웠듯이 아이들도 꿈을 갖고 노력하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실패를 너무 두려워말라는 그런 교훈이 인상깊은 동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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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엄마는 항상 애틋한 존재이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어디있어?" 아니냐고 말이다. 정말 그랬다. 집에오면 습관적으로 엄마를 찾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고, 늘 엄마는 포근하고 안정된 집과 같은 그런 존재였다. 엄마가 직장에 나가시면서는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어릴적에 충분히 곁을 지켜주신 것만으로도 소중한 안식이 되었다. 예전 직장 선배중 한분은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 어릴적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겠다고 호언장담하신 적이 있었다. 유치원 원장이었던 엄마가 늘 바빴기에 집에 가면 늘 열쇠로 혼자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는 처지가 너무나 씁쓸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분은 아기를 낳고 아직도 직장에 다니고 계시지만..



어릴적 내 모든 것의 기본이었던 엄마, 내 사랑의 가장 큰 원천이었던 엄마, 그 위대한 이름이 드디어 내게 붙었다. 아직 난 우리엄마처럼 그런 위대한 이름이 불리워질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가 나를 보고 엄마라 부르고 뽀뽀해주고 꼭 껴안아준다. 엄마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우리를 대해주셨듯이 나도 그렇게 내 아이에게 하고 싶은데 마음은 그런데 늘 정신은 딴데 가 있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엄마처럼, 희생적으로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그 반의반만이라도 하고 싶은데 말이다.

책 속 저자는 싱글이기에 결혼한 여동생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말을 한다. 따로 나가 살고 있어서 한번 집에 다녀오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기쁜 얼굴로 맞아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일년에도 여러번씩 집에 방문한다고 하였다.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지만,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마음 또한 아름답기만 하다.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사진첩 보는 시간 역시 허투루 여기지 않고 엄마의 진심을 위해 없는 질문까지 생각해내면서 엄마와의 대화시간을 즐기는 그녀, 참으로 멋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보러 도쿄에 올라오는 엄마께는 꼭 엄마의 패션을 칭찬해 드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에 10여년 떨어져 살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결혼하고서도 친정에 가까이 살게 되어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자부하면서도 막상 일일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드린단 생각은 못해봤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딸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내게는 그런 딸이 없는데, 아들만 하나 있는데..엄마는 그런 날 보며 딸을 꼭 낳아야할텐데 하신다. 사실 나와 동생 모두 엄마를 극진히 사랑하면서도 실제 대할때는 자기도 모르게 퉁퉁 거릴때가 많았다.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엄마 연세 드시는 생각은 못하는건지) 어릴때와 달리 엄마를 짖궂게 놀리기도 하지만(예를 들어 건망증이라던지, 엄마의 독특한 습관 등) 그럼에도 엄마는 우리를 늘 사랑으로 대하신다.

여행갈때 손톱깎이까지 갖고 다닌다는 저자의 엄마를 신기하게 생각했다가 오늘 바로 같은 경우를 겪고 나서 깔깔 웃고 말았다. 논산에 다녀올일이 있었는데 아이 손톱이 긴데도 미처 깎아주질 못해 아이가 자꾸 얼굴을 긁다가 상처가 생겨 걱정만 하면서 차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손가방에서 손톱깎이를 꺼내시는게 아닌가? 오잉? 책 속의 엄마가 여기도 계셨네.



편안한 에세이와 함께 저자의 만화가 에피소드로 다시한번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후딱 다 읽고, 우리 엄마를 다시 생각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일에 참 열심이신 엄마, 직장 일도 집안일도 모두 만능으로 척척 잘해내시고, 우리에게도 최고의 엄마가 되어주시는 내 영원한 사랑, 그 사랑을 이젠 나에 이어 우리 아이에게까지 이어주고 계시니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요 녀석이 그렇게 예뻐해주신 공도 모르고 자꾸 외할머니에게 퉁퉁거려서(최근에 무척 바쁘셔서 좀 못놀아주셨다고 아이가 좀 토라졌나보다) 나까지 죄송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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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래스팅 - 완결 ㅣ 이모탈 시리즈 6
앨리슨 노엘 지음, 김은경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그 여행은 여기서 시작돼."

노파는 우리 발을 가리켰다. 아니, 진흙을 가리킨 건지도 몰랐다. 나는 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노파와 다시 눈이 마주쳤을때 노파의 말이 진짜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여행은 진실에서 끝나." 86p

 

에버모어로 시작했던 에버와 데이먼과의 만남은 이제 6권 에버래스팅을 끝으로 결말로 다가가고 있었다.

1권에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에버가 혼자서만 살아남고, 그 배후에는 데이먼이라는 불사자가 관련되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에버 또한 그의 도움으로 불사자가 된 것이다. 윤회를 거듭하면서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데이먼과 엮여지는 에버였지만 결국 그녀를 죽이는 또다른 불사자에 의해 그들의 사랑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에버모어 시리즈로 전개된다. 계속 죽임을 당했던 에버가 불사자가 되었고, 자신을 계속해서 죽인 드리나를 죽였다. 그리고 완성될것같았던 그들의 사랑은 또 다시 등장하는 새로운 불사자들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또한 에버의 친한 친구였던 헤이븐까지도 에버를 적으로 돌리고 증오하는 대상이 되었다.

 

불운한 연인이었던 데이먼과 에버가 둘다 불사자가 됨으로써 드디어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 믿었지만, 뜻하지 않은 방해로 둘은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직접 접촉하면 치명적인 위해가 가해지는 그런 독에 중독된 것이었다. 해독제를 가진 로만이 죽음으로써 둘의 사랑은 이대로 묻혀지는 줄 알았다.

 

서머랜드라는 아름다운 환상의 장소에서 둘은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환상 속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장소인 섀도우랜드로 불사자 몇을 보내고 나자 서머랜드의 진흙탕, 어두운 곳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느낌의 중심에 에버를 향해 자꾸만 뭐라 중얼거리는 웬 늙은 노파가 있었다. 에버래스팅은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데이먼은 자꾸 외면하려고 하지만, 에버는 자기도 모르게 그 할머니에게 이끌려 서머랜드에 들어가게 된다. 자꾸만 늘어나는 진흙탕이 자기 탓인 것만 같았고, 그 해결의 열쇠가 에버에게 있다고 하니 아니, 정확히는 에버를 아델리나라 부르며 아델리나에게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에버래스팅에서는 놀라운 진실이 밝혀진다. 데이먼이 불사의 삶을 살기 시작한 그 이전의 전생이 밝혀진 것이다. 데이먼 뿐 아니라, 에버와 드리나, 헤이븐 등 그들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그 최초의 전생에 맞닿아있었다.

 

불사자들의 사랑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사실 이야기가 시작되던 때부터 몹시 궁금했었다. 그냥 한번에 유야무야 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처음에는 재미있다가도 뒷힘이 부족해 결말은 흐지부지한 영화와 책등을 많이 봐왔던 터라 걱정도 앞섰는데 다행히 이 시리즈의 결말은 그렇게 무책임하지가 않다. 청소년들이 즐겨 읽을 사랑이야기기는 해도 충분히 책임감있는 결말을 보여줘 다행이란 느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나의 이 짝 말고 또다른 짝을 만나 사랑하는 일을 많이 겪고, 전생에는 더욱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거라 믿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단 하나의 사랑, 변치않는 단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윤회를 거듭하면서도 그 대상은 변하지 않았다.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는 사랑. 현실에서는 사랑이란 유효기간이 무척 짧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에서의 사랑은 한평생 그 이상을 다루고 있다. 몇세기를 거치고, 그 단하나의 사랑을 위해 불사자의 명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불사의 꿈 뿐 아니라 모든 원하는 것들을 바로 그자리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었던 사람들, 물질적인 풍요와 육체적 사랑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 책에서는 다시 짚어보고 있었다.

서양의 소설이면서도 인도의 차크라, 불교의 윤회 사상 등을 다루며 동양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주된 테마로 등장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을 쉽게 바라보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이 말해주는 사랑은 보다 더 특별한 것이 되지 않을까싶었다.

지금의 내 인연이 그렇게 쉽게 이뤄진것이 아닐 거라는 그런 믿음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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