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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엄마는 항상 애틋한 존재이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어디있어?" 아니냐고 말이다. 정말 그랬다. 집에오면 습관적으로 엄마를 찾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고, 늘 엄마는 포근하고 안정된 집과 같은 그런 존재였다. 엄마가 직장에 나가시면서는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어릴적에 충분히 곁을 지켜주신 것만으로도 소중한 안식이 되었다. 예전 직장 선배중 한분은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 어릴적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겠다고 호언장담하신 적이 있었다. 유치원 원장이었던 엄마가 늘 바빴기에 집에 가면 늘 열쇠로 혼자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는 처지가 너무나 씁쓸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분은 아기를 낳고 아직도 직장에 다니고 계시지만..
어릴적 내 모든 것의 기본이었던 엄마, 내 사랑의 가장 큰 원천이었던 엄마, 그 위대한 이름이 드디어 내게 붙었다. 아직 난 우리엄마처럼 그런 위대한 이름이 불리워질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가 나를 보고 엄마라 부르고 뽀뽀해주고 꼭 껴안아준다. 엄마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우리를 대해주셨듯이 나도 그렇게 내 아이에게 하고 싶은데 마음은 그런데 늘 정신은 딴데 가 있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엄마처럼, 희생적으로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그 반의반만이라도 하고 싶은데 말이다.
책 속 저자는 싱글이기에 결혼한 여동생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말을 한다. 따로 나가 살고 있어서 한번 집에 다녀오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기쁜 얼굴로 맞아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일년에도 여러번씩 집에 방문한다고 하였다.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지만,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마음 또한 아름답기만 하다.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사진첩 보는 시간 역시 허투루 여기지 않고 엄마의 진심을 위해 없는 질문까지 생각해내면서 엄마와의 대화시간을 즐기는 그녀, 참으로 멋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보러 도쿄에 올라오는 엄마께는 꼭 엄마의 패션을 칭찬해 드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에 10여년 떨어져 살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결혼하고서도 친정에 가까이 살게 되어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자부하면서도 막상 일일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드린단 생각은 못해봤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딸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내게는 그런 딸이 없는데, 아들만 하나 있는데..엄마는 그런 날 보며 딸을 꼭 낳아야할텐데 하신다. 사실 나와 동생 모두 엄마를 극진히 사랑하면서도 실제 대할때는 자기도 모르게 퉁퉁 거릴때가 많았다.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엄마 연세 드시는 생각은 못하는건지) 어릴때와 달리 엄마를 짖궂게 놀리기도 하지만(예를 들어 건망증이라던지, 엄마의 독특한 습관 등) 그럼에도 엄마는 우리를 늘 사랑으로 대하신다.
여행갈때 손톱깎이까지 갖고 다닌다는 저자의 엄마를 신기하게 생각했다가 오늘 바로 같은 경우를 겪고 나서 깔깔 웃고 말았다. 논산에 다녀올일이 있었는데 아이 손톱이 긴데도 미처 깎아주질 못해 아이가 자꾸 얼굴을 긁다가 상처가 생겨 걱정만 하면서 차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손가방에서 손톱깎이를 꺼내시는게 아닌가? 오잉? 책 속의 엄마가 여기도 계셨네.
편안한 에세이와 함께 저자의 만화가 에피소드로 다시한번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후딱 다 읽고, 우리 엄마를 다시 생각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일에 참 열심이신 엄마, 직장 일도 집안일도 모두 만능으로 척척 잘해내시고, 우리에게도 최고의 엄마가 되어주시는 내 영원한 사랑, 그 사랑을 이젠 나에 이어 우리 아이에게까지 이어주고 계시니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요 녀석이 그렇게 예뻐해주신 공도 모르고 자꾸 외할머니에게 퉁퉁거려서(최근에 무척 바쁘셔서 좀 못놀아주셨다고 아이가 좀 토라졌나보다) 나까지 죄송해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