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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 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1년 11월
작가 이외수님이 요즘처럼 티브이에 자주 얼굴을 내미시기 전에도 종종 티브이에서 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저자분의 책을 아직도 한권도 읽어본적이 없음에 말이지요. 그분의 일생 이야기 한토막 한토막 듣다보면 특이한 기인이 아니신가 싶었는데, 글을 읽기 않았다니요.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괴물, 황금비늘, 하악하악, 아불류 시불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모두 귀에는 익은 제목들인데 그만큼 베스트셀러는 되었으나 제가 읽어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분의 신간 절대강자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냥 저자분이 살아오신 이야기만 전해들었을뿐 책속에서 만나뵙는건 처음이었는데 글이 참으로 와닿아 더욱 놀랐습니다. 시일수도 있고 에세이일수도 있고 짧고 간결한 글들이 눈에 띕니다. 마치 여백의 미를 살리는 수묵화의 장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글은 짧으나 그 안의 생각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이외수님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그분의 이름을 너무나 익히 잘 알고 있어 그런지 그분 아드님을 만나본 일은 기억이 나네요 저랑 동갑인것으로 아는데 대학생때 친구의 친구로 한번 본 적이 있었답니다. 키도 훤칠하게 크고 인물도 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자분께는 죄송하지만 미인인 엄마를 닮으셨나? 싶었답니다. 히힛
대하기 어려운 지나친 무게와 깊이를 자랑하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음을 글로써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님 댁 앞에서 제자로 받아들여달라며 무릎꿇고 며칠 기다렸다는 어느 청년은 무얼 배우고 싶냐는 저자분 말씀에 "무술"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저자분이 무술도 잘하시던가요? 아뭏든 참 재미난 세상입니다.
절대강자.
이외수님의 책이기에 읽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을 괴롭히던 그 쓸데없는 고민들을 몰아낼수있을 것 같아 펼쳐든 까닭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 다닐때야 이런 저런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결혼 후 방콕하고 있으니 고민할 거리도 대폭 줄어들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든 중원이 되는법,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쌓다보니 좋은 일만 있다기 보다 상처입을 일도 많이 생겨났답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더불어 일(?)로 만난 어중간한 사이에도 그렇게 마치 자신이 상사인양 정나미 떨어지게 대하는 사람을 보니, 제가 직장에 취업이라도 한건가? 직장 다닐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싶은 것이 황당하기 그지 없었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절대강자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다스려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자분 또한 당했던 황당한 이야기들이 유머처럼 숨겨져 나옵니다. 처제의 일기장 이야기는 다른데서 패러디된 이야기를 제가 전해들은 건지 , 저자분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겪으신건지, 아뭏든 다시 읽어도 재미난 부분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입체느낌이 잘 살아있는 유물 그림은 또 어떻구요. 정태련님이 그린 그림이라는데, 우리나라 아름다운 유물의 느낌을 잘 살려 그린 것이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이외수님의 글을 잘 닮아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면서 존경하고, 그러기에 두려워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잘 드러나있습니다. 가정이 화목한 사람이 바깥일도 잘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화장품 한번 안사주냐 묻는 아내에게, 당신같은 미인에게 화장품을 사주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 받아칠 수 있는 은근한 낭만이 있는 남편, 얼마전 모 유머란에 아내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다닌다는 어느 남자의 글귀가 생각나 더욱더 비교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여자랑도 사는데,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는데 라는 식의 댓글에 웃음보다는 아내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신랑 뭐가 예뻐서 뒤치닥꺼리 다 해주고 살까 싶은 그 아내분이 말이지요. 이외수님 같은 분이라면 아내들도 힘이 나서 신랑을 위해 정성껏 내조할 자신이 생겨나겠지요. 저도 자상한 우리 신랑 앞으로 더욱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탁 막혀 답답한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비실비실 웃음도 새어나오고, 잠깐 쉬어가는 여운도 느끼고 여러모로 휴식을 느끼게 될것 같네요. 개인사만 갑갑할까요. 나라일 돌아가는 것도 속상하고 갑갑한 일 투성이인데, 담아두고만 살면 쌓여서 폭발하지 않을까요. 누가 이렇게 글로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절망아,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너한테 진거 아니거든.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살아있기에 우리는 이미 절대강자인지 모릅니다. 소중한 우리 인생, 절대 하찮은 일로 쉽게 포기하거나 깊은 절망에 빠져있지 않도록 건져내고 다독이시길 바랄께요.
이외수님께 깊은 한수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