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이름이 어쩐지 낯익었던 유명한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그는 쥬라기 공원의 작가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쓰고, 대부분의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된 유명한 작가였다. 이 작품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유고작품으로, 사후 그의 컴퓨터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발견된 작품이자, 그의 첫 모험 소설, 그것도 시도하기 힘들다는 해양 모험소설이라 더욱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한편의 작품이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정말 박진감 넘치는 영화 한편을 보았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근사한 소식까지 접하게 되니 더욱 기대감을 감출 수 없게되었다.
 

소설 속 생생한 묘사들은 정말 예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왔던 잔인한 전투씬을 연상케 하였다. 폭탄에 잘려나갔던 군인의 다리가 영상으로 잡혀 충격을 먹었던 영화, 이 영화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충격을 줄 것같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카살라의 잔인한 살인 취미를 듣는것만으로도 오싹한 기분이 들었는데, 실제로 헌터가 보물선을 끌고가는 과정에서 겪는 각종 모험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고난은 스크린에 펼쳐진다면 19금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이 몇 등장했으니 말이다.

 

1665년 영국령인 자메이카 총독 제임스 앨먼트 경의 아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에서는 해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감춰지고, 사략선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을 한다.

사략선이란 승무원은 민간인이지만 교전국 정부로부터 적군을 공격하고 나포할 권리를 인정받은 무장 민간 선박을 말한다. 사실상 포트 로열의 주 경제 수입원이 사략선의 포획물이다보니 국가와 사략선 선장들간의 암묵적 거래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 있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그다지 신사답지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또다른 식민통치국인 스페인의 배들을 공격하여 얻은 포획물을 공공연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라고해야하나. 스페인의 보물선들을 보호하도록 만들어진 천혜의 요새 마탄세로스. 그 곳에서 카살라에게 살아남아 돌아온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적군들에게는 최악의 명성이 붙어 있는 곳이었음에도 보물선들이 주는 매력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그 보물선을 찾기위해 영국인 선장 헌터는 제임스 앨먼트 경과 손을 잡고 몇 안되는 선원들과 함께 당당히 나선 것이다.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해준 작가님께 다시금 감사드려야 할 정도로 정말 눈에 보이는 듯 헌터의 활약이 진행되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잔인한 스페인의 카살라만이 최종 목표라 생각했는데, 헌터의 활약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반쯤에 벌써 카살라를 만나게 되어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는데, 결말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느슨해지기는 커녕 더욱 탄탄히 조여지는 바람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막판 힘이 보장되는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원작의 힘에 의해서리라.

 

많은 영화를 보면서도 막상 결말이 허전하게 풀어져버리는 바람에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만큼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과감히 탐냈을 정도로 재미난 작품이 될거라 확신까지 들었다. 그만큼 재미나게 읽었던 모험 소설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영문학, 인류학, 의학을 전공했던 (그것도 하버드대에서) 저자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고전 선박의 배치나 구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해서 정말 그가 선원생활을 해본적 없이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 묘사와 전투씬을 그려낼 수 있었나 하는 점이었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것으로는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인 묘사라 느껴졌기에 나또한 해양 정보에 둔감한 사람이기는 해도 생생한 느낌을 받으며 바다 위 모험에 동참할 수가 있었다.

 

진정한 바다 사나이들의 시대. 모험과 음모, 반역과 배신 등이 난무하나 그래도 헌터는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저자가 살아있었다면, 그 후속편마저 기대되었을 이 멋진 소설이 한편으로 마무리되었음에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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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강아지 아무개의 마법
완다 가그 글.그림, 정성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0년 8월
구판절판


유명한 어린이 도서 작가 완다 가그님의 책 중 칼데콧 상을 수상했던 작품을 드디어 만났다. 투명 강아지의 마법. 예전에 읽었던 심술쟁이 아기 괴물도 독창성이 뛰어난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은 제목부터가 정말 참신해서 어떤 내용일지 기대감을 주는 동화책이었다.




옛날 옛날 엄마 잃은 강아지 삼형제가 버려진 농장의 한 구석에 버려진 강아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뾰족한 강아지 집에는 귀가 뾰족한 강아지가 살았고, 꼬부랑 강아지 집에는 귀가 곱슬곱슬한 강아지가 살았고, 지붕이 둥근 강아지집에는 강아지가 살았지만 아무도 볼 수없는 투명 강아지라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볼 수 없어 이름이 아무개인 투명 강아지.



아무개라.. 영어원서도 들어있지만, 정말 한국말로 멋지게 번역했다고 생각했다.

아무개가 뭔지 아는 아이들이 들어도 깔깔깔 재미있어 할 번역.

아뭏든 아무개가 투명한 강아지였지만, 강아지 형제들은 그를 똑같이 사랑하고 투명한 그의 존재를 인정해주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강아지들이 있어.

보이는 강아지가 두마리 있듯이 보이지 않는 강아지도 한마리 있지. 무슨 걱정이람?"


형제들 덕분에 이렇듯 당당한 자신감으로 살아가는 아무개가 멋지고 근사해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사내아이와 여자아이가 강아지들을 발견하고 보이는 두마리 강아지를 소중하게 안고, "마실 우유와 씹을 뼈다귀를 주겠다"며 데려갔다. 물론 투명 강아지 아무개는 보이지 않아 없는 줄 알고 그냥 두고 말이다. 아무개는 자기도 따라가면 되겠지, 따라가면 보살펴 주겠지 하고 따라가다가 그만 길을 잃고 형제강아지들과 아이들에게서 떨어져 혼자 남게 되었다.


평범한 다른 강아지들처럼 사랑받고 싶었던 아무개, 그 아무개의 쓸쓸함과 슬픔이 전해져 읽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 같았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한담. 그대로 따라간다고 했어도 아무개는 인정받지 못했을텐데 길까지 잃었으니..


하지만, 그곳에서 아무개는 마법의 책을 가진 갈까마귀를 만나 도움을 얻는다.

없는 것을 있게 하려면 해가 뜰때 일어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마법의 주문을 외워야 하지.

빙글 빙글 빨리 빨리 I'm busy Getting dizzy

빙글 빙글 어지러워. I'm busy Getting dizzy

이것을 9일동안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 새벽 일찍 일어나 주문을 외우며 어지럽게 돈다는 것. 게다가 9일이나 해야한다는것.

어린 강아지 어린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정말 백일동안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어야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곰과 호랑이 만큼이나 어려운 주문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우리의 아무개는 이것을 차츰차츰 실행해나갔다. 그리고 책을 읽는 아이들은 점점 아무개의 모습이 드러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것이다. 아무개야 힘내. 아무개야 잘해~! 이렇게 응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어린 아이들이 소외되고 외로움을 겪는 것을 일찍 깨닫을 일이 드물겠지만, 행여나 그런 시련을 겪더라도 이렇게 아무개처럼 굳세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멋진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아가는 것처럼 용기를 가지라고 북돋워주는 책이었다.



힘내, 아무개. 힘내, 친구들!



게다가 다른 지양어린이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영어 원서본이 같이 들어 있어서 두권의 책을 더욱 유용하게 볼 수가 있었다. 한글 공부도 하고, 좀더 자라면 영어 공부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투명강아지 아무개의 마법. 아이들에게 멋진 교훈과 영어 실력까지 겸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글로벌 그림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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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마법사 고양이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49
송윤섭 지음, 신민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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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독서 습관 향상을 위한 책먹는 시리즈.

책먹는 여우의 폭발적인 인기에서부터 시작된 책먹는 시리즈가 드디어 4탄까지 나왔다.

이번 편은 책만드는 마법사 고양이이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는 다양한 동물을 주제로 해서, 책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책먹는 시리즈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그 재미를 더해주는 시리즈기도 하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좋아하는 고양이 마법사는 아마추어 발명가였는데,어쩌다보니 만든 발명품들이 다 쓸모 없는 경우가 많았다.

거미줄로 만든 바구니는 물건이 자꾸 달라붙어 쓸수가 업성ㅆ고, 지네발로 만든 효자손은 등을 더 간지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런 고양이 마법사에게도 어느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는데..

 

고양이네 마을에 옛날부터 전해오는 비법서 "모든 문제를 척척 해결해주는 마법책"이 한권 있어서 마을 사람들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곤 했는데, 바로 이 요술같은 책이 어느 날 사라지고 만 것이다.

마법책이 사라지자 마을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화가난 사람들은 찾다찾다가 시장님께 항의를 하러 갔다. 고양이 마법사는 자기가 그 책을 한번 만들어보겠노라고 했지만 오히려 사람들의 웃음거리만 될 뿐이었다.

 

경찰관들도 나서서 의심가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기 시작하는데, 여러 곳을 다녀도 발견하지 못하자 맨 마지막으로 고양이마법사가 그 책을 보았다는 구두 할아버지의 증언으로 나중에는 고양이 마법사에게로 사람들의 눈총이 몰리기 시작했다. 책이 나오지 않아도 사람들은 성이 나서 고양이 마법사를 몰아세우기까지 하였다.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나중에는 거의 폭도가 되다시피 해서 선량한 사람을 몰아세우게까지 된 것이다.

고양이 마법사는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리고, 그 마법서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얼렁뚱땅 마법사이자, 사실은 발명가인 고양이 마법사의 탁월한 해법으로 사람들의 고민이 해결되는 그 순간이 무척 빛이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왜 아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고, 그 속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기도 했고 말이다.

 

우리가 꿈꾸는 마법같은 정답을 들려주는 책, 그 책은 어느 한권이 아니라 우리가 읽고있는 그 어떤 책에서라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재미난 경험과 더불어 그 소중한 진리를,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그 정보를 습득하는게 옳은 것인지를 깨닫게 됨이 가장 소중한 교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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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도 아프다
연송이 지음 / 민트북(좋은인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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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모든 곳에 함께할 수 없어서 엄마를 보냈다고 했다.

엄마 하면 누구나 고결하고 성스러운 존재로 생각하면서 왜 아줌마는 몰상식하고 힘만 센 염치없는 여자로 생각하는 걸까. 따지고 보면 엄마는 '아이를 낳은 아줌마'이다. 엄마와 아줌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선호하는 면이 다를 뿐이다.

10.11p

 



 

며칠전 다녀온 여행에 앞서 전자항공권을 끊었더니 내 이름 뒤에 ms가 붙어 있었다. 미즈의 약자겠지만, 신랑이 그걸 보고 한마디를 한다. "색시 이름 뒤에 ms가 붙대? 모빌 슈츠의 약자인가? 핫핫.." 대충 못알아듣고 넘어가면 좋았으련만, 사실 그러면 신랑이 재미없었겠지..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신랑 만큼이나 나도 대충 어깨너머로 보아온게 있어서 모빌슈츠가 전투용 로봇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웃어넘기긴 해도 어쩐지 씁쓸해지는.. 자기는 웃자고 한 이야기라는데 같이 웃어주긴 해도 속은 쓰렸다.

 

세상에 만능 아줌마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남자처럼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직장에 나가 일을 하다가 어느날 결혼하고 나니 아이 엄마가 되어 있고, 살림에 육아에 때로는 직장까지 힘든 일을 도맡아 해야하는게 아줌마다. 책 제목을 보았을때는 그래, 어느 아줌마의 하소연, 나도 아파 아프다구..이런 내용일까 싶었다.

 

하지만, 친한 이웃인 님의 리뷰를 먼저 읽고 나니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정말 오랜만에 내 속에 들어있는 울컥한 기분을 토해낼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읽어내려간책..

 

정말 솔직하게 아줌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잘나가는 영상 번역작가이자 모 포탈에서 의사마누라라는 닉네임으로 인기리에 활동하기도 하였고, 현재 대치동 엄마로써 두아이의 뒷바라지에 고군분투하느라 16년 결혼 생활에 지쳐가고 있는 아줌마의 솔직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첫 남편과의 만남에서부터 이어져 너무나 재미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누구더러 웃으라고, 재미있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닌 정말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더욱 호감이 갔다.

 

장장 60여차례나 선을 본 남편의 12개의 조건이 적힌 간택지에 11개나 부합하는 여성으로 당당히 간택이 된, 그리하여 아줌마가 된 나. 그 아줌마 신랑의 항문구조까지 알게 했다는 리뷰글을 보고 무슨 내용인가 (본의아니게 )궁금해지고 말았는데, 너무나 외계인같고 여자 같다는 남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정말 아줌마의 솔직함에 웃음부터 났다. 나라면 이렇게 솔직해질 수 있을까? 아마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아줌마~ 정말 멋지고 당당하다. 남편이 붙여준 쌈닭이라는 별명의 동기가 된 언쟁서부터 몰래 숨겨두고 먹는 먹거리의 고백까지.. 화끈한 아줌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정말 쌓여있는 앙금이 싸그리 내려가는것 같다.

 



 

아, 나름 주위 친구들이나 사람들에게는 "나 행복해요. 결혼해서 잘 살고 있어요. 늬들도 결혼해보세요." 라고 결혼 홍보대사처럼 활동했던 나조차도 결혼 5년차 (12월 결혼후 직장 문제로 1월부터 살게 되었으니 실상은 4년차)에 이르다보니 슬금슬금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나보다. 이 책을 읽으며 아, 난 정말 행복하거든요? 하고 말할 아줌마가 몇이나 있을까 싶었다. 어느 대목에서는 맞아 맞아, 정말 그래 하며 무릎을 치기도 할테고, 어느 대목에서는 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올 초 신랑을 따라 내려간 학회에서 장 트러블이 심하게 생겨 너무너무 아팠던 때에, 신랑이 미처 배려해주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나에게 아기를 안고 후딱 호텔로 들어가라고 말했던 그 순간이 아직도 얼마나 서운하게 느껴지는지 모를 것이다. 또, 계속 화장실만 들락거리며 아파하는 내 배위에 아기가 올라타서 (거의 내 배위에 타는 일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 연신 발을 구르며 재미있다고 호피티 타듯 뛰는 아기의 진동 탓에 나중에는 정말 대성통곡하고 말았던 걸 생각하면 좀 진상같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신랑의 배려가 아쉬운 순간이기는 했다.

 

내가 좋아 떠나자고 하는 여행인지라 모든 준비에서부터 가서 대처 상황까지 모든 것을 내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도 항상 여행 다닐때마다의 스트레스였다. 같이 즐기고, 같이 공유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얼굴에 "나 힘들어요. 나 가기 싫어요. 재미없어요." 써있는 신랑을 보면 짜증이 솟구치는걸 어쩔수가 없었나보다. 아마 그런 마음이 쌓여있다가 아줌마가 아프다를 읽으니 정말 나도 모르게 같이 울컥울컥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이 쌓인 탓에 쏟아낼 응어리가 많았던 그 이야기들을 읽으며 같이 공감하고, 너무나 재미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남편은 그 시절 외국인이 운영하던 사립 유치원을 나왔고 초등학교 시절 서울 어린이대공원 건립 때 고 육영수 여사와 함께 첫 삽을 뜬 대단한 어린이였던 것이다. 그런 남편한테 아이들이 성에 찰 리 없었다. 그때부터 우리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85p

 



 

사실 신랑에게도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연예인이나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평범한 사람 이야기라 그런지 더 실감나게 느끼는 것 같았다. 게다가 사실 거의 지방사람들에게는 신화처럼 전해지는 대치동 엄마들의 애환이라거나 말로만 듣던 이야기가 기정 사실화되는 대목에서는 아이를 둔 부모로써 사실 걱정도 많이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반감이 생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치동 이야기는 다른 어디서 들었던 것보다 더욱 생생했던 경험담이었다.

 

로또만 돼봐라. 내가 너하고 사나

기도하는 심정으로 일주일을 기다린다. 남편에 대한 소심한 복수를 할 수 잇기에 나는 오늘도 나의 미래가 달려있는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74p

 

로또를 매주 사는 아줌마의 귀여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건 내 안에도 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는게 아니었을까 싶다. 45이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귀여움을 간직하고 계신 아줌마, 연송이님의 글을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었다.

 

아쉬운 점은 표지나 제목이 이 책의 재미를 제대로 살려주지 못한 것 같아 독자들이 서점에서보고 고를때 이 좋은 책을 간과해버릴수 있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는 점이다. 읽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그런 책인데 말이다~!!!읽으면서 아, 이 책은 정말 친구들과도 두고두고 같이 이야기해볼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또 지금의 모습에서도 발견이 될 수 있는 같이 공감하는 아줌마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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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레브 그로스먼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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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 중의 수재인 쿠엔틴이 프린스턴 대학 면접관을 만나러 가던 길에 일생이 달라질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면접관은 죽어 있었고, 쿠엔틴과 친구 제임스에게 남겨진 봉투로 인해 그의 인생은 제임스와 확연히 달라지고 말았다. 항상 현실에 만족하지 못했던 쿠엔틴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줄 관문이 바로 그 봉투였던 것이다. 봉투를 열고 책을 펼치자 그는 전혀 새로운 곳에 서 있었다. 그가 어릴적부터 꿈꿔왔던 소설 속 필로리는 아니었지만, 미국 북부의 어느 지역이라는 그 곳에서 그는 다짜고짜 마법학교 입학시험을 치루게 되었고, 운이 좋게도 그는 합격하였다.

 

필로리 앤드 퍼더는 채트윈 가의 다섯 명의 아이들이 괴짜인 이모와 이모부와 함께 시골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우연히 발견한 마법의 땅에서 벌이는 모험을 묘사하고있다. 17p 주인공인 쿠엔틴을 마법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고, 그의 인생에 크게 좌우된 이 소설은 실존하는 소설은 아닌듯했다. 어쨌든 나니아 연대기를 연상케하는 줄거리를 지닌 필로리 앤드 퍼더. 그리고 주인공 쿠엔틴이 마법학교에 들어가 공부한다는 설정은 해리포터의 유명한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또한 쿠엔틴이 마치 교수님을 괴롭히기 위해 잠깐 마법을 흐트리게 했던 장난으로 이계에서 야수가 나타나 모두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섬뜩한 장면은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서 주인공 아마테라스가 아기였을 적에 이계의 괴물을 불러냈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마법사들, 이 책은 내가 알고 있는 많은 환타지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 환타지들이 미처 들려주지 않았고, 우리도 궁금하지만 어디에 물어보지 못했던 그런 부분들을 속시원히 긁어주고 들려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너무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서 사실 읽다가 그 월반 시험 과정 등에 진짜 내가 몰입이라도 되는 양 숨이 막히기도 하였다.

 

일반 환타지 소설이나 무협지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묘사가 되어있긴 하나 어른인 우리가 보기에는 미흡하기만 한, 그저 운이 좋아서 모든 일이 우연찮게 들어맞고, 잘 해결이 되는 그런 경우와 달리 이 책속의 주인공 쿠엔틴은 무척이나 똑똑한 수재였지만, 역시나 모두가 똑똑한 천재들만 모인 브레이크 빌스 마법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한다. 그리고 그 마법이라는 것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정말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은 자에게 내려지듯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들이 묘사가 되어 있었다. 어쩐지 우리 나라의 민족 사관학교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달까? 예전에 봤던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쿠엔틴 역시 그에 못지 않은 학생이 아니었을까 싶은 심정이 들었으니말이다.

 

소설 중간중간 계속 등장하는 필로리 라는 소설, 그 5권의 내용들이 중간중간 소개가 되면서 쿠엔틴과 그 소설이 절대적으로 관련이 있음이 중요하게 암시가 되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이 따로 있는 책인데 내가 미처 못 본 책은 아닌가 싶어 검색도 해보았다. 필로리로 검색해보니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만 검색이 되고, 또는 마법사들이라는 이 책이 뜨는 것을 보니,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거나 아니면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책속의 책인 생각도 들었다.

 

마법학교에 들어온 쿠엔틴의 부모님이 실제로 아들이 명문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마법은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어 불편해지긴 했지만, 현실의 부모를 납득시키지 않고 아이가 없어지는 것보다는 타당성이 있는 대처가 아닐까도 싶었다. 어쨌거나 그 디테일이 놀랍기만 했던 마법사들. 그래서 이 책이 뉴욕에서 베스트셀러로 한참을 인기를 끌었던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듯 생생히 전해져 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자네들이 마법사가 된 이유는 자네들이 불행하기 때문이야. 마법사가 강한 이유는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야. ..제군들은 자네들을 부수려고 하는 세상을 부수는 법을 배운 거야." 345p

 

졸업할때까지의 전 과정이 세세하게 펼쳐지고, 졸업을 하던 날 포그 교장이 졸업생들에게 해준 말이었다.

또한 쿠엔틴이 졸업후 마법사로서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면도 더이상 아이들만의 환타지가 아닌 어른들의 진지한 고민 같아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환타지를 읽으며 이토록 공감해보기는 처음이라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마법학교의 놀라운 경험들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다소 지루하고 빡빡한 일정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졸업이 전부가 아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쿠엔틴이 현실에서 짝사랑했던 친구 줄리아, 그리고 브레이크 빌스에서 짝사랑했던 여교수, 그리고 그의 사랑이 된 한결같았던 아름다운 앨리스까지... 그들의 사랑이야기 또한 주된 중심으로 자리하였다. 똑똑한 청소년들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담겨 새로웠던 환타지.

 

또한 그들의 필로리라는 소설이 마법사들인 그들에게 주는 의미는 어떻게 결론이 지어질지..

사실상 중반부까지는 마법학교에서의 공부와 졸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쿠엔틴이 마법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이어진다. 그리고, 그전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복선처럼 여겨지며 모두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진짜 흥미진진한 모험은 이제 시작이었던 것이다. 필로리는 실존했던 곳이고, 필로리고 가는 문을 그들이 열게 된것이었다. 쿠엔틴이 평생을 꿈꾸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된것.이제 정말 재미있어 지는구나 하며 후반부를 읽다보니 어느덧 마지막장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작가가 이 책 후속편을 집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으니 책을 덮는 아쉬움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것. 어른이 되어 읽는 판타지가 너무나 현실적이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처음에는 난감하기도 했던 소설이지만, 읽을 수록 얻어지는 재미가 새로웠던 소설이었다.

 

거억거억거억.. 쿠엔틴이 즐거움에 질렀던 그 소리를 과연 나도 그 모습(?)으로 낼 수 있을지 떠올려보며 후속편을 기다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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