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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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이름이 어쩐지 낯익었던 유명한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그는 쥬라기 공원의 작가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쓰고, 대부분의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된 유명한 작가였다. 이 작품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유고작품으로, 사후 그의 컴퓨터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발견된 작품이자, 그의 첫 모험 소설, 그것도 시도하기 힘들다는 해양 모험소설이라 더욱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한편의 작품이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정말 박진감 넘치는 영화 한편을 보았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근사한 소식까지 접하게 되니 더욱 기대감을 감출 수 없게되었다.
 

소설 속 생생한 묘사들은 정말 예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왔던 잔인한 전투씬을 연상케 하였다. 폭탄에 잘려나갔던 군인의 다리가 영상으로 잡혀 충격을 먹었던 영화, 이 영화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충격을 줄 것같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카살라의 잔인한 살인 취미를 듣는것만으로도 오싹한 기분이 들었는데, 실제로 헌터가 보물선을 끌고가는 과정에서 겪는 각종 모험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고난은 스크린에 펼쳐진다면 19금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이 몇 등장했으니 말이다.

 

1665년 영국령인 자메이카 총독 제임스 앨먼트 경의 아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에서는 해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감춰지고, 사략선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을 한다.

사략선이란 승무원은 민간인이지만 교전국 정부로부터 적군을 공격하고 나포할 권리를 인정받은 무장 민간 선박을 말한다. 사실상 포트 로열의 주 경제 수입원이 사략선의 포획물이다보니 국가와 사략선 선장들간의 암묵적 거래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 있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그다지 신사답지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또다른 식민통치국인 스페인의 배들을 공격하여 얻은 포획물을 공공연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라고해야하나. 스페인의 보물선들을 보호하도록 만들어진 천혜의 요새 마탄세로스. 그 곳에서 카살라에게 살아남아 돌아온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적군들에게는 최악의 명성이 붙어 있는 곳이었음에도 보물선들이 주는 매력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그 보물선을 찾기위해 영국인 선장 헌터는 제임스 앨먼트 경과 손을 잡고 몇 안되는 선원들과 함께 당당히 나선 것이다.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해준 작가님께 다시금 감사드려야 할 정도로 정말 눈에 보이는 듯 헌터의 활약이 진행되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잔인한 스페인의 카살라만이 최종 목표라 생각했는데, 헌터의 활약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반쯤에 벌써 카살라를 만나게 되어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는데, 결말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느슨해지기는 커녕 더욱 탄탄히 조여지는 바람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막판 힘이 보장되는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원작의 힘에 의해서리라.

 

많은 영화를 보면서도 막상 결말이 허전하게 풀어져버리는 바람에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만큼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과감히 탐냈을 정도로 재미난 작품이 될거라 확신까지 들었다. 그만큼 재미나게 읽었던 모험 소설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영문학, 인류학, 의학을 전공했던 (그것도 하버드대에서) 저자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고전 선박의 배치나 구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해서 정말 그가 선원생활을 해본적 없이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 묘사와 전투씬을 그려낼 수 있었나 하는 점이었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것으로는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인 묘사라 느껴졌기에 나또한 해양 정보에 둔감한 사람이기는 해도 생생한 느낌을 받으며 바다 위 모험에 동참할 수가 있었다.

 

진정한 바다 사나이들의 시대. 모험과 음모, 반역과 배신 등이 난무하나 그래도 헌터는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저자가 살아있었다면, 그 후속편마저 기대되었을 이 멋진 소설이 한편으로 마무리되었음에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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