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빛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5
이누이 루카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 더 시리즈는 4권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를 제외하고는 국내 출간되어 나온 책들을 모두 읽어보았다. 각각이 다른 저자의 독립된 이야기로 되어있어서 따로 읽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일본 미스터리 단편 중 품격있는 작품들을 엄선해 미스터리 더~ 라는 시리즈를 내놓은 것이기에 첫 작품부터 지금의 작품까지 꾸준히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사실 단순한 재미만 보자면 미스터리 더가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를 능가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는다. 다만 미스터리 더로 묶인 것 만큼이나 특별한, 아주 큰 재미라거나 놀라움, 충격까지는 아니겠지만 단편이 줄 수 있는 그 독특한 매력을 풍겨내는 작품들을 골라냈다고 해야할까. 미스터리 더 시리즈를 읽을때마다 느끼는 기분이었다. 이번 작품은 다른 미스터리 더와 차별화된 호러 쪽이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오금이 저린다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스터리면서 살짝 호러 느낌을 주는 그런 정도의 이야기라 할 수 있었다.

 

이번 이야기들은 여러 신체, 감각 기관을 소재로 씌어졌다.

제목 외에 눈입귀, 이귀코라는 분류가 따로 붙은 것은 그래서이다.

 

눈에 해당하는 여름빛이라는 이 책의 제목과 같은 단편 소설의 이야기는 상괭이 고기를 먹고 저주에 걸려 태어난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표지의 그림에 해당되기도 한다. 상괭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한국 토종 돌고래를 상괭이라 부른다고 들었던 것 같다. 여름 빛의 주인공이 사는 어촌마을에는 상괭이 고기를 먹으면 가족들이 죽거나 저주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하였다. 그리고 임산부였던 다카시의 모친이 너무나 배가 고프던 시절 해안가에 떠밀려온 상괭이 고기를 먹고, 엄마도 아이를 낳다 죽고 가족들도 죽고, 다카시 하나만 살아남았는데 아이의 눈 (바로 모친이 먹었던 상괭이의 눈 부분)에 상괭이색과 같인 반점이 생겨서 사람들이 저주받은 아이라며 다들 다카시를 싫어하고 미워하였다한다. 도시에서 전학온 데쓰히코는 전학생이라는 이유로 구타를 당했지만 다카시가 받는 괴롭힘의 정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둘은 금새 친구가 되었고, 데쓰히코는 갈수록 시름시름 앓는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다카시의 눈 속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들이 움직이는 것들을 볼수 있었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어른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던 불쌍한 소년이 친구의 죽음을 예견하고 슬퍼하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입, 쏙독새의 아침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몸이 아파 요양을 가게 된 대학생이 묵게 된 집에서 어여쁜 여학생을 발견한다. 소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이상하게도 식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하는 자리에 소녀가 나타나지도 않았고, 소녀에 대해 물어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이름까지 아키코라고 존재하고 방까지 있었던 소녀. 아름다운 아키코를 그리며 그녀의 가려진 입이 궁금했던 남학생. 그녀의 가려진 입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 생각했던, 하지만 진실 앞에선 자기도 모르게 도망칠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계속 뇌리에 남던 이야기. 쏙독새의 저주.

기분나쁜 새는 죽여야한다는 사람들의 생각. 그 이기적인 생각은 새가 아닌 사람에게까지 이어진다.

 

귀, 백개의 불꽃.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가장 못생긴 언니. 언니는 늘 동생인 마치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얼굴만 예쁜게 아니라 손재주도 좋고 뭐든 언니보다 뛰어났던 여동생은 심지어 어렵게 들어온 최고의 혼사자리마저 언니의 것을 빼앗아간셈이 되었다. 동생이 의도한게 아니라, 언니와 선을 보고 간 그 남자가 바로 동생에게 청혼을 넣은 것이었다. 언니는 더이상 그런 동생을 참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귀, 자신의 귀에 뚫린 구멍이 액이라는 말을 듣고 액막이, 아니 액을 넘기기 위한 저주의 작업에 들어간다. 동생, 자신의 동생에게 액을 떠넘기고 자신은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지고 싶었던 비뚫어진 언니의 이기심에 대한 이야기였다.

 

는 맨 끝의 내용이 제목 밑에 작게 인용되어있었는데 그 부분만 읽고도 어느 정도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겠구나.

짐작을 하면서도 어찌나 소름이 끼치던지. 너무나 맛있는 일본 요리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먹고 싶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들이라 하였으나 읽는 내내 나는 비위가 상해 토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다. 그리고, 오래 냉동했다는 그 흰살생선, 너무나 먹음직해보이는 흰살생선에 대한 이야기는 친구가 물어봐도 끝없이 대답을 회피한채,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요리한 친구의 이야기가 참으로 기괴하게 느껴졌다. 맛있는 요리, 정말 좋아하는데 이 소설을 읽고는 입맛이 뚝 떨어질 정도였다. 미스터리 평론가 가야마 후기의 해설에도 "천연덕스러운 문장으로 기괴한 연출이 교차하는 괴이=회심작이다."라는 표현이 있었다.

 

또다시 귀, Out of this world은 실패한 마법사와 그의 아들이 시골로 이사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아들을 쇠사슬로 묶어 탈출시키는 마법에서 실패한 마법사는 그야말로 그 세계에서 추방되다시피 했고, 아내는 야반도주를 했고,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구타는 아주 심할 정도가 되었다.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의 부모가 걱정할 정도로 다쿠는 아빠에게 학대당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친구들과는 아주 즐겁게 잘 지냈다.

그리고 어느방학, 친구인 마코토와 아키히코는 다쿠의 점프 실력이 갈수록 향상되어 시내를 건너갈 수 있을 정도로 날아오르는 능력까지 갖게 된 것을 발견하고, 이것도 트릭일거야 무슨 트릭일까? 하고 호기심을 갖는다. 다쿠를 따라 날아보려해했지만 마코토는 날 수 없었고 그런 마코토에게 자신의 귀를 찢어 꺼낸 무당벌레를 보여주며 이것만 있으면 날수있다고 말하는 다쿠, 마코토를 데리고 아주 높은 송신탑까지 날아간다. 마코토는 꿈이 비행사였기에 다쿠와 나는 것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자신을 학대하고 때리는 아버지였을지언정 아버지를 깊이 사랑하고 따랐던 다쿠의 슬픈 운명.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밝기보다 슬프고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코, 바람, 레몬 겨울의 끝.

시적인 제목과 향기로운 이야기만으로 이런 내용이 전개되리라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의 가격은?"

"그 가격을 높이는 방법은?"

"해체해서 장기로 만들면 돼. 아이라면 더욱 그렇고"

"어린애 장기는 수요가 있거든. 수요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걸 공급하는 쪽이 더 많은 이득을 얻는건 알지? 이거야말로 이윤의 발생이며 경제의 기본 개념이지." 280p

 

중국에 관광객들이 납치당한후 장기매매, 신체 매매 등의 인신매매조직의 희생양이 된다는 무서운 괴담을 들어봤지만, 일본의 조직폭력배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란 이야기, 건네들은 것 같지만 소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줄은 정말 몰랐다. 동남아의 아주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의 어린아이들을 사다가, 예쁘고 반반하면 성매매를 위해 팔고, 그도 안되면 번호만 매겨서, 해체를 한후 장기매매시장으로 넘긴다는 것이었다. 이런 끔찍한 스토리일줄이야.

주인공 아야코는 남다른 후각을 갖고 있었다. 평범한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정을 냄새로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자신을 장기매매조직에 팔아넘긴 파렴치한 아버지와 함께 장기매매조직에서 아이들 관리를 하는 밑바닥 직원이 되어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 후각은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동남아 아이들과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그들의 감정을 후각으로 맡아낼수있었고 가솔린냄새로 느껴지는 절망의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이 더이상 자살을 할 염려도 신경쓸 염려도 없이 그저 안심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무도 갖고 있지 않던, 신선한 녹차의 향기를 풍기는 아이가 들어왔다. 게다가 번호 3를 달고 있는 장기매매로 해체가 될 끔찍한 운명의 아이가 놀랍게도 희망을 안고 있었다. 아이에게서는 너무나 산뜻하고 신선한 기분 좋은 향이 났다. 그럴 수가 없는데 말이다. 아이는 그 안에서 소녀가 되는 과정을 치루고, 아야코는 갈수록 그 아이 3번, 자신이 츠마라 이름붙인 소녀에게 관심이 간다. 그리고 소녀는 아야코가 평생을 잊을 수 없을 그런 멋진 향을 선사해주었다.

 

남다른 필체라고 해야할까.

이 책은 이전의 미스터리 더 시리즈보다 좀더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기억에 남을 그런 이야기들로 말이다.

 

그 다음은 누가 될지, 어떤 이야기로 단편의 재미를 선사해줄지 이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페인은 건축이다 - 인간이 만든 최고의 아름다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페인 하면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꽃보다 할배"가 다녀온 멋진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히게 되었지만, 내게는 유럽의 여러 나라중 가보고 싶은 나라에 들지 않았다가 최근의 여행서들을 두루 접하면서 "반드시 가봐야할 곳"으로 인식이 바뀐 나라라고 말을 하고 싶다.

아직 못 가본 유럽을 언젠가 아이와 꼭 한번 이상 다녀오리라 생각하며 여행서로 그 아쉬움을 달래보곤 하였는데 <열정이 번지는 곳 스페인> <스페인 소도시여행> <스페인 셀프트래블> 등의 책을 읽으며 교과서에서는 미처 다 배우지 못한 스페인의 매력에 미리 흠뻑 취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관심을 갖고 보게 된 <스페인은 건축이다>.

 

스페인의 볼거리가 무척 많다고 하지만, 가우디의 바르셀로나부터 시작해서 다른 나라에서 절대 만날 수 없는 독특하고 예술가치가 높은 건축물들은 정말 그야말로 눈길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다. 꽃보다할배에서도 백일섭님도 구엘공원이 루브르 박물관보다 낫다라고 말할 정도였다지 않는가. 유럽하면 무조건 가봐야할 곳으로 프랑스와 영국 등을 떠올렸는데 도시 전체가 아니 나라 전체가 그대로 소름끼칠 정도의 극한의 감동을 줄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그보다 더 먼저 가봐야할 곳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스페인의 건축물에 초점을 맞춰 쓰여진 책이다. 건축을 전공한 저자의 책이지만 전문적인 서적이 아니라 나같은 일반인들의 스페인 여행을 돕기 위한 편안히 읽기에도 괜찮을 그런 책이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선명하고 큼직한 사진. 그래서 마치 여행을 직접 가본양 아니 최대한 그에 가까운 감동을 느낄 수 있게 아름다운 스페인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재현해놓았다는 것이었다.

 

아직 되어보지 못한 나이 40대

저자는 40대의 중반이 되어서, 하고 있던 일을 접고, 스페인으로 건축 유학을 떠날 어려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멀리 유학길에 오른다는 것이 사실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일이었을까. 언어가 통하지 않은 외국에서의 유학에 대한 두려움 같은것이 있는 나로써는 나보다 더욱 나이가 많은 저자분이 과감히 유학길에 올라 무사히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에서의 멋진 삶을 얻어냈다는 것이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여행으로 다녀온 스페인이 아닌, 스페인에서 직접 공부를 하며 몇년을 보낸 저자의 눈으로, 그것도 일반인도 아닌 건축을 우리나라와 스페인에서 전공한 저자의 눈으로 관찰한 사진과 글이기에 이 책이 특별한 가치를 얻는게 아닐까 싶었다.

 

건축가는 필요한 기능에 맞추어 공간을 설계하고 외피를 장식하는 기능인이 아니다. 건축가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와 그 시대 트렌드를 이해하고 과거, 현재, 미래로 성정하는 살아있는 공간을 제안하는 발명가다. 기차 역사보다 더 리얼하게 그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며 변화하는 건축물은 흔하지 않다. ..

라파엘 모네오는 중세의 마지막 향기가 스며들어있는 구 역사의 장점을 정확하게 읽어내어 신역사의 로비공간으로 치환하였다. 그 공간을 스쳐간 과거시간의 흔적과 손때와 사람들의 기억장치보다 더 아름답고 훌륭한 디자인 요소는 없다. 라파엘 모네오는 서울역처럼 구역사와 신역사를 분리하지 않고 마치 하나의 건물인양 겸손하게 구역사를 가슴에 품고서 각각의 공간을 서로 연계하여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아토차역 만의 독창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49p

 

스페인 하면 바르셀로나만 가보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책에 "톨레도를 보지 않았다면 스페인을 본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64p 라고 적혀있었다.

톨레도는 로마시대 이후의 이슬람, 유대 건축문화를 동시에 갖고 있고, 북쪽을 제외한 3면이 타호강의 곡류가 조각한 천혜의 협곡으로 이루어진 요새같은 곳이라 하였다.

긴 설명이 다 필요없이 한장의 책에 실린 사진만으로 그대로 압도되고 말았다. 우와,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생을 한데도 이렇게 영화같이 그림같이 멋진 곳을 만들어낼수 있을까.

정말 근사하였다.

 

스페인의 건축양식이 어느 문화를 따랐는지조차모르고 있던 문외한이였는데, 이 책을 보니, 8세기 동안 스페인을 지배한 이슬람 유산이 스페인의 고유한 건축문화로 자리잡았으며, 이슬람왕국아래 기독교도들의 건축을 발전시킨 모사라베 양식으로, 기독교 왕국 아래 이슬람 건축을 계승 발전시킨 무데하르 양식으로, 등의 기독교와 이슬람이 조화된 양식을 자랑하며 독창적인 스페인 건축 양식이 자리잡았다 적혀 있었다.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한 곳은 터키뿐인줄 알았는데 스페인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이 바로 그 둘의 영향을 동시에 골고루 받았다하니 더욱 색다르게 다가왔다.

 




스페인 이슬람 건축의 백미로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을 손에 꼽는 이유는 건축공간이 자연의 일부이자 거대한 도시 스펙트럼의 조직으로 남아있기때문이다. ..

지나치게 아름다운 존재는 손을 많이 타는 법이다.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파괴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슬람 건축미의 꽃으로 알람브라 궁전이 손꼽히는 이유는 이슬람 800년 지배기간동안 이보다 더 아름답고 온전하게 이슬람 건축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없기때문이다. 147p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알람브라 궁전.

세상에서 가장! 이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 가보고 싶고 눈으로 확인하고 싶고, 그 세계 최고의 진가를 직접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무어인의 눈물로 조각한 보석이라는 알람브라 궁전,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들이꼭 지켜야할 수칙이 하나있다면 무슨일이 있더라도 알람브라 궁전만은 스페인을 떠날때 마지막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150p

 

스페인에 대해 바르셀로나의 가우디만 알고 있던 내게 알람브라 궁전은 정말 충격처럼 다가왔다.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특히 알람브라 궁전의 심장이라는 미르틀레스 안뜰은 연못에 비친 궁전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져서 사진 속에 그대로 풍덩 빠져들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꼭꼭 스페인만 둘러보기 위해 기나긴 장거리 비행도 감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말라가 협곡의 누에보 다리도 그라나다에서 빼놓지 않고 봐야할 명소로 보였다.

 

우리나라 양양에 있는 쏠비치라는 호텔이 쏠이라는 말이 스페인말로 태양을 의미하듯, 지중해 스페인 풍으로 지어진 이국적인 건물로 무척이나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다녀온 사람마다 너도나도 최고라고 칭찬을 해대는 통에 나도 작년에 드디어 다녀오게 되었는데, 스페인에 직접 간것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그럼에도 무척이나 멋진 공간이었던 걸로 기억을 한다.

바르셀로나의 구엘 공원의 사진을 보며, 흉내를 내려한 우리나라의 리조트가 그에는 많이 못 미치겠지만 다시금 떠올랐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구엘 공원과 가우디 건축물들을 둘러볼  수 있으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백일섭 님뿐 아니라 연세드신 꽃할배분들 모두가 감탄하실만한 그런 곳.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천재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 동화같기도 하고 도저히 평범한 사람의 머리에선 나올 수없는 그 실제하는 극한의 공간을 직접 보고 오고 싶었다.

 

아 책을 다 덮고 나니 가벼운 한숨부터 나왔다.

언제가 됐든 꼭 다녀와야겠다. 아이와 단 둘이 아니라 부모님까지 모시고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그날이 얼른 오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에서 기다릴게 - 나에게 보내는 속삭임
김효정(밤삼킨별) 글.사진 / 허밍버드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삼킨별로 검색을 하니 정말 꽤 많은 책들이 검색이 되었다. 밤삼킨별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나에게 포토샵>이라는 어느 예쁜 책을 통해서였는데 자신만의 예쁜 카페를 운영하고 자주 출장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예전 pc 통신 시절의 닉네임을 살려 쓰고, 게다가 자신의 글씨로 캘리그라피를 만들어 이름을 알린 그녀의 존재가 블로그를 평범히 하고 있는 일개 독자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부러운 일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저자 소개글을 보면 일상 속에서 작은 의미와 생각들이 보이는 일상 중독자.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나에게 포토샵이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싣고 있어서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리고 더 알고 싶었던 밤삼킨별이라는 저자분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느낌이 좋은 사진들도 실려있지만 사진이 주가 아니라 글이 주가 되는 이번 책. 나에게 보내는 속삭임, 미래에서 기다릴게.

 

그녀가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나 또한 이것이 내 주업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일들이라 진심으로 부러웠는데.. 본인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인 남편과 딸이 있지만 그럼에도 삶은 힘에 부치는 것이라 이야기를 한다. 어디 그러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놀이가 아닌 일이 되다보면 즐기며 한다는데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미래에서 보내는 자기 자신을 위한 편지.

이속에는 그녀의 현재의 이야기,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 그 많은 이야기들이 참 어여쁘게 담겨 있었다.

 

친하지 않은 관계에선 적당히 '살피며' 살면 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선 서로의 마음만큼 기분도 '보살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날들이다.

눈치는 살피는 것이지만, 마음은 보살피는 것이다. 32p

 

그간 돌보지 못했던 일상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상의 사물들을 바라보니, 전부 그동안 각자의 방에 갇혀 있었던 것처럼 물기 하나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 것이라는 이유로, 그 자만심으로 소중치 못하게 대한 그것들이 가여워서,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소유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내 것인 적 없던 것들이 그제야 비로소 귀한 내 것이 된다. 38p

 

책을 읽고 그녀에 대해 더 궁금해져서 찾아보니 카페 인테리어도 그녀의 캘리그라피 글씨도 너무나 어여쁘게 느껴졌다.

게다가 하나하나의 글들이 정말 공감 백배라 말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들.

참으로 참으로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글들이라고 해야할지.

머릿속으로만 맴맴 도는 것을 그 누군가는 자신의 일로 업으로 어여쁘게 삼아 살아가고 있고, 그저 여기에 읽고 있는 소심한 나는 부러워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일을 벌이기엔 지나치게 게으른 탓에.

 

읽다가 깜짝 놀랐던 부분이.

어릴적 멀미를 하려한 그녀에게 옆자리에 앉았던 남자아이가 안절부절 못하다가 갑자기 복숭아를 크게 한입 물어 향을 맡게 한 대목이었다.

아니 이건 무슨 알퐁스 도데의 별도 아니고 어쩜 이렇게 향긋한 이야기가 다 있을까?

게다가 그 소년을 25살의 풋풋한 시절에 다시 또 만나 둘이서 한눈에 알아보고 가슴 설레는 추억을 간직하게 된 부분이었다.

둘다 연인이 있기도 했지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음은 느낄 수 있었던.

그 자리에서 한발짝 더 나가진 못했지만 서로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다시한번 만들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

아, 앞으로 복숭아를 보면 그냥 와구와구 먹어댈 과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첫사랑이 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과일로 기억이 날 것 같다. 두고두고.

 

밤삼킨별. 책도 참 예쁘지만 직접 가보고 싶은 카페와 플리마켓이 나를 땡기는 느낌이 든다. 지방에 있으니 우선은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먼저 만나보고.

그녀의 감성에 같이 퐁당 빠져들 동생과 언젠가 한번 그녀의 카페에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고양이가 가장 먼저 다녀갔다는 발자국 퐁퐁 남아있는 그녀의 그 예쁜 카페에 말이다.

 

읽을 수록 감수성이 퐁퐁 솟아나는 에세이라, 기분이 참 따뜻해지는 아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카모메 식당>은 읽어보지도 드라마도 못 본 상태에서 그 비슷한 후속작들을 소설들로 무척 다양하게 읽어보고 있는 중인데, 나와 참 잘 맞는 힐링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카모메 식당의 저자인 무레 요코의 또다른 힐링 소설이다. 이 책 역시도 일본 wowow tv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이 되었다하니 드라마 속에서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책을 다 읽고 나서 기대가 되는 바였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아침에 일어나 신랑이 출근하고 나서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직전에 일어나기까지 그 짧은 한두시간 동안에 다 읽어내려간 책. 다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서 잠시 여운을 주고 싶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이 떠오른다. 사실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보다 사랑하는 고양이가 죽고 나서 더 허전해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반발감을 느낄 사람들도 아주 많겠지만. 이 책의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는 그 이상의 끈끈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고양이보다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게 당연하다는 나조차도 책속 아키코씨의 이야기에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족도 없고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아키코씨에게 고양이 타로는 그 자체로 큰 위안이자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다. 식당을 하느라 바쁜 일상 탓에 사랑하지만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방안에 가둬두어야해서 미안했고. 그럼에도 휴일에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사랑스럽고 행복하였던 그녀에게.. 어느 날 갑자기 평생을 함께 해줄것같던 그 고양이와의 짧고도 행복했던 동거가 아주 갑작스레 끝이 나고 말았다.

그 빈자리가 당연히 미안하고 허전하고 자꾸만 생각이 난다는 그 이야기에 저절로 공감이 되고 말았다. 자식같은 고양이였다면 정말 그 고양이에게서 얻는 만족감이 너무나 컸을텐데 싶은 마음.

 

아키코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식당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살았지만, 늘상 술과 담배에 절어 아저씨들과 어울려있는 엄마의 모습은 낯설고 혐오스럽게 느껴지곤 하였다. 엄마와 외모도 성격도 아주 많이 달랐던 아키코. 하지만 엄마는 그런 아키코를 너무나 사랑하였고, 다만 그 표현방식이 서로 어긋났을 뿐이었다.

나중에 아키코가 부모의 면접이 필요한 중학교에도 당당히 합격해 들어가자 엄마는 뿌듯한 마음에 그동안 말해주지 않은 아키코의 아버지, 죽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스님이고 부인까지 있고, 아키코의 엄마보다 30살이나 더 많았던 그 아버지에 대해 말이다. 존경스러운 분이었지만 여성편력은 심한 편이어서 엄마 외에도 숨겨진 애인들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까지도. 아빠에 대한 궁금증은 풀렸지만 실망스러운 과거였기에 아키코는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릴 수 있던 상황들 앞에서도 보수적인 삶보다는 자신의 일이 더 중요했던 아키코에게 남자는 아키코 집안을 들먹이며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떠나기도 한다. 헤어지잔 말을 먼저 한 아키코를 용서할 수 없음이었는지 치사하게도 아키코의 아픈 부분을 건드려 자신을 포장하려 한 남자에게도 화가 났다.

그냥 그렇게 자기 일을 해내는데 최선을 다하던 아키코는 출판사에서 나름 커리어를 쌓아가며 승승장구하지만 직장도 가깝고 해서 엄마에게서 독립을 못하고 같이 계속 살기는 하였다. 그렇게 그렇게 아키코는 나이를 먹어갔다.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살다 엄마도 돌아가시고 엄마의 가게를 문을 닫아두고 출퇴근을 하는데..동네 사람들과 단골 손님들의 가게는 어떻게 할거냐는 추궁에 아키코도 고민이 생겼다.

 

사실 출판사를 다니며 요리선생님께 배운 요리를 직접 따라해가며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였던 아키코였던 지라 조금씩 요리 솜씨가 늘어나고 있던 터였고 미각이 발달했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그리고 무엇보다 그 자리를 직접 아키코가 맡아 가게를 내어보면 어떻겠냐는 선생님의 추천에 전혀 요리와 식당 쪽에 관심이 없었던 아키코가 덥썩 가게는 내게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아키코가 낸 가게를 들여다보니 일본에서 꽤 인기를 끌 그런 스타일의 식당 같았다. 밥도 아닌, 빵으로. 그것도 다양한 메뉴가 아닌 수프와 빵, 샐러드 등의 아주 단촐한 메뉴 하루 한두가지 정도의 메뉴만 정해져있는 식당. 간도 강하지 않고 좋은 재료를 쓰다보니 가격대도 어느 정도 있고, 심지어 가게안 인테리어도 수도원같은 느낌이 나는 깔끔한 인테리어. 뭐랄까. 눈에 보이는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성공하기까진 힘들수 있지만 자리잡으면 맛집으로 소문날 그런 가게.

정말 다행히도 입소문, 블로그 소문을 타고 아키코의 가게는 유명해지기 시작하였다. 출판사를 다니며 사람 보는 안목을 키운 덕에 같이 일하는 직원도 무던하지만 너무나 성실하고 괜찮은 직원을 뽑아 둘이서 야무지게 꾸려나가는 식당.

 

카모메 식당도 실제 있었으면 하는 그런 정감가는 음식과 힐링이 있는 곳이라 들었는데 아키코의 식당도 그런 곳이 될 성 싶었다.

취향과 메뉴가 아무래도 젊은 여성들에게 맞춰진 탓에 엄마의 단골손님들은 떨어져 나갔지만, 먹어본 사람들이 다시 찾는 가게가 되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사실 이런 가게는 누구나 꿈꾸는, 누군가 열고 싶어하고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아키코가 분주하게 일을 하고 마음으로 차려낸 음식들을 사람들이 먹는걸 보며 기뻐하지만 속내를 다 드러내가며 행복해하지 못한다.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것은 바로 고양이 타로의 몫이었다.

 

그런 타로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니 아키코가, 홀홀단신 아이도 남편도 없고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신 아키코가 의지했던 그 작은 생명이었던 타로의 죽음이라니.

무어라 말을 더 이어야 할지 그저 막막해졌다.전혀 의외의 전개였기에 나 역시 갑작스러운 타로의 죽음 앞에서 그저 입을 쩍 벌리고 아키코의 찢어진 마음 앞에 아련한 마음 앞에 그저 아무 말 할 수 없이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소중했던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너무너무 힘들고 버거운 일일텐데.

아키코가 잘 헤쳐나가게되는 결말이 행복해보이긴 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애잔하게 느껴져서 같이 힘들었던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죽은 이후에도 아키코를 행복하게 해줄수있는 타로의 존재.

 

이유야 다를지라도 지금 힘든 그 누군가에게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건, 같이 슬퍼하고 같이 헤쳐나가고 그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글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 글, 무레 요코의 글로 아침부터 나는 힐링을 선물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주 밖의 다른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자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 (출애굽기 22:20)

1세기 팔레스타인에는 자기 나름대로 '열심'의 삶을 살려고 애쓰는 유대인이 적지 않았다. 그 중에는 자신들의 '열심'이라는 이상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서슴지 않고 극단적인 폭력의 힘을 빌리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로마인과 이방인 뿐 아니라 로마에 빌붙어 아첨하는 동료 유대인들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는데 사람들은 이들을 '열심'을 의미하는 '젤롯'이라고 불렀다. 84.85p

 

아마존 뉴욕타임스 1위를 차지했다는 이 책 젤롯은 신으로써의 예수가 아닌, 인간으로써의 예수를 만나게 하기 위한 작가의 20년간의 연구로 복원된 책이었다. 인간으로써의 예수에 대한 기록은 의외로 드물어서 20년을 연구했음에도 상당 부분 그의 추측에 의한 부분들이 많이 기록되었다. 물론 그런 부분들은 그럴 것으로 추정된다 하는 식으로 기록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란인인 저자가 미국에 건너가 자신의 모태신앙인 이슬람교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부분은 사실 놀라운 이야기였고 성서 연구를 거듭할수록 결론은 신으로써의 예수를 믿기보다 예수라는 사람에게는 감복했으나 종교는 다시 이슬람교로 되돌아온, 다시 또한번의 개종이 이뤄졌다는 부분 역시 특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불교에서 기독교로, 갑자기 개종하는 경우도 물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긴 하겠지만 모태 신앙인으로써의 이란, 유대인들의 종교는 그들에게 주는 의미가 더욱 각별할 것이다. 가족 사정에 의해 자신들의 종교를 버리게 되었으나, 다시 받아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다른걸 다 차치하고라도 미국에서 그가 느꼈던 10대인 저자가 느꼈던 기독교는 곧 미국이다 하는 부분에는 나도 절대적으로 공감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자발적인 종교 선택과 달리 미국에서 자리잡은 청교도, 기독교도의 영향은 상당히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들어 알고 있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선배의 말을 들어봐도, 우리가 재미있게 봤던 타이타닉 같은 영화를 기독교적 시선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수많은 헐리웃 영화나 소설들도 기독교로 다시 재해석할 수 있다는 데는 정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의도하였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그 속에 숨은 뜻을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그럴 정도로 그 신앙이 그렇게 뿌리깊이 박혀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 선배에 따르면 성서라는 것이 깊이있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거기에 빠져들게 되어서 내가 이 논리를 뒤집어 반박해보겠다 했던 사람들이 되려 성서연구로 인해 독실한 신앙인이 되었다라는 말까지 전해주었었는데..이 책 젤롯은 그 선배의 말과 정반대의 논리를 펼치는 책이라 내게는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저자는 그런 미국에서 10대를 보내며 예수라는 인물에 깊이 매료가 되었는데,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한 성서에서 오히려 위배되는 사항을 너무나 많이 발견해 연구를 거듭할수록 실망감이 더해졌다고 하였다. 예수라는 사람을 부정하기보다는 종교인으로써의 예수가 아닌 자기만의 예수라는 사람에 대한 재해석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바로 정치적 혁명가라는 단언으로 말이다.

기독교와 천주교 등의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는 예수가 평범한 사람이었고, 성서에 나온 상당수가 은유적인 표현이거나 혹은 잘못 전해진 해석이라거나 필요에 의해 조작되었을 수있다는 이야기들은 상당히 불편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성서를 제대로 끝까지 다 독파하진 못했지만 종교로써의 기독교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기에 종교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생각만 해왔는데 종교학자들 가운데서도 과학적, 역사적으로 체계적으로 들어맞아야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상당수가 있었나보다. 아마도 레자 아슬란도 그런 인물 중의 하나였던듯 하다.

 

나사렛 예수는 아버지 요셉만 나사렛 출신이었던게 아니라 예수 자체도 나사렛 출신의 가난한 소농이었을거라고 책에서는 언급을 한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다 요셉이 다윗의 후손이다 하는 것은 학자들이 예수의 다윗 후손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주장이라는것이다.

또 헤로데스의 대량학살을 피해 아기예수가 베들레헴으로 가게되었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헤로데스의 어느 문헌에서도 그런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고 언급을 한다.

 

지금의 신약 성서가 초기 성서의 모든 버전을 다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공론으로 인정이 된 몇 이야기만 신약에 들어갔다고 들어왔는데, 신약에 언급되지 않은 다른 복음들에 대해서는 사실 여러 소설에서 가끔씩 인용이 되기도 하는바,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어떤 내용일지 많이 궁금했었다. 다빈치 코드나 예언 등과 같은 미스터리 소설들을 보면 기독교, 예수의 이야기가 크나큰 상징으로써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예수의 아내, 자녀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언급이 되기도 하기에 인간으로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레자 아슬란은 바로 이 신약에 포함되지 않은 복음들에 예수와 그 주변인들의 인간적인 면모 등을 엿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다 언급하였다.

 

인간 예수를 탐독하는 이야기라고 하면, 오늘날의 위인전이라고 해야한다면 이 책에 걸맞는 이야기가 되려나?

사실 성서를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하고 신앙심이 깊은 편이 아니지만 분명 나도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 생각하기에 호기심만으로 읽기엔 불편한 부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종교적 의구심을 뒤로 한채 그저 이것이 이 작가의 새로운 주장이다 하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간다면, 의문이 드는 여러 문제들을 차치하고라도, 이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되었다. 

예수님에 대해 색다른 시선, 그러니까 그에게서 신성을 배제하고 인간성만 남긴 부분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는 극히 드문 책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