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한 인생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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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님의 신간 소설이라는 말에 덥썩 집어들게 된 소설이었다. 예전의 인기있는 책들도 내가 다 읽어보았던가?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름이 너무나 귀에 익으면서도 정작 작가님 책을 장편소설로 읽어본 적이 없음에 부끄러워졌다.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읽어내려가기 시작한 책, 태연한 인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던 류의 아버지의 강렬한 첫 만남 이야기로 이 이야기는 시작이 되었다.

류는 누구일까 보다도 그녀의( 처음에는 류가 남자인줄 알았다.) 부모의 이야기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어떤 이야기가 진행이 될지 가늠하기가 좀 힘들기도 하였다. 사랑에 빠진 여자의 환희를 보고, 짝사랑에 빠졌던 한남자, 류의 아버지. 그는 거의 맹목적인 짝사랑으로 류의 어머니의 환심을 사 결혼까지는 성공하였다. 그리고 같이 유학길에 오른 후 아버지의 사랑은 어머니에게 고정되지 못하였다.

 

영사기가 돌며 보여주는 것은 흘러가는 시간이었고 그동안 어머니의 왼쪽 가슴 아래에서는 자기 삶에서 고통을 추출하는 원심 분리기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고통의 분량이 많을 때는 영화 상영 1회 분의 시간을 더 설정해야했다. 그렇게 해서 어머니는 매번 영화가 끝난 뒤 고통이라는 침전물이 담긴 자신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환한 극장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제 몫의 인생 속으로 태연히 되돌아갔던 것이다. 그 침전물이 고통이 아니라 고독이었다는 걸 류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한다.(허연, <일요일>중)  거짓인줄 알면서도 틀을 지켜야하고 더이상 동의하지 않게 된 이데올로기에 묵묵히 따라야 하는 것이다. 72p

 

제목을 잊고 책에 몰두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끝없이 제목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무슨 뜻일까.

그 의미가 간간히 들어있는 구절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태연한 인생은 쉽사리 재미있다 판단내리기 힘든 책이었다. 류와 요셉의 사랑이야기, 그러나 이미 십년 전의 일이었고, 이별 직전에 눈물을 흘리긴 하였으나 홀연 떠나버린 류, 그리고 그런 류를 잊지 못하고 끝없이 뒤쫒는 요셉의 이야기가 큰 골자라고는 해도 둘의 사랑 이야기보다는 작가이지만 어엿한 소설을 내지 못하고 있는 요셉의 현재 일상과 류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재미있다. 이해하기 쉽다 라고 평하기는 어려워도 그녀의 소설이 사랑받을 수 있는 까닭은. 아니 내 마음에 든 부분을 들자면, 그녀만의 감각적인 표현이 귓가에, 마음에 남는 구절들이 있어서라고 말하고 싶다. 같은 상황을 겪어도 그녀가 아니면 표현해내기 힘들 그런 언어들로 살려낸 표현들. 그런 구절들이 콕콕 와닿았다.

그래서 재미면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졌어도 때떄로 와닿는 그런 표현만으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되었다.

 

이안 : 선생님은 남의 말 인용 안하면 말을 못하시거든. 그것도 몇 가지 안되지만 229p

 

이안 : 반드시 위기의 작가들을 영화로 만들 거예요. 한 여자의 인생을 완전히 파괴했다구요. 그런 위선적이고 타락한 인물에게 복수하는 게 특정 이익인가요? 잘 아시잖아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230p

 

사실 요셉이라는 그 등장인물은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니었다. 작가로서의 인지도도 많이 떨어졌지만 무엇보다도 사생활이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다. 처복이 있다는 말을 들을정도로 좋은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으나, 떠도는 그의 마음은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끝없이 다른 사랑을 갈구하였다. 그 중 그의 기억에 사랑으로 남는 여인이 바로 류였다.

 

이안은 요셉의 제자였으나 그와 다소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제자였다. 이안은 그를 등장시킬 영화를 제작중이었고, 말로는 그를 존중하는 듯 했으나 실제로 그를 출연시키는 비공개영화 촬영장면에서는 독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었다.

얼마전 본 영화 은교가 생각났다. 처음에는 아끼는 애제자와 존경하는 스승의 관계였으나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자 스승을 잡아먹을듯 공격하고, 스승 또한 제자를 할퀼듯 매섭게 쫒고 말았다. 이안과 요셉을 보니 으르렁거리는 사제지간의 은교가 생각났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고독한 인생인 그들의 이야기.

류의 부모, 류와 요셉, 이안과 요셉의 처, 이채, 도경 등등.. 그녀와 그의 이야기들.

은희경 작가가 쓴 태연한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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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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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으로 유명한 오가와 요코의 작품을 나는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로 처음 만났었다. 그 이후 만난 두번째 작품은 단편모음집인 바다였다.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 선택하게 된 두번째 작품. 바다에는 일곱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오가와 씨는 훈훈함도 넣으면서 섬뜩함이며 잔인함 같은, 어딘지 모르게 죽음을 연상시키는 '악센트'가 되는 색깔을, 양을 조절해가며 작품에 반드시 섞어 넣는다. 오가와 씨는 '죽음은 삶에 포함되어 있다. 지금 웃고 있는 나의바로 옆에도 죽음이 있다'고 하셨는데, 바로 난색 일변도가 아니기에 오가와 씨의 작품은 팬을 매료시키는 것이다. 170p 작가인터뷰 중에서

 

고양이를 안고 코끼리와 헤엄치다도 그랬지만, 오가와님의 작품은 단순히 재미가 있다라고만 귀결짓기는 어렵다. 재미를 떠나서 뭔가 나를 매료시키는 신비한 부분이 있다고 해야할까? 작가 인터뷰에 나온 대로 그것이 죽음의 코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 같은, 현실과 많이는 아니고 살짝 동떨어진 것 같으면서 그러면서 잔잔히 맞물려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처음 등장하는 <바다>만 해도 그렇다.

기술 선생님인 남자 주인공이 결혼 승낙을 얻기 위해 보건 체육 교사인 이즈미씨의 고향집에 같이 방문하게 되는데, 손님 맞이에 어쩐지 어색한 가족들을 보면서 느끼게 되는 기분을 다루고 있다. 그 중 약혼녀보다 더욱 중점적으로 다뤄지는게 꼬마 남동생의 등장이다. 10년 나이 차이가 있어 꼬마 남동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나, 키도 주인공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고 체격도 상당히 있는, 그러나 목소리는 아주 잔잔하고, 명린금이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이 세상과 4차원의 경계쯤에 있는 듯한 모호한 청년이다. 덩치에 안 어울리게 자기 전 동물 녹화 비디오를 보고 나서야 안심하고 잠이 드는, 어린아이같은 면을 지닌 청년. 그가 연주한다는 이름부터가 멋진 명린금은 자기 스스로 개발한 악기이자 바다 바람이 곁들여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 물고기의 부레를 이용한 아주 독특한 악기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오가와 요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만족할만한 분위기였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향기로운 바람 부는 빈 여행 6일은, 제목 부터가 재미났다. 사실 빈이라는 것이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처음에는 empty의 빈인 줄 알았다. (그냥 세상에 있지 않은 환상적인 여행을 기대했었나보다. ) 나의 뜬금없는 착각이었으나 읽다보니 갓 스무살의 첫여행의 설렘을 안은 여성의 이야기와 60대 중반의 똥똥하면서 빈과 전혀 동화될것같지 않았던 나홀로 여행객과의 불안정한 조화가 여행이 아닌 요양원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유머를 다루고 있었다. 여행을 망치고 만 처녀에게는 다소 안쓰러운 감정도 들었으나 전혀 새로운 곳에서 노부인의 첫사랑을 찾아 방문하게 되는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는 잔잔한 웃음을 주는 코드가 아닐 수 없었다.

 

너무나 에로틱해 깜짝 놀랐다는 리뷰를 먼저 읽게 되었던 관능 소설, 버터플라이 일본어 타이프 사무소.

의대 대학원생들이 주로 의뢰하는 곳이기에 타이프하게 되는 자료들이 의학전문 용어를 쓰게 되는 논문들이 많았다. 일본어를 배운 적이 없어서 그들의 자판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잘 모르지만, 한자를 실제 많이 넣어서인지 타자기에 한자 활자를 꽂아 타이핑을 하기도 하나보았다. 그러다 하필이면 고장나서 교환해야하는 활자들이 다소 민망한 활자들이 많았다. 타이프 사무소의 활자관리인의 활자에 대한 애정을 담은 총평들, 그 말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기묘하게 활자 자체를 가리키는 표현들임을 알 수 있었다. 관능 소설 의뢰를 받고, 처음엔 난감했으나 자신이 좋아하는 활자 등을 이용해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는 오가와 요코의 보기 드문 관능 소설이었다.

 

은색 코바늘, 깡통 사탕, 병아리 트럭, 가이드 등의 소설이 이어졌는데, 정말 오가와의 소설 속에서는 젊은이와 황혼 무렵의 노인, 내지는 어린 아이와 노인 등의 한 세대를 건너뛴 시간 격차가 있는 세대간의 이야기가 주로 이어졌다. (작가 인터뷰에도 소개된 것처럼) 그래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제외한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되는 듯 했다. 대중적인 문학들이 대부분 사랑을 빼놓고는 진행되기 힘든 것에 비해 오가와는 남다른 글을 쓰고 싶었나보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글은 가이드였다.

내 이름은 망고라는 우리나라 소설에서도 가이드인 엄마 대신 가이드를 맡게 된 소녀의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가이드라는 글에서도 엄마 대신 어린 아들이 한 할아버지의 잠깐의 가이드를 맡게 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글 같아도, 불완전한 셔츠만을 (남들은 절대 안 살 것 같은, 그래서 손님도 하나 없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명맥은 잇고 있는) 판매하는 셔츠 상점, 전직 시인이 운영중이라는 제목 상점 등의 등장으로 평범함 속의 기묘함을 버무려놓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먼 옛날 있었던 잊지 못할 일, 애달픈 추억, 아무도 모르는 중대한 비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체험 등등 뭐든 다 된다만 손님들이 가져오는 기억에 제목을 붙이는 것, 그게 내 일이란다. 143p

 

아, 그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체험이라는 표현이 오가와의 글 색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장편의 깊이있는 재미도 사랑하지만 단편이 주는 짤막한 숨결과 여운도 사랑하는 나이기에 바다 또한 즐거운 기분으로 읽어내렸다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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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절판


이미 결혼하고 산지 5년은 넘은지라 혼자 살기 5년차의 이야기가 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처음에는 읽기를 망설였었다. 그러다 웹툰 스타일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고른 책이었는데, 책이 생각보다 얇고 크기도 작아서, 아쉬웠으나 읽다보니 왜 이 책이 일본에서 인기 대박을 터뜨렸다는지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혼자서 혹은 오빠나 친구와 같이 자취한 적이 있었던 터라 (방 두개짜리여서 오빠든 친구든 몇달씩 와서 살다 간 적이 있었다. 혼자 산 기간도 꽤 되고) 자취생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되면서도 집에서 밥을 꼬박꼬박 해먹은 그녀와는 차이가 났던 터라 자취생 살림의 고수(?)가 되어가는 그녀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얇지만 하나하나를 재미나게 읽었기에 좀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키가 150cm라 일본에서는 150cm라이프로 알려졌다는 혼자살기 5년차.

독립한지 꽤 되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만의 자취 노하우 같은 것이 쌓여서 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들이 참 진솔하면서도 재미나게 혹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우선 자취생의 집

어릴적에 늘 동생과 한 방을 썼던 터라, 나만의 방에 침대와 예쁜 옷장 등을 두고 공주방을 꾸미고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되자 4년동안 기숙사 생활, 하숙 생활을 했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예쁘게 꾸미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거나, 적게 들이기 위해서는 발품 손품을 팔아서 직접 만들거나 구입하러 뛰어다녀야 하였기에 게을렀던 나는 이도 저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대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공주방으로 꾸밀 엄두는 내지 못하고 말았다. 결혼하면 가구부터 가전까지 다 사게 될텐데 미리 돈 들여 뭔가를 산다는게 아깝게 느껴졌기때문이었다. 일본은 특히 도쿄는 워낙 물가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라 큰 방은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저자는 작은 방에서 최소한의 가구만으로 (자신의 키보다 작은 낮은 높이의 ) 자취생활을 시작했으나 5년차가 되자 180cm의 선반에 DIY 가구 등 어쩔수없이 늘어나는 살림을 갖게 되고 말았다. 어여쁘게 꾸미기 보다 필요한 것만 갖추게 된 살림살이.

그녀의 삶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인테리어 잡지나 그 혹은 그녀들의 스타일 같은 주제의 책에 나오는 멋진 인테리어의 집들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꾸미고 살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식사하고 장보기

우선 그녀는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혼자 살면서 그러기가 쉽지 않지만 직접 해먹는게 여러모로 경제적이기도 하고, 건강에도 더 좋긴 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사먹게 되었고, 해먹을 줄 몰라서 못 해먹다가 밥하기 등의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본격적인 요리는 결혼 후 하게 된 걸 생각해보면 자취할땐 주로 사먹었다는게 옳을 것이다. 해먹으려 해도 장부터 봐야하고, 장봐서 막상 해놓으면 몇번 먹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또 사먹게 되고 ..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저자는 꾸준히 해먹는 경우였다.

그러다보니 노하우도 쌓인다. 그때그때 적은 양의 밥을 하기가 힘들어서 미리 밥을 많이 해서 1인분씩 나누어 얼려둔다거나, 시간과 정성이 오래 걸리는 요리보다 간단하더라도 빨리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 더 열을 올리게 되었다. 정성껏 만들어도 혼자 먹으려다보면 힘이 빠진다거나 맛도 덜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 심정 나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아, 정말 그런 때가 있었는데..

또 슈퍼마켓 세일 시간을 파악해뒀다가 반액 세일을 시작하면 부리나케 달려가 원하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일본 여행을 딱 한번 다녀왔지만 패키지 여행이라 요시노야 등의 체인 음식점에는 가보질 못했었는데 결혼 후 도쿄를 경유한 호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지금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고 말았지만) 일본 여행에 대해 참 많이 알아봤던 적이 있었다. 이후로도 많은 일본 여행서를 읽고 찾다보니 유명한 덮밥체인인 요시노야, 마쯔야 외에도 텐야, 오오토야 등 다양한 체인 음식점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는 음식 종류가 다른가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주 대상 고객들에 있어서도 꽤나 큰 차이가 있어서 여성인 자신 혼자 덮밥집에 가게 될 때에는 꽤 많은 시행착오끝에 자기만의 노하우로 다녀오는 방법을 일러주기도 하였다. 물론 나야 한국인 관광객이니 일본여성인 자신과 같을 순 없겠지만 어디에 뭐가 맛있는지, 여성들끼리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정도는 파악하기 좋았다.

타지에 혼자 나와 살때 몸이 아프면 그것보다 힘들고 우울한 일이 없다며, 내가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신경써준 관계로 혼자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몇년의 시간동안 한번 이상은 나도 아픈 상태에서 집을 그리워하며 울기도 해봤던것 같다. 저자는 몸이 아플 것 같으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춘다. 더 아파오기 전에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장을 봐오는 것이었다. 혼자 몸이 아픈데 집에 마실거리 하나 먹을 거리 하나 없다면 그보다 더 비참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그러고보니 난 그정도로 아파본적은 없었나보다. 그녀의 이야기가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스스로에게 구호물품을 보내는 장면이야말로 압권이었다.

친구들에게 고향집에서 먹을 거리 등의 택배가 한가득 부쳐오는 것을 부러워하던 저자는 결국 자신이 고향집에 내려가 스스로에게 보낼 택배를 꾸리기 시작한다. 헉. 뭐 내려가서 직접 갖고 오는 것이나 무거우니 택배로 부치는 것이나 마찬가지긴 했지만,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택배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챙겨서 가져온다니 에효.. 난 어땠나 생각해보니 나도 따로 택배를 받기보다는 그냥 내가 내려갔다 올라올때 필요한 물건들을 갖고 오거나 부모님이 직접 갖고 와주셨던 것 같다. 그녀가 살고있는 고향이 꽤 멀어서 직접 들고 오갈 거리가 아니라 택배를 부친거겠지만.. 이왕 필요한거 부모님의 사랑이 더해졌으면 좋았겠으나, 일본인들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가족일지라도)이 반영된 일이 아니었나 싶다. 필요한게 있으면 부쳐주세요 해도 될것을 그녀는 직접 스스로의 짐을 부쳐서 올라왔으니 말이다.



짧은 이야기들이었지만 정말 재미나게 읽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녀의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뭉쳐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주었겠다 싶었다.

그녀가 내놓은 또다른 에피소드는 없나 하고 찾아보니 혼자살기 9년차가 새로 나왔단다. 이제는 거의 솔로생활 중견차라 할 생활을 하면서 더욱 장족의 발전을 하였는지 아니면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후속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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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0분 부모 : 행복한 육아 편
EBS 60분 부모 제작팀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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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사이에서 꽤 소문난 육아 프로그램인 ebs 60분 부모의 명성에 대해 익히 들었건만, 아이와 어찌어찌 지내다보면 매번 방송 시간을 놓쳐 못 보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사실 티브이 자체를 거의 안 보고 살기에 챙겨본다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하였고 말이다. 다행히 티브이에 나온 좋은 내용들을 책으로 엮어 시리즈로 나오고 있기에 tv대신 책으로 ebs 60분 부모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예전에도 몇권의 ebs 60분 부모를 읽었는데, 일반 육아서보다 확실히 좀더 체계적이고, 신빙성 있는 그런 내용들이 많아서 이렇게 해도 될까? 하는 의심없이 적용하기 좋은 육아의 교훈들이 많았다.



특히 이번에 나온 신간은 행복한 육아편이다.

다섯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보니, 영어, 예체능 등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아이 훈육 등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두루두루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점들을 마치 엄마 마음 속에 들어온 것같은 세심함으로 차분히 짚어 소개하고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똑똑한 부모의 자녀교육법에 영어, 경제교육, 예체능, 독서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고 현명한 부모의 올바른 육아법에서는 아빠의 육아법과 생활 속 정리 능력 개선 등이 소개가 되었다.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주부들이 많은 까닭에 우울증에 대한 특집도 소개된 점이 주목할만하였다. 아이 육아에서 빠질 수 없는 신체 건강, 키크기, 잠자기, 척추와 시력 , 응급 상황등에 대한 내용은 3장에 소개되었다.

4장에서는 튼튼한 아이를 위해 두뇌음식, 숙면, 건강한 아이를 위한 엄마의 노력 등이 소개되고 5장에서 아이의 문제행동, 6장에서는 마음이 건강한 아이를 위한 개선법 등이 소개가 되었다.

아이 책을 읽어주면서 나긋나긋하게 조용히 읽어주는 편이었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이 언니 지금 뭐하는거냐고, 아이 흥미 유도를 위해서 구연동화하듯, 억양을 넣어서 재미나게 읽어줘야지 그렇게 국어책 읽듯이 읊조리는게 어디있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여러번 있었다. 아이는 내가 읽어주는대로 집중해 들었지만 이 책을 보니, 아이들은 높은 목소리에 집중을 잘하는 경향이 있고 영어는 리듬을 타며 읽어야 하기에 엄마가 랩퍼도 댄서도 가수도 성우도 연기자도 되어야한다는것, 즉 할리우드 액션을 기가막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방귀대장 뿡뿡이의 인삿말도 "여러분 안녕하세요!"를 신나고 소리높여 말하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하고 가라앉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나도 모르게 소리높여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고 신나게 외치니 아들이 갑자기 다가와 웃으며, 엄마 지금 뭐라고 했어? 헤헤 재미있네. 하면서 반색을 하는게 아닌가. 아, 영어 책도 많이 안 읽어주고 그나마 읽어주던 한글 동화마저 너무 재미없게 읽어줬던것이 한순간에 반성이 되었다.

나나 아이아빠나 둘다 체육을 싫어해서 우리 아들도 체육을 못하겠거니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일찌감치 유아 체육 조기 교육에 관심이 없었는데, 책을 보니 유아기 때 체계적인 운동을 하게 되면 심장이 좋아지고 몸의 혈류량도 증가하면서 혈관 자체가 유연해진다. 실제로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 성적이 올라간 사례가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없던 운동장을 만들었기때문이라고 한다. 39p 아이 어릴적에 미술 교육, 음악 교육 등에 열올리는 엄마들 외에 체육 또한 수영, 태권도, 발레 등을 일찌감치 시키는 엄마들을 많이 봤는데 다 이유가 있는 교육이었구나 싶었다. 정말 육아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 하고 분위기에 편승할 생각까진 없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지 않고 심심해하고 있는 요즘,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보다 뭔가 배우면서 시간을 보낼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무엇을 하면 좋을지 조금씩 가닥이 잡히기 시작하였다.



아이가 어릴 적에 잠을 깊게 잘 못 자는 편이었기에 잠자는 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는데, 아침 9시전 산책이 밤에 멜라토닌을 생성하는데 도움을 줘 밤중 수면을 돕는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아기 어릴적에 하도 잠을 못 자는 통에 여러곳에서 조언을 구하곤 했는데 다시 읽으니 새롭게 되살린 기억이 되기도 하였다.



또 36개월 이하 영아는 너무 어려서 훈육이 무엇인지도 모르기에 훈육을 해선 안된다는 것도 배웠다. 아이 어릴적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이를 바로 잡겠다며 큰 소리내고 혼낼 일이 확 줄어들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뿐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다른 책은 못 읽어도 육아서만큼은 챙겨 읽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육아서를 제법 많이 읽었다고 해도 나만의 소신과 주관이 확고히 자리잡았다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아이에게 적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가 고쳐야할 점이 무엇인지를 잊고 있던 중에 믿을만한 육아서를 통해 바로잡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도움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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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이 불쑥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20
오드리 우드 글, 돈 우드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6월
구판절판


길을 가다가 어린 학생들이 욕설을 섞어가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들으면, 전혀 나와 무관한 대화임에도 그냥 들었단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곤 하였다. 같은 말이라도 고운 말 예쁜 말이 얼마든지 있는데, 마치 비속어를 쓰지 않고서는 한국말을 할 수 없다는 듯, 아니면 그 비속어를 쓰면서 스스로를 천박하게 낮추어야 친구 무리에 끼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욕설 섞어 쓰는데 당당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아이는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곤 하였다.

주로 일부 청소년들에 한해서 사용되는듯 했던 비속어가 요즘은 어린 초등학생들까지도 종종 사용하는 단어로 늘고 있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늘고 있다. 혹시나 나쁜 말을 배우지는 않을까 싶어 늘 조심스러워하고 되도록 아이앞에서 예쁜 말을 사용하려 애를 쓰는데 언젠가는 그런 말에 노출이 될 것이고,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이 용감한 사람이 아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에서는 써놓기도 싫을 그런 나쁜 말을 하나의 먼지 괴물처럼 묘사를 해놓았다. 크기도 늘었다 줄었다 마음대로이고, 스스로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원치 않을때 흘러나와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어느날 오후 우아한 정원 파티에서 꼬마 엘버트는 난생 처음 나쁜 말을 듣게 되었다.
우아한 정원파티인데 사람들이 모두 시커먼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의아스럽기도 했다. 파란 옷을 입은 앨버트를 도드라지게 표현해주고, 또 나쁜 말에 익숙해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을까?

엘버트는 날아다니는 나쁜 말을 얼른 잡아채 뒷주머니에 쑤셔넣었는데, 나쁜 말은 기회를 노리다가 자기 몸을 작게 만들어 엘버트 입 속으로 쏙 날아들어가고 말았다.

이사벨라 고모가 아름다운 오페라를 노래하는 동안 차이브 집사가 달걀 요리 쟁반을 들고 아슬아슬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가 프리아타 부인 드레스 위로 쟁반을 와르르 떨어뜨리고 프리아타 부인은 칵테일을 힐러리경의 대머리 위로 쏟아버리는 바람에 힐러리 경이 들고 있던 크로케 나무 망치가 날아가 하필 엘버트 엄지 발가락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아팠던 엘버트가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리자, 나쁜 말이 더 커지고 흉측해진 모습으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모두 놀라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뭐라고 하였기에? 하지만 아이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그런 말이었으리라. 그 자리에 있던 어른들을 모두 다 놀래키고 말았으니 말이다.)
엄마는 엘버트를 데리고 들어가, "나쁜 말을 쓰는 사람이 어딨니? 비누로 싹싹 씻어내.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런 말은 입에 올리지 말거라!"라고 말을 하였다. 엘버트는 비누로 혀를 씻어내도 걱정이 되어 마법사이자 정원사인 아저씨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마법사와 엘버트의 반짝이는 듯한 파스텔톤 의상이 파티를 진행중이던 어른들의 검은 색 의상과 대조를 이루어 반짝반짝 빛나는 말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듯 하였다. 정원사는 엘버트가 나쁜 말 병에 걸렸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서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말들을 꺼내 밀가루, 꿀, 건포도, 우유, 달걀 등을 넣고 컵케이크를 구워 엘버트에게 먹게 하였다.

파티로 되돌아왔을때 하필 또 차이브집사, 프리아타 부인, 힐러리경의 연달은 실수가 다시한번 진행되고, 또다시 나무망치가 공중위로 날아가 엘버트의 엄지발가락 위로 떨어졌을때 모두들 엘버트를 집중하게 되었다.

엘버트가 꽥 소리를 질렀어요
"아이고 깜짝이야! 정말 화가 나! 이런 샛별, 구름, 꽃, 솜사탕, 씨앗, 강아지야!"
너무너무 아파 화가나는 순간 분명 입밖으로 험한 말이 나오기 마련일텐데 마법의 컵케이크를 먹고 난 엘버트는 다시는 나쁜 말을 사용하지 않고, 빛나는 말들을 사용하게 되었기에 화가 솟구치는 순간에도 이렇게 예쁜 말들을 내뱉게 된 것이었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어찌나 웃기던지..

사실 처음 엘버트의 나쁜 말 이야기가 시작되었을때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마법의 정원사의 빛나는 말들이 나쁜 말을 보기좋게 이겨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고, 아이들 또한 정신건강을 해치는 비속어, 나쁜 말이 아닌 반짝 반짝 자신을 빛내줄 수 있는 예쁜 말들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다섯살 우리 아들은 아직 나쁜 말이 뭔지 모르긴 하지만, 욕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어른들이 가끔 사용하는 "아휴, @@해 죽겠네." "내비둬요.(사투리)"등의 말을 따라하다가 어른들을 놀래킨 적이 있었다. 정말 한 번 들은 말은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지 아니면 못 들어본 말이라 신기해서 기억을 하는 건지 꼭 기억하고 있다가 활용하는 바람에 양가 부모님들서부터 엄마 아빠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이 앞에서는 말조심을 하게 된다. 얼마전에는 아이가 차에서 늦게 내리길래 뭐하는거야. 얼른 내려야지 했더니 아들 왈 "멍때리고 있어." 라고 대답해 엄마의 평소 말투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나 또한 예쁜 말만 사용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아이가 가끔 하는 말들을 들으면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아이들이 예쁜 말 고운 말로 바른 심성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나쁜 말 유해한 말들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어졌다.

나쁜 말이 불쑥.
이 책은 유아들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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