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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이 불쑥 ㅣ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20
오드리 우드 글, 돈 우드 그림,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6월
구판절판
길을 가다가 어린 학생들이 욕설을 섞어가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들으면, 전혀 나와 무관한 대화임에도 그냥 들었단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지곤 하였다. 같은 말이라도 고운 말 예쁜 말이 얼마든지 있는데, 마치 비속어를 쓰지 않고서는 한국말을 할 수 없다는 듯, 아니면 그 비속어를 쓰면서 스스로를 천박하게 낮추어야 친구 무리에 끼일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욕설 섞어 쓰는데 당당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아이는 저렇게 키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부터 들곤 하였다.
주로 일부 청소년들에 한해서 사용되는듯 했던 비속어가 요즘은 어린 초등학생들까지도 종종 사용하는 단어로 늘고 있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늘고 있다. 혹시나 나쁜 말을 배우지는 않을까 싶어 늘 조심스러워하고 되도록 아이앞에서 예쁜 말을 사용하려 애를 쓰는데 언젠가는 그런 말에 노출이 될 것이고, 그렇다하더라도 그런 말을 사용하는 것이 용감한 사람이 아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에서는 써놓기도 싫을 그런 나쁜 말을 하나의 먼지 괴물처럼 묘사를 해놓았다. 크기도 늘었다 줄었다 마음대로이고, 스스로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원치 않을때 흘러나와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한다.
어느날 오후 우아한 정원 파티에서 꼬마 엘버트는 난생 처음 나쁜 말을 듣게 되었다.
우아한 정원파티인데 사람들이 모두 시커먼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의아스럽기도 했다. 파란 옷을 입은 앨버트를 도드라지게 표현해주고, 또 나쁜 말에 익숙해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였을까?
엘버트는 날아다니는 나쁜 말을 얼른 잡아채 뒷주머니에 쑤셔넣었는데, 나쁜 말은 기회를 노리다가 자기 몸을 작게 만들어 엘버트 입 속으로 쏙 날아들어가고 말았다.
이사벨라 고모가 아름다운 오페라를 노래하는 동안 차이브 집사가 달걀 요리 쟁반을 들고 아슬아슬 사람들 사이를 지나다가 프리아타 부인 드레스 위로 쟁반을 와르르 떨어뜨리고 프리아타 부인은 칵테일을 힐러리경의 대머리 위로 쏟아버리는 바람에 힐러리 경이 들고 있던 크로케 나무 망치가 날아가 하필 엘버트 엄지 발가락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너무 아팠던 엘버트가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리자, 나쁜 말이 더 커지고 흉측해진 모습으로 튀어나오는 바람에 사람들이 모두 놀라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뭐라고 하였기에? 하지만 아이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그런 말이었으리라. 그 자리에 있던 어른들을 모두 다 놀래키고 말았으니 말이다.)
엄마는 엘버트를 데리고 들어가, "나쁜 말을 쓰는 사람이 어딨니? 비누로 싹싹 씻어내.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런 말은 입에 올리지 말거라!"라고 말을 하였다. 엘버트는 비누로 혀를 씻어내도 걱정이 되어 마법사이자 정원사인 아저씨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게 되었다.
마법사와 엘버트의 반짝이는 듯한 파스텔톤 의상이 파티를 진행중이던 어른들의 검은 색 의상과 대조를 이루어 반짝반짝 빛나는 말들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듯 하였다. 정원사는 엘버트가 나쁜 말 병에 걸렸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서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말들을 꺼내 밀가루, 꿀, 건포도, 우유, 달걀 등을 넣고 컵케이크를 구워 엘버트에게 먹게 하였다.

파티로 되돌아왔을때 하필 또 차이브집사, 프리아타 부인, 힐러리경의 연달은 실수가 다시한번 진행되고, 또다시 나무망치가 공중위로 날아가 엘버트의 엄지발가락 위로 떨어졌을때 모두들 엘버트를 집중하게 되었다.
엘버트가 꽥 소리를 질렀어요
"아이고 깜짝이야! 정말 화가 나! 이런 샛별, 구름, 꽃, 솜사탕, 씨앗, 강아지야!"
너무너무 아파 화가나는 순간 분명 입밖으로 험한 말이 나오기 마련일텐데 마법의 컵케이크를 먹고 난 엘버트는 다시는 나쁜 말을 사용하지 않고, 빛나는 말들을 사용하게 되었기에 화가 솟구치는 순간에도 이렇게 예쁜 말들을 내뱉게 된 것이었다.
그 장면을 읽으면서 어찌나 웃기던지..
사실 처음 엘버트의 나쁜 말 이야기가 시작되었을때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마법의 정원사의 빛나는 말들이 나쁜 말을 보기좋게 이겨냈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고, 아이들 또한 정신건강을 해치는 비속어, 나쁜 말이 아닌 반짝 반짝 자신을 빛내줄 수 있는 예쁜 말들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다섯살 우리 아들은 아직 나쁜 말이 뭔지 모르긴 하지만, 욕은 들어보지 못했어도 어른들이 가끔 사용하는 "아휴, @@해 죽겠네." "내비둬요.(사투리)"등의 말을 따라하다가 어른들을 놀래킨 적이 있었다. 정말 한 번 들은 말은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지 아니면 못 들어본 말이라 신기해서 기억을 하는 건지 꼭 기억하고 있다가 활용하는 바람에 양가 부모님들서부터 엄마 아빠에 이르기까지 모두 아이 앞에서는 말조심을 하게 된다. 얼마전에는 아이가 차에서 늦게 내리길래 뭐하는거야. 얼른 내려야지 했더니 아들 왈 "멍때리고 있어." 라고 대답해 엄마의 평소 말투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나 또한 예쁜 말만 사용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아이가 가끔 하는 말들을 들으면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 이왕이면 아이들이 예쁜 말 고운 말로 바른 심성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나쁜 말 유해한 말들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어졌다.
나쁜 말이 불쑥.
이 책은 유아들 뿐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