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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ㅣ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절판

이미 결혼하고 산지 5년은 넘은지라 혼자 살기 5년차의 이야기가 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처음에는 읽기를 망설였었다. 그러다 웹툰 스타일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고른 책이었는데, 책이 생각보다 얇고 크기도 작아서, 아쉬웠으나 읽다보니 왜 이 책이 일본에서 인기 대박을 터뜨렸다는지 알 수 있었다. 나 또한 혼자서 혹은 오빠나 친구와 같이 자취한 적이 있었던 터라 (방 두개짜리여서 오빠든 친구든 몇달씩 와서 살다 간 적이 있었다. 혼자 산 기간도 꽤 되고) 자취생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되면서도 집에서 밥을 꼬박꼬박 해먹은 그녀와는 차이가 났던 터라 자취생 살림의 고수(?)가 되어가는 그녀의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얇지만 하나하나를 재미나게 읽었기에 좀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자신의 키가 150cm라 일본에서는 150cm라이프로 알려졌다는 혼자살기 5년차.
독립한지 꽤 되었기에 어느 정도 자신만의 자취 노하우 같은 것이 쌓여서 그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들이 참 진솔하면서도 재미나게 혹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우선 자취생의 집
어릴적에 늘 동생과 한 방을 썼던 터라, 나만의 방에 침대와 예쁜 옷장 등을 두고 공주방을 꾸미고 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자취생활을 시작하게 되자 4년동안 기숙사 생활, 하숙 생활을 했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예쁘게 꾸미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거나, 적게 들이기 위해서는 발품 손품을 팔아서 직접 만들거나 구입하러 뛰어다녀야 하였기에 게을렀던 나는 이도 저도 하지 않고 그냥 있는 대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공주방으로 꾸밀 엄두는 내지 못하고 말았다. 결혼하면 가구부터 가전까지 다 사게 될텐데 미리 돈 들여 뭔가를 산다는게 아깝게 느껴졌기때문이었다. 일본은 특히 도쿄는 워낙 물가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라 큰 방은 엄두도 못냈을 것이다. 저자는 작은 방에서 최소한의 가구만으로 (자신의 키보다 작은 낮은 높이의 ) 자취생활을 시작했으나 5년차가 되자 180cm의 선반에 DIY 가구 등 어쩔수없이 늘어나는 살림을 갖게 되고 말았다. 어여쁘게 꾸미기 보다 필요한 것만 갖추게 된 살림살이.
그녀의 삶에 전적으로 동의하기에 인테리어 잡지나 그 혹은 그녀들의 스타일 같은 주제의 책에 나오는 멋진 인테리어의 집들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꾸미고 살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식사하고 장보기
우선 그녀는 집에서 직접 해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혼자 살면서 그러기가 쉽지 않지만 직접 해먹는게 여러모로 경제적이기도 하고, 건강에도 더 좋긴 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사먹게 되었고, 해먹을 줄 몰라서 못 해먹다가 밥하기 등의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본격적인 요리는 결혼 후 하게 된 걸 생각해보면 자취할땐 주로 사먹었다는게 옳을 것이다. 해먹으려 해도 장부터 봐야하고, 장봐서 막상 해놓으면 몇번 먹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또 사먹게 되고 .. 그런 일이 반복되었다. 저자는 꾸준히 해먹는 경우였다.
그러다보니 노하우도 쌓인다. 그때그때 적은 양의 밥을 하기가 힘들어서 미리 밥을 많이 해서 1인분씩 나누어 얼려둔다거나, 시간과 정성이 오래 걸리는 요리보다 간단하더라도 빨리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 더 열을 올리게 되었다. 정성껏 만들어도 혼자 먹으려다보면 힘이 빠진다거나 맛도 덜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 심정 나도 충분히 공감되었다. 아, 정말 그런 때가 있었는데..
또 슈퍼마켓 세일 시간을 파악해뒀다가 반액 세일을 시작하면 부리나케 달려가 원하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일본 여행을 딱 한번 다녀왔지만 패키지 여행이라 요시노야 등의 체인 음식점에는 가보질 못했었는데 결혼 후 도쿄를 경유한 호주 여행을 계획하면서 (지금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고 말았지만) 일본 여행에 대해 참 많이 알아봤던 적이 있었다. 이후로도 많은 일본 여행서를 읽고 찾다보니 유명한 덮밥체인인 요시노야, 마쯔야 외에도 텐야, 오오토야 등 다양한 체인 음식점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파는 음식 종류가 다른가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주 대상 고객들에 있어서도 꽤나 큰 차이가 있어서 여성인 자신 혼자 덮밥집에 가게 될 때에는 꽤 많은 시행착오끝에 자기만의 노하우로 다녀오는 방법을 일러주기도 하였다. 물론 나야 한국인 관광객이니 일본여성인 자신과 같을 순 없겠지만 어디에 뭐가 맛있는지, 여성들끼리 부담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정도는 파악하기 좋았다.
타지에 혼자 나와 살때 몸이 아프면 그것보다 힘들고 우울한 일이 없다며, 내가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직장 동료나 친구들이 신경써준 관계로 혼자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몇년의 시간동안 한번 이상은 나도 아픈 상태에서 집을 그리워하며 울기도 해봤던것 같다. 저자는 몸이 아플 것 같으면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춘다. 더 아파오기 전에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장을 봐오는 것이었다. 혼자 몸이 아픈데 집에 마실거리 하나 먹을 거리 하나 없다면 그보다 더 비참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그러고보니 난 그정도로 아파본적은 없었나보다. 그녀의 이야기가 참으로 안쓰럽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스스로에게 구호물품을 보내는 장면이야말로 압권이었다.
친구들에게 고향집에서 먹을 거리 등의 택배가 한가득 부쳐오는 것을 부러워하던 저자는 결국 자신이 고향집에 내려가 스스로에게 보낼 택배를 꾸리기 시작한다. 헉. 뭐 내려가서 직접 갖고 오는 것이나 무거우니 택배로 부치는 것이나 마찬가지긴 했지만,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택배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챙겨서 가져온다니 에효.. 난 어땠나 생각해보니 나도 따로 택배를 받기보다는 그냥 내가 내려갔다 올라올때 필요한 물건들을 갖고 오거나 부모님이 직접 갖고 와주셨던 것 같다. 그녀가 살고있는 고향이 꽤 멀어서 직접 들고 오갈 거리가 아니라 택배를 부친거겠지만.. 이왕 필요한거 부모님의 사랑이 더해졌으면 좋았겠으나, 일본인들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생각(가족일지라도)이 반영된 일이 아니었나 싶다. 필요한게 있으면 부쳐주세요 해도 될것을 그녀는 직접 스스로의 짐을 부쳐서 올라왔으니 말이다.
짧은 이야기들이었지만 정말 재미나게 읽은 이야기들이었다.
그녀의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뭉쳐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주었겠다 싶었다.
그녀가 내놓은 또다른 에피소드는 없나 하고 찾아보니 혼자살기 9년차가 새로 나왔단다. 이제는 거의 솔로생활 중견차라 할 생활을 하면서 더욱 장족의 발전을 하였는지 아니면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후속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