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밥 - 한 끼의 식사가 때론 먼 바다를 건너게 한다 여행자의 밥 1
신예희 글 그림 사진 / 이덴슬리벨 / 2012년 8월
구판절판


대학교때 친구 하나가 연애할때 미리 말해두기를, 난 배가 고프면 화가 나는 성격이다. 라고 해놓아서, 남자친구가 늘 밥부터 사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어넘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듣고 보니 나도 그런 편이었다. 첫 해외여행인 2박3일 여행기간 중, 여자친구 셋이 함께 어울려다니다보니 아무래도 의견충돌이 날 수도 있고, 많이 걷는 여행이 지칠 법도 한 터라, 서로 한 사람이라도 짜증난 티가 나면, 다른 친구들이 나서서 망고 디저트 먹으러 가자는 의견을 내곤 하였다. 그럼 신기하게도 시원하고 맛있는 먹거리 앞에서 짜증났던 기분이 스르르 풀려버리곤 하였다. 음, 맛있는 것으로 기분 풀어지는 사람들이 제법 있긴 하겠지만, 나도 꽤 그런 사람 중 하나인가 보다 싶었다.

이 책 속의 저자는 아예 대놓고 그렇게 이야기를 한다. 그녀의 책 중에는 심지어 제목이 <배고프면 화나는 그녀, 여행을 떠나다>라는 책도 있었다.



여행도, 여행지에서의 맛집도 무척이나 중시하는 나로써는 그러기에 먹거리를 사랑하고, 즐기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저자의 이야기가 참으로 행복하게 읽히는 이야기였다. 사실, 난 좀 먹는 이야기는 덜 찾아 읽어도 될 터인데 이런 책들이 워낙 재미가 있으니 이거야 원.

저자가 다녀오고 실은 밥 이야기들은 불가리아, 신장 위구르, 말레이시아, 벨리즈 등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곳들의 먹거리였다. 그러니 당연히 생소하면서도 호기심이 들지.

사실 이 중 말레이시아는 한번 가봤다. 코타키나발루라는 휴양지에 다녀왔는데, 저자처럼 발품을 팔고 자유로이 길거리 먹거리서부터 현지 먹거리를 체험하고 온 여행이 아니라, 관광객들만 가득한 휴양지 리조트에서 현지 음식이라기보다는 전세계 어느 호텔에 가나 비슷비슷할 (동남아라 그래도 밥이 있다는게 장점인) 뷔페식 위주로 식사를 하고 와서, 사실 말레이시아 현지음식을 맛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그래서 저자가 소개한 말레이시아 음식들이 모두 다 낯설었다!

그럼, 그녀가 반하고 온 그 음식 이야기들로 들어가볼까?

여행자들에게 있어 아름다운 자연풍경, 특색있는 건축양식들을 둘러보고 오는 여행 일정도 중요하지만, 사실 현지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여행의 백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동생과 일본 여행을 갔다가 비교적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일본 음식들 또한 한 입도 입에 못 대고, 료칸 정식을 앞에 두고 호텔에 뜨거운 물을 요청해 컵라면을 먹고 있는 한 젊은 여자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 적이 있었다. 어르신들이 유럽 등지에 가서 현지 빵과 고기 등이 입에 안 맞아 햇반을 챙겨가시는건 봐왔지만 30대 남짓의 여성이 일본 밥도 입에 안 맞아하는 걸 보고, 여행 체질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이 책 속 저자는 참으로 타고난 여행가의 식성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었다. 뭐든 너무나 잘 먹고 현지에서도 참으로 빠른 적응력을 보인다. 오히려 현지인들이 놀라워할 정도로 말이다.


나도 두루 잘 먹는다 자부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제법 못 먹는 것들이 많은 편인데..

우선 저자가 불가리아에서 너무나 맛있게 즐겼다는 각종 고기의 특수부위들. 일명 내장 등을 거의 입도 대기 싫어하였다. 그런데 우리 저자 참으로 즐거이 맛나게 잘 먹었다. 고기만 좋아하는가 하면 또한 신선한 야채의 제맛인 샐러드도 기쁘게 즐길 줄 안다.

불가리아하면 광고의 여파인지 다들 요거트를 떠올리곤 하는데 저자는 불가리아에서 정말 제대로 된 참맛을 즐기고 왔다. 고기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겐 거의 천국이나 다름 없는 곳이자, 신선한 생야채 그대로 시레네 치즈만 듬뿍 얹어먹는 샐러드 또한 천하일미라 하니, 가서 맛보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았다. 하지만, 밥 사먹으려면 키릴 어 좀 공부해야겠지? 하는 그녀의 열공 모드에 쓰여진 글자, 아니, 전혀 알아볼 수도 읽을 수도 없는 이런 문자, 어쩜 좋단 말인가! 어우야, 여행가지 말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라는 그녀의 말에 절대공감하게 만드는 해독불가 난감문자였다.


다시 불가리아 요리로 되돌아와서 유명한 불가리아 요거트로는 다양한 전채요리를 만들 수 있는데 그녀는 거기에서 불가리아 요거트 튀김까지 먹고 왔단다. 아이스크림 튀김이라는게 있다고 들어봤지만, 요거트 튀김이라. 허허. 어떤 맛이려나.

불가리아의 다양한 맥주, 식전주인 라키아 등을 즐기고 해장을 위해 우리네와 비슷한 내장탕같은 쉬켐베 초르바를 먹은 이야기도 들려준다. 우리식 곰탕과 같은 쉬켐베 초르바는 양의 내장을 통째로 몇 시간 푹푹 삶아 꺼내어 잘게 자른후 다시 국물에 집어넣고 계속 끓인 요리라 한다. 여기에 볶은 파프리카, 우유, 밀가루를 넣어 만든 요리인데 개운하고 시원하게 잘 즐기고 왔다 한다. 불가리아식 내장탕이라 먹어보지 않고는 예상하기 힘들 것 같다.


신장 위구르. 세계사 책에서나 접했던 그 곳,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50시간을 달려야 위구르 자치구 구도인 우루무치에 닿고, 거기에서 다시 하루를 기차로 달려야 위구르의 마음 속 고향인 카스에 도착한다 한다. 저자는 차마 기차 타고 그리 여행할 수가 없어 카스행 비행기표를 끊었단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부터 두번 비행기를 갈아타고, 24시간이나 지나서야 도착했단다.

중국의 서쪽 끝 신장 위구르, 중국보다 오히려 터키나 중동의 아우라가 느껴진다는 곳.

베이글과 비슷하지만, 발효과정없이 구워서 무척 딱딱한 낭, 유목민이었던 위구르인들의 주식인 빵이란다. 거의 식으면 돌덩어리처럼 굳어버린다는, 그러나 6천년 이상의 역사를 품은 유서깊은 빵이란다.



그녀를 따라 노래부르게 한 당신에게선 양내음이 나네요.

한국에서부터 깊이 반한 양꼬치의 원조를 찾아 그녀는 멀고 먼 카스까지 찾아갔다. 원조 양꼬치는 물론 새벽부터 가죽 벗겨진 양들의 통몸뚱아리를 보고 정신적 문화적 충격을 받기도 한다. 어우! 깜짝이야. 잠이 확 깨네. 양이란게 이렇게 큰 동물이었나? 123p

하루, 이틀, 사흘, 나흘, 구운양에 질리면 볶은 양을 먹고, 볶은 양이 물리면 삶은 양을 먹는다. 튀긴 양, 찐 양, 매콤하게 양념한 양, 심심하게 익힌 양, 양고기 만두, 양고깃국, 양고기 장조림, 양고기 고명을 얹은 국수. 동네 개들이 앞발로 꼭 움켜쥐고 으드득으드득 뜯는 것도 당연히 양갈비다.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양고기의 블랙홀이다. 128p


말레이시아에서 코코넛 밀크를 넣어 지은 밥인 나시 레막을 먹고, 시원한 국수인 아쌈 락사를 즐긴다. 그리고 그녀는 마성의 음료인 떼 따릭에 중독이 되었다. 엄청나게 긴 거름망을 통해 홍차를 거르고걸러서 진하게 걸러지면 여기에 연유와 설탕을 넣어 다시 또 거르고 거른다. 이렇게 손품을 팔아 완성된 떼 따릭 위에는 마치 우유 거품처럼 거품이 가득하다고 한다.

콸라룸푸르에서 두시간 버스 거리인 말라카에서 그녀는 바바노냐 요리를 맛보고 반하게 되었다. 명나라 공주가 말라카 왕국의 술탄에게 시집을 와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조미료가 섞인 복잡 다단한 음식들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바로 그것이 바바노냐 요리라는 것. 그 중 그녀는 하이난 치킨 라이스를 맛보고 한국에 수입하고픈 쩍달라붙은 감동을 맛보았다나?


그녀가 끝으로 소개한 벨리즈는 나도 처음 들어본 곳이었다. 티브이에서 가끔 세계 테마 기행을 보곤 했는데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프로라 친정에 가면 가끔 보게 된다.) 저자 또한 운좋게 그 여행을 통해 벨리즈를 다녀오게 되었단다. 티브이에서 그녀 이야기를 볼 수도 있었을텐데 미처 못 봐서 아쉬움이 더해진다. 어찌 됐건 벨리즈에서도 그녀의 미식 여행은 즐거이 계속 되었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사이에 자리한 아주 작은 나라. 벨리즈의 주식은 라이스 앤 빈즈란다. 또 플란테인이라는 굵직한 초록색바나나를 튀겨만드는 플란테인 튀김도 인기란다. 거기에 벨리즈의 대부분 식사가 얼마나 고열량식인지를 잘 알려주는 이야기들이 한가득이었다. 다이어트에 눈이 튀어나올 지경인 여성들이 보면, 왜 이리 칼로리가 높아? 하겠지만 살찌는 요리가 맛있는 요리라는 서글픈 진리를 생각해보면, 벨리즈의 음식들이 기대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벨리즈까지 여행가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 그녀가 배워온 조니케이크 만드는 방법을 따라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 밀가루 1kg 기준으로 쇼트닝이 120g,코코넛 크림 250g이 들어가기 때문에 열량은 말도 못할 정도겠지.



만화 속 그녀의 해프닝이 정말 와닿는 이야기들이었다. 맛있는 음식이 칼로리가 높음을 늘어난 체중으로 실감한 그녀의 이야기였으나, 다이어트를 해야할 판임에도 그녀의 여행자의 밥 이야기들은 참으로 매혹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벨리즈, 언제 꼭 한번 가고 말테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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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레전드 시리즈 1
마리 루 지음, 이지수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헝거게임을 읽고 나서, 배틀로얄을 연상케하는 그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이내 빠져드는 스토리에 깊이 매료되었던 적이 있었다. 왜 사람들이 헝거게임을 꼭 읽어보라 하였는지 뒤늦게 읽기는 하였으나 깊이 공감하였었다. 그리고, 레전드. 이 책을 읽고 나니 헝거게임을 읽을때의 감흥이 되살아났다. 미래의 소년소녀들이 주인공이 되어 펼쳐지는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경쟁 따위와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생존을 위한 경쟁이기에 더욱 헝거게임과 비슷하다 느껴졌는지 모른다. 닮은 듯 다른 이야기.

 

내 아이의 아이, 또 그 아이의 아이가 살아야할 미래. 그 미래가 이렇게 불투명하고 암울하다면 정말 선조된 입장에서 가슴아프기 그지 없을 것이다. 언젠가 신랑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건만, 우리 아이 앞에 펼쳐진 미래는 지금의 그것과는 다를 것 같아 걱정이 된다 했던말이 기억이 났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미래, 하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거라면 어떻게든 미리 막고 싶어질 것이다.

 

미래의 어느 날.

아이들은 열살이 되는 나이에 트라이얼이라는 시험을 치루어야 한다.

트라이얼 시험 점수에 따라 아이들의 운명이 강제로 결정된다.

1450점 이상의 경우 리퍼블릭에서 6년간의 고등 교육을 받고, 상위대학에서 4년간 공부 후 국회에 취직을 한다.

1250점 이상의 경우 대학에 갈 수 있다.

1000~1249점의 경우, 고등학교 입학을 금지당하고 빈민의 대열에 끼게 된다.

탈락자들은 대부분 빈민가 아이들이다. 그 그룹에 낀 아이들은 공무원이 강제로 부모와 떼어놓고 수용소로 데려 가게 된다.

 

트라이얼에서 탈락 후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으나 운좋게 탈출한 후 리퍼블릭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데이, 그는 숨어 지내지만, 우연히 길동무를 하게 된 테스라는 여자아이와 함께 은밀히 자신의 가족을 돌보며 거리를 떠돈다.

 

그리고, 전무후무하게 놀라운 성적, 트라이얼 만점으로 승승장구중인 상위층 소녀 준, 그녀는 머리만 비상한 것이 아니라 신체적 조건 또한 우수하다. 월반을 해서 상위클래스에 진학한것은 물론이고, 그 반에서조차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많은 곳에서 이미 그녀를 채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앞길이 보장되어 있는 엘리트 예비 군인이다.

 

트라이얼 시험 최대의 수혜자와 그 탈락자로 범죄자 중 가장 큰 표적이 되어 버린 데이, 그 둘은 만날 이유 없이 전혀 다른 상반된 길을 걸어 갈 것 같았으나 데이의 남동생 이든이 전염병에 감염되어 그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데이가 병원에 잠임하게 되면서 준의 오빠 메이셔스를 만나게 되면서 관련을 맺기 시작한다. 준에게는 부모가 없이 단 하나의 혈육이자 보호자였던 메이셔스 오빠가 하필 데이에 의해 살해되었다 밝혀지고, 준은 데이를 없애는데 온 정신을 집중하기로 한다.

 

미래의 일이고, 생존까지 결정지어진다는 문제이긴 하나 오늘날의 대입 경쟁 구도를 좀더 비약적으로 발전시켜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대학에 떨어졌다고 그 결과 곧바로 목숨을 잃거나 하지는 않지만, 정말 사생결단하는 각오로 대입에 목을 매는 학생들이 많은 실정이니 말이다. 물론 아이들이 그렇게 하고 싶다기보다 사회가 그런 분위기를 자꾸 조장해나가는 탓도 크지만.

 

다시 우리의 먼 미래 준과 데이의 이야기로 되돌아와서.

책은 준과 데이의 시점에서 교차적인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낙오자인 데이와 엘리트인 준이 어떻게 서로에게 끌리게 되었는지..

다소 상투적일수 있어보이는 이들의 사랑이 사실은 가려진 비밀을 드러내는 계기가 됨을 알려주고 있다.

숨겨진 진실, 준은 뒤늦게 그 비밀들을 파헤치게 되고, 자신이 잡아 넣은 그리고,자신이 죽게 만든 데이의 어머니에 대한 강력한 후회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잘못 알고 있었던 진실, 데이를 통해 준은 제대로 알게 되었고, 두개의 심장은 이렇게 하나의 불꽃,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합쳐지게 되었다.

 

헝거게임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한권이 끝이 아니었다. 이후의 책이 언제 나올지 모르겠으나 근래 들어 읽은 시리즈물 중에 가장 기대되는 책이라 평하고 싶다.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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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
황인철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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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에 비해 요리책의 효용성은 바로바로 음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데서 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부들도 다른 책을 읽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필요에 의해서라도 요리책만큼은 찾아 읽게 되는 것이 일상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요리책은 신세대 주부들에게 맞춰서, 영양소와 요리와 관련된 필수 지식은 물론이고, 저자의 스토리까지 담긴 재미난 요리책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서는 다분히 선정적인 소설 쯤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책이지만, '순수'한 요리책이다.

게다가, 정말 순수하게, 남편의 아내 사랑, 가족 사랑이 듬뿍 담긴 매력적인 요리책이 아닐 수 없다.

아내가 샤워하는 단 30분의 시간동안, 짤막한 시간을 내어 조리하는 그 시간이 가족을 위한 행복한 대화의 시간이자, 일주일을 위한 보험이 될 수 있음을 (그러고보니 매일 그가 요리하는 것이 아닌, 멋드러진 이 요리들도 바쁜 시간 동안 잠깐 잠깐의 특별식임을 짐작케 하는 말이었다.) 알수 있다.

아기 받는 남자로 유명하다는 산부인과 교수 황인철, 그가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직접 요리하고, 가족들이 즐긴 그 행복한 요리들을, 요리에 얽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와 함께 레시피를 적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의 요점이다. 그래서인지 에세이를 읽는 느낌과 동시에, 사연이 있는 맛있는 요리를 우리집 밥상에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동시에 지닌 책이기도 하였다.


사실 이 책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여행을 다녀왔더니, 신랑이 힐끗 보고, 이게 뭐야~ 했단다.

뭐 보고서 자기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남성들은 (요리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 차마 그런 성의까지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겠지. 뭐 나야, 내가 직접 해먹을 생각 하고서 보기 시작한 요리책이었다.

책 속에서 저자가 미역국은 남자 요리의 시작이라는 둥,실제로 남편이 해주는 요리를 기대하는 많은 주부들 가운데 1위가 미역국을 차지하는 둥(가벼운 앙케이트 조사)의 사례도 있었으나, 대단한 요리는 아니더라도 나보다 만두 잘 굽고, 국수 잘 삶아주는 남편 정성에 그 정도면 됐다 자기만족하고 넘어가련다. 책에 나온 남편 같이 바깥일과 요리까지 모두 두루 잘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만난다는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정도의 특별한 노고가 필요했던 거 아닐까?



아내가 임신했을때 아내와 아기를 위해 어색하게 시작했던 요리가, 가족을 기쁘게 한단 생각에 그를 부엌으로 이끌기 시작하였단다. 사실 그는 학창시절에도 친구들을 위해 찌개 레시피를 엄마에게 배워갈 정도로 요리에 소질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호텔의 메인 쉐프들도 남자들이 많은걸 생각해보면 남성들이 요리를 못할거라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나도 예전에 흥미있게 지켜보았던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프로그램을 그는 레지던트 시절에 바쁜 짬을 내어 즐겨보았고, 노트에 틈틈이 기록까지 하여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 용기를 주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한다. 그때 제이미 올리버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미처 모르고 나도 그 프로를 보았는데 요리 프로가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인지 나도 그때 처음 알았었다. 아주 기본적인 소금과 허브 등으로 생선을 구워내고, 고기를 구워내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 서양 요리의 기본임을, 저 정도면 나도 따라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하였으나, 미처 적어보지 못하고, 시도해보지못했던 것과 달리 책속 저자는 그 프로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요리 블로그로 인기를 얻고, 매스컴에까지 나가고 책을 내기에까지 이르렀다.


사연이 있는 그의 요리 레시피를 읽고 있자니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들고, 맛나 보이는 음식 사진에 배가 고파오기도 한다.

첫 과외 제자의 막내 누나라는 인연으로 만나게 된 지금의 아내, 그 사랑이야기도 재미나다. 남동생 과외 선생님 월급 날 월급 봉투를 노리고, 술마시거나 영화 보자는 제안을 하였다는 누나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 중 막내 누나와 연인이 되어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니 참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었다. 단지, 월급 봉투를 뜯어낼 생각이었을까? 과외 선생에게 마음이 있어서 여자들 쪽에서 더욱 적극적인 장난을 칠 수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오븐에 새우를 구워내기도 하고, 식당에서 파는 갈비탕에 정체불명의 통조림을 쓴다는 뉴스 소식에(나도 그 뉴스를 전해들은 기억이 있다.) 고기 한 점이라도 자녀에게 더 먹이고 싶어 건져먹였던 부모의 가슴에 생채기가 나, 집에서 직접 갈비탕을 끓여주기도 하였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자 외식을 거의 시키지않고, 집에서 해먹이자, 아이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하는 망신을 당했다며 앞으로는 외식을 하겠다 해서, 아이가 맛있게 먹었다는 바베큐 립을 아빠표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요리와 아기받는 지금의 일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저자.

그가 붙인 취미는 대한민국 주부들이 보기엔 정말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생산적인 취미였다.

그냥, 신랑이 해주길 기대하기보다, 나 또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며, 먹고 싶은 요리를 레시피북에서 찾아 식탁에 올려보고픈 충동이 생겼다.



흔하게 만들어볼 메뉴들도 많았으나 새롭게 시도할 메뉴들, 외식에 적당하지만 집에서 해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조리법은 쉬워보이는 레시피가 많아 과감히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다. 요즘 주말에 주로 외식을 해왔는데 오늘은 용기있게 한번 맛있는 요리에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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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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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이란, 게다가 우리나라도 아닌 타국 일본 주부가 느낀 결혼 생활의 감상이란, 참으로 이국적이고, 낯설게 느껴져야만 할것 같은데..어찌 이다지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가 있는 건지..

태풍 때문에 한동안 외출도 못 하고 살다가, 며칠 전 두 번의 태풍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늘 갑자기 날씨가 맑아, 친구와 약속을 잡고, 공원에 놀러 갔다가 이 책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특히나 결혼한 누군가에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에쿠니만의 매력. 그렇게 난 이 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친구에게도 빌려줘야겠다. 읽어보라고.. 그렇게 우리 둘은 금새 공감하였다.

 

처음에, 띠지의 우리, 둘이 있으면 둘다 외로워지는거야. 와  표지의 불협화음, 그것은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어 얼마나 매력적인가. 라는 결혼에 대한 표현들이 참으로 불안하게 들리기만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 생활에 불만인 것일까? 그런 말을 들으면 어쩐지 부정한 것만 같아서, 이 책을 읽을 엄두를, 처음에는 못 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에쿠니의 책이었기에 그녀의 이야기였기에 읽고 싶었다. 물론 책은 소설로 씌여져 있지만 어쩐지 그녀 속속들이 들어가 실제 결혼생활의 독백을 듣고 나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나니, 불안한, 어쩐지 불협화음 속의 부부의 일상을 그리고 있으나 10여년이 넘도록 여전히 낯설어하고 불편해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인터넷 등에 떠도는 결혼 몇년차면, 권태기가 어떻네 하는 식의 이야기에서 읽어보자면, 어쩌면 동화같을 수 있는 그런 부부의 이야기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아내 히와코의 시선에서만 이야기가 흘러가다가, 중후반서부터는 히와코, 쇼조 둘의 같은 상황 속 다른 이야기와 생각이 번갈아 흘러나온다. 아, 이럴때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 구나, 그렇게 읽어보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여자라, 주부라 그런지 히와코에게 많이 공감이 간다.

아내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남편, 시키는 말을 듣지 않는게 아니라, 그냥 평소 아내가 이야기하는 그 모든 것들에 남편은 무신경하게, 응 하고 대답하는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두가지 이상을 동시에 묻거나 해도 응이라 대답하기에 차라리 두가지 질문은 하지 않는게 낫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대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는 그런 남편의 태도는 정말 빵점으로 느껴질수도 있다.

 

게다가 집에서는 손 하나 까딱않는 남편, 아내가 주말에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마저 아내 손으로 사다주거나, 같이 사러 나가야할 형편이다. 말도 안 듣고, 늘 고집스럽고, 아내가 싫다고 해도 늘 자기 고집대로의 선물을 하는 남편, 크리스마스니까, 내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이니까 아내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선물을 하고 만다.

 

그런 남편에게 불안함과 피로함을 동시에 느끼는 아내, 요일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에서 아무리 못되게 구는 손님이 와도 피로하지않은데, 남편과는 아주 잠깐만 있어도 온 정신을 다 팔린듯, 금새 피로해지고 만다. 이런 저런 불만이 쌓일수밖에 없는 상황, 지쳐버릴 법도 한데, 놀랍게도 남편이 없는 순간순간마다 자유와 행복을 느끼기는 커녕 불안함을 느끼며, 남편 곁으로, 집 안으로 돌아가고픈 그리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발견에 스스로도 깜짝 놀라고 만다.

 

남편 쇼조, 회사에서는 술자리에 잘 참석 않고 집으로 곧장 향하는 그를 애처가라 부르지만, 스스로는 왜 자신이 애처가인지 모른다.

아내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누군가와 대화를 할때, 그 대화의 내용이 겉돌고 귀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어떤 '막'이 쳐진 그런 느낌.

그 막을 스스로 걷어내려 노력하지도 않고, 그냥 불편함만을 느낀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혹은 그보다 더 쓸데없을 것 같은 아내의 모든 중얼중얼하는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소소하게 그의 귀에 들어오지는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그것처럼 싫지가 않다. 아내의 것, 아내의 목소리만은 편안하게 느껴진다.

 

에쿠니의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모르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지난번 에쿠니의 책을 읽으며, 모 작가가 했던 작품 추천 후기란에 그런 이야기가 실려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정말 에쿠니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독자들에게도 나는,,나는 말이지..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정말 털어놓고 싶게 만드는 재주. 늘 에쿠니의 책을 읽으며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아왔는데..

그걸 콕 집어 말해낼수있는 다른 작가의 눈길에도 놀라고 말았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단 말이야? 하고 말이다.

 

결혼생활에 대해 여러 감상이 있다.

작품 속 부부의 불협화음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서로에게 낯설어하면서도 조금씩 맞춰가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아주 깨가 쏟아지게 격정적이지는 않더라도, 그들 나름대로 조용조용하게 평온한 삶을 유지하려 애 쓰고 있다.

정말, 애씀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결혼생활이었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은 정말 힘든 느낌일 것이다.

대화를 제일로 중시하는 여성들에게는 남편의 무심한 대꾸, 혹은 무관심해보이는 그 모든 것들이 속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히와코는 남편 쇼조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무심해보이는 쇼조 또한, 아내가 테니스를 치러 간다 했을적에 괜찮다 해놓고, 몰래 숨어서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아무 말 없이 몇주째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런 부부의 사랑도 있다.

우리 부부는 어떤가?

십년까지는 아니지만, 신혼은 벗어났다 싶을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서로를 다 알았다 말하기엔 부족한 생활을 살아왔다.

한뱃속에서 나고 자란 형제 지간에도 다툼이 있고, 하물며 서로의 머릿속을 이해하기엔 어려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성 지간으로 만나,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해 나간다는 것은 어려운 난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이해와 포용이 필요한 것이다.

서로 너무나 행복할때도 있지만 그만큼 서운한 일도 생긴다.

하나하나 말로 풀어 해결하고 싶은 아내와, 굳이 다 말로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남편, 처음에는 그 간극을 풀어가기가 참 어렵다 싶었는데, 그래도 풀어야지~ 그런게 결혼 생활인것을..

 

에쿠니가 이야기하는 결혼 생활 속의 이야기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았고 하나하나 다른 부부라 공감 안되는 상황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이해되는 상황들이었다. 그래, 에쿠니니까, 이렇게 나를 마음 놓게 만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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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유괴 따위 안 해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코지 미스터리들은 아주 가볍고 발랄한 느낌이라 상업성이 뛰어난 영화로 만들어도 인기가 좋을 것 같다.

이번 책은 거기에 장르 하나를 더 더했다. 유머 미스터리에 로맨스까지 추가요.

 

그의 작품 첫 부분에는 대개 지명 등 배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등이 히가시가와 식으로 첨부가 된다. 음, 히가시가와 뿐이 아니었나? 암튼 이런 플롯 여러번 접한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모노세키의 적당한 마을 크기(?)에 대한 설명이 작품의 큰 흐름을 잡아주는데 좋은 배경임을 알려 주고 있었다.

 

방학이 되어도 놀러갈 궁리는 커녕 학비를 벌어야 하는 가난한 학생 쇼타로는 수입이 짭짤하고, 편하고, 식사비와 교통비를 전부 지급받고, 자유롭게 휴가를 낼 수 있고.. 예쁜 여자애들과 한여름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9p현실에 없을 아르바이트를 꿈꾸며 구인정보지를 뒤적여본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건 나올 턱이 없겠지. 별 기대 없이 물었던 한 선배에게서 같이 일을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는데, 그게 바로 다코야키 장사였다. 찜통같은 더위에 다코야키를 파는 일이 수월할리는 없을 터, 너무 더워 포기하려는 찰나, 주인인 선배가 먼저 두손두발 다 들며, 은근슬쩍 쇼타로에게 트럭을 넘긴다. 단기 임대형식이라며 계획적인 자기 휴가에 들어간 것이었다.

 

그렇게 나홀로 다코야키 장사를 하게 된 쇼타로가 장사를 위해 시모노세키 건너편 모지항에 건너간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이 되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해프닝을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덤덤한 말투, 이것이야말로 히가시가와 도쿠야 식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런 건데, 그런 마음을 숨기려는 듯, 숨겨지지 않는 눈에 빤히 보이는 것들. 쿡. 그래도 재미나다. 가벼운 유머가 난무(?)하는 이런 책, 금새 술술 잘 읽힌다.

 

다시 중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갑자기 양복쟁이 두 남자에게 쫓기는 세일러 복의 미소녀 발견. 게다가 그녀는 쇼타로에게 매달리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쇼타로는 우선 둘을 혼자 상대하기에 역부족임을 깨닫고, 먼저 발을 걸어 둘을 넘어뜨린 후에, 니 드롭, 엘보 드롭, 코코넛 크래시, 플라잉 보디 시저스 드롭, 러시안 레그 스윕, 이어서 러닝 넥 브레이커 드롭 등 마치 자이언트 바바의 재림을 연상시키는 레슬링 기술을 날리며 우위를 점했다. 18p 이런 기술이 다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만, 어쩐지 슬로모션처럼 제작해도 좋을 이 장면이 말만 들어도 웃음이 나는걸. 어찌하나.

 

얼떨결에 구출한 소녀. 알고 보니 야쿠자 두목의 딸이다.

이를 어쩌나. 게다가 그녀에게 이끌려 시모노세키에서 이상한 개구리 인형을 뽑아, 병원에 누군가를 면회하러 다녀오다 보니 그녀에게는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이 하나 있고, 여섯살 난 그 여동생이 수술비가 없어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배반하고 떠난 여자의 아이를 거두어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쇼타로와 하나조노 에리카는 '가짜 유괴'를 감행하고, 인질 협상금으로 동생의 목숨을 구하기로 결의하였다.

 

아, 여기는 무시무시한 하나조노파의 본당.

야쿠자 하면 무조건 다 어마어마 으리으리한 규모만은 아닌가보다. 우리나라 조폭들도 규모가 큰 것만 있는게 아니듯. 하나조노파는 지금 거의 쇠락의 길을 걷고 있어서 전 조직원을 모두 합해도 7명 남짓한 정도에, 현 보스를 맡고 있는 슈고로는 조직원들과 딸 둘의 신뢰마저 잃을 정도로 보스 자격에는 좀 미달인 감이 있는 사람이다. 사실, 스스로도 인정한, 보스들의 구심점이 될 사람은 바로 큰 딸 사쓰키.

 

"그러면 안되는거야? 저기, 아버지. 야쿠자의 보스는 자기 딸만큼은 일반인하고 결혼해서 정상적인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는게 보통이라고. 감동적이잖아. 자신이 해온 고생을 딸만은 겪지 않기를 바라는게 부모 마은 아니야?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거유? 그렇게 나를 야쿠자의 여자로 만들고 싶어?"

"네가 하는 말은 잘 알겠다. 나도 딸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하지만 말이다. 하나조노 파에는 하나조노 파만의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허어? 무슨 사정인데?"

"잘 들어라. 일반적으로 야쿠자 집안이란 보스의 기량에 따라 성립하는 법이다. 즉 하나조노 파는 하나조노 슈고로란 보스의 기량으로 유지되지. 부하들은 하나조노 슈고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때로는 목숨도 바친다."

"물론, 다들 그러잖아."

"그게 아니라고오~~~!"

슈고로는 눈 앞의 테이블을 분한 듯 두번 내리쳤다.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아! 하나조노 파는 내 기량으로 유지되지않아. 하나조노 파는 너의 기량으로 유지되고 있어. 사쓰키! 부하들의 충성심은 내가 아니라 너를 향하고 있어!"

60.61p

 

오호. 슈고로. 무기력해보였지만 실상은 현실을 뚫어보는 통찰력(?) 정도는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아뭏든 예사롭지 않은 이 하나조노 파의 두 딸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이야기는 흘러간다.

게다가 알고 보니 그 유괴 사건이란, 사실은 일어나지 않아도 될 사건이었는데, 가족간에 충분한 대화가 미처 진행되기도 전에, 에리카의 독단과 혼자만의 오해에 의해 그렇게 진행이 되었다.

 

사쓰코에게는 늘 함부로 대하면서, 에리카는 예뻐서 좋아한다는 철부지 아버지 슈고로는 에리카의 유괴에 정말 정신줄까지 놓아버렸다.

감히 야쿠자 보스의 (아무리 쇠락하였다 해도) 딸을 유괴한 간 큰 녀석들. (들이 된 것은 하나 더 추가요. 바로 쇼타로의 그 어이 없는 선배까지 가짜 유괴범으로 추가가 되었다.) 의 이야기가 얼마나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갈 것인가.

 

거기에 자꾸만 미소녀 에리카를 향하는 음흉한 (?) 진심의 쇼타로 군까지.

사실 여자가 두명 등장하다 보니 로맨스도 꼭 한커플 이야기만은 아니구나. 뭐 이건 이 정도로만 이야기하기로 하고.

이야기는 가짜 유괴에 살짝 로맨스라 하기엔 궁상맞은 이야기까지 가미가 되어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잡자마자 아무리 피곤해도 끝을 보게 만드는 필력.

 

기분이 꿀꿀할때 가벼운 오락영화 한 편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 이 책을 읽고 그런 기분전환이 되었다.

아자아자 오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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