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샤워할 때 나는 요리한다
황인철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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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에 비해 요리책의 효용성은 바로바로 음식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데서 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부들도 다른 책을 읽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필요에 의해서라도 요리책만큼은 찾아 읽게 되는 것이 일상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요리책은 신세대 주부들에게 맞춰서, 영양소와 요리와 관련된 필수 지식은 물론이고, 저자의 스토리까지 담긴 재미난 요리책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서는 다분히 선정적인 소설 쯤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책이지만, '순수'한 요리책이다.

게다가, 정말 순수하게, 남편의 아내 사랑, 가족 사랑이 듬뿍 담긴 매력적인 요리책이 아닐 수 없다.

아내가 샤워하는 단 30분의 시간동안, 짤막한 시간을 내어 조리하는 그 시간이 가족을 위한 행복한 대화의 시간이자, 일주일을 위한 보험이 될 수 있음을 (그러고보니 매일 그가 요리하는 것이 아닌, 멋드러진 이 요리들도 바쁜 시간 동안 잠깐 잠깐의 특별식임을 짐작케 하는 말이었다.) 알수 있다.

아기 받는 남자로 유명하다는 산부인과 교수 황인철, 그가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직접 요리하고, 가족들이 즐긴 그 행복한 요리들을, 요리에 얽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와 함께 레시피를 적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의 요점이다. 그래서인지 에세이를 읽는 느낌과 동시에, 사연이 있는 맛있는 요리를 우리집 밥상에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동시에 지닌 책이기도 하였다.


사실 이 책을 식탁 위에 올려두고 여행을 다녀왔더니, 신랑이 힐끗 보고, 이게 뭐야~ 했단다.

뭐 보고서 자기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남성들은 (요리를 좋아하지 않고서는 ) 차마 그런 성의까지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겠지. 뭐 나야, 내가 직접 해먹을 생각 하고서 보기 시작한 요리책이었다.

책 속에서 저자가 미역국은 남자 요리의 시작이라는 둥,실제로 남편이 해주는 요리를 기대하는 많은 주부들 가운데 1위가 미역국을 차지하는 둥(가벼운 앙케이트 조사)의 사례도 있었으나, 대단한 요리는 아니더라도 나보다 만두 잘 굽고, 국수 잘 삶아주는 남편 정성에 그 정도면 됐다 자기만족하고 넘어가련다. 책에 나온 남편 같이 바깥일과 요리까지 모두 두루 잘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만난다는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정도의 특별한 노고가 필요했던 거 아닐까?



아내가 임신했을때 아내와 아기를 위해 어색하게 시작했던 요리가, 가족을 기쁘게 한단 생각에 그를 부엌으로 이끌기 시작하였단다. 사실 그는 학창시절에도 친구들을 위해 찌개 레시피를 엄마에게 배워갈 정도로 요리에 소질과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였다. 호텔의 메인 쉐프들도 남자들이 많은걸 생각해보면 남성들이 요리를 못할거라는 것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나도 예전에 흥미있게 지켜보았던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프로그램을 그는 레지던트 시절에 바쁜 짬을 내어 즐겨보았고, 노트에 틈틈이 기록까지 하여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 용기를 주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한다. 그때 제이미 올리버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미처 모르고 나도 그 프로를 보았는데 요리 프로가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인지 나도 그때 처음 알았었다. 아주 기본적인 소금과 허브 등으로 생선을 구워내고, 고기를 구워내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진 서양 요리의 기본임을, 저 정도면 나도 따라해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들게 하였으나, 미처 적어보지 못하고, 시도해보지못했던 것과 달리 책속 저자는 그 프로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요리 블로그로 인기를 얻고, 매스컴에까지 나가고 책을 내기에까지 이르렀다.


사연이 있는 그의 요리 레시피를 읽고 있자니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들고, 맛나 보이는 음식 사진에 배가 고파오기도 한다.

첫 과외 제자의 막내 누나라는 인연으로 만나게 된 지금의 아내, 그 사랑이야기도 재미나다. 남동생 과외 선생님 월급 날 월급 봉투를 노리고, 술마시거나 영화 보자는 제안을 하였다는 누나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 중 막내 누나와 연인이 되어 결혼에 이르게 되었다니 참 로맨틱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었다. 단지, 월급 봉투를 뜯어낼 생각이었을까? 과외 선생에게 마음이 있어서 여자들 쪽에서 더욱 적극적인 장난을 칠 수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오븐에 새우를 구워내기도 하고, 식당에서 파는 갈비탕에 정체불명의 통조림을 쓴다는 뉴스 소식에(나도 그 뉴스를 전해들은 기억이 있다.) 고기 한 점이라도 자녀에게 더 먹이고 싶어 건져먹였던 부모의 가슴에 생채기가 나, 집에서 직접 갈비탕을 끓여주기도 하였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자 외식을 거의 시키지않고, 집에서 해먹이자, 아이가 패밀리레스토랑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하는 망신을 당했다며 앞으로는 외식을 하겠다 해서, 아이가 맛있게 먹었다는 바베큐 립을 아빠표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요리와 아기받는 지금의 일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저자.

그가 붙인 취미는 대한민국 주부들이 보기엔 정말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생산적인 취미였다.

그냥, 신랑이 해주길 기대하기보다, 나 또한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며, 먹고 싶은 요리를 레시피북에서 찾아 식탁에 올려보고픈 충동이 생겼다.



흔하게 만들어볼 메뉴들도 많았으나 새롭게 시도할 메뉴들, 외식에 적당하지만 집에서 해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조리법은 쉬워보이는 레시피가 많아 과감히 도전해볼 용기가 생겼다. 요즘 주말에 주로 외식을 해왔는데 오늘은 용기있게 한번 맛있는 요리에 도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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