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번지는 곳 프라하, 체코 In the Blue 7
백승선 지음 / 쉼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유럽은 동유럽, 서유럽 모두 가본 적이 없는데, 두 군데 모두 관광여행으로 다녀오신 부모님께서, 서유럽보다 동유럽이 더 좋았다 하셔서 처음에는 사실 의외였다. 동유럽이 낫다 결정하신데에는 프라하, 체코가 있었다.

번짐시리즈로 멋진 풍광 사진들을 소개해주는 백승선님의 인기 서적 시리즈 중에서 이번에 나온 프라하, 체코는 그래서 더욱 궁금하고 기대되는 책이었다.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부모님 덕에 관심을 갖게 된 곳.

저자 또한 체코를 너무나 아껴서 어느 도시 하나 빼놓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여행이건, 무엇이건 자신의 관심 분야 속에서 정말 너무나 아끼는 것들이 꼭 한가지씩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 소중한 체코의 여러 도시들 중, 고르고 골라, 세 곳을 싣기로 하였다 한다.

구시가 광장이 좋은 프라하, 붉은 지붕이 좋은 체스키 크룸로프, 아리안 분수가 좋은 올로모우츠.

지극히 주관적인 선택이라 하였지만, 사진집과 설명글을 읽는 내내, 아름다운 풍경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마음 먹은대로 떠날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내일 당장이라도 체코행 비행기표를 끊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눈으로 보고 직접 소장하게끔 이렇게 책으로 만나보는 것도 즐겁지만, 이런 사진이라면 정말 커다란 원판으로 뽑아 사진전에서 만나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훨씬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커다란 사진으로 만난다면 그냥 그대로 퐁당 번짐 시리즈의 도시들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 같았다.

 

사진기술이 능하지 않고, 평범한 카메라를 쓰는 지라 아름다운 사진을 담아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때가 많았다.

그런데 나같은 평범한 초보들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 어디를, 어떤 솜씨로 찍어내도 엽서같은, 그림같은 사진이 되는 곳, 체코 프라하의 향기가 그렇게 사진에 담겼다.

 

한해 1억명 이상이 다녀간다는 시계탑의 정각마다 30초간 진행되는 시계쇼 (사진으로만 봐도 멋진데 실제 모습은 어떠할지), 시시각각 달라지는 아름다움을 담아낸 여러장의 카를교 사진, 그리고 저자가 프라하를 선택하게 만든 광장의 아름다움. 아이가 너무나 가보고 싶다던 성 또한 프라하 성의 아름다움으로 실제 반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듯 하였다.

천년의 도시라는 프라하에는 정말 이렇듯 뛰어난 명소들 외에도 골목골목에 깃든 동화같은 아기자기함, 아름다움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피노키오 인형의 동화 속 마을 같다는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저자는 비포 선셋의 파리의 서점과 이름이 같은 셰익스피어라는 서점에 가기도 한다. 서점 아들이 갖고 있다 내놓았다는 책, 그 책을 집어들자, 정말 애정을 담은 서점 아들과 주인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흐라데크 다워 162계단을 다 올라 본 풍광에서는 정신이 아득해질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한번 가기 힘든 유럽인지라 가게 되면 여러 나라를 동시에 짧게 훑어보고 올 관광여행을 가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체코를 사랑해마지않는 저자의 이야기와 사진들을 접하니, 체코의 여러 도시만 며칠 머물다 오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사랑하는 내 아이와 가고 싶은 곳,(내 여행의 기준은 언제나 껌딱지인 내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곳이냐 하는 것이 기본 바탕으로 깔린다.) 프라하 체코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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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베이커리 1 한밤중의 베이커리 1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표지 배경- 올어바웃 브레드(RHK)

 

23시부터 29시까지 문을 여는, 한밤중에만 문을 여는 독특한 베이커리- 블랑제리 구레바야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소개글을 읽고, <심야 식당>이라는 읽지도 보지도 못했지만 희한하게 자꾸 그 관련 책들을 읽게 되는 인기있는 책을 떠올렸다. 그리고 맥주 바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꽃아래 봄에 죽기를> 이라는 소설을 떠올리게도 되었다.

 

하나하나의 사연이 담긴 단편들이지만 모두 다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결과적으로는 베이커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에서부터 주인들의 사연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숨겨졌던 베일이 벗겨지는 그 느낌은 다소 신선함 그 자체였다.

 

책을 읽으며 갓 구운 빵의 달콤한 향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오늘 점심때에도 친구와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나 빵과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기고 왔는데.. 빵순이인 나는 빵이야기라면 눈부터 반짝이며 즐거워하는 편이다.

 

각자의 기가 막힌 사연들이 있는 법이지만, 대부분의 사연이 다 부모로부터 거의 버림받다 시피한 아이들을 거두는 듯한 분위기라 처음에는 서먹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이런 엄마들이 있을 수가 있지?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남에게 함부로 맡기고 심지어 버리고 나가기까지 하는지..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의 정서라면 이런 글이 나오지 않았으려나? 아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못된 엄마들이 간혹 있는지 모르겠지만..

열달간 품어 세상에 내놓은 내 아기를, 내 핏줄을 이렇게 홀대할 수는 없는 법일텐데..

한 아이의 엄마로써 살짝쿵 흉통을 느껴가며 읽어야했다. 소설 속 가상의 인물들인데도 아이들에 대한 가슴아픈 마음이 그대로 남아있었기에..

 

 

늘 상냥한 베이커리의 주인, 흰수염안경, 제빵을 담당하는 요리사이자 제빵면에서는 스승인 검은요리사옷, 이 두 남자가 베이커리의 점원들이다. 그리고, 취객들로 다소 소란스러울 수는 있어도 늘상 상냥하게 응대하는 주인 덕분에 화기애애했던 베이커리에 갑자기 노조미라는 여고생이 찾아오면서, 평화가 살짝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깨진 듯한 평화는 다시 주인의 활기로 행복한 균형을 이뤄가기 시작하였다.

 

늘상 버려진 뻐꾸기 새끼가 되어버리는 노조미는 파란 하늘에조차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친구였던 스즈카, 자신을 늘 버리는 엄마, 그리고 이 세상 그 모든 것들에 화가 나 있었다. 그런 노조미를 누그러뜨리게 만든건 실제 이복 언니라 생각되지 않지만, 자신을 이복 처제로 받아들여준 구레바야시 덕이었다. 노조미가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메론빵을 떠올려 보려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메론빵은 일본에서 말하듯 맛있는 빵을 미처 먹어본 적이 없어서 소로보를 먼저 떠올려봤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너무나 맛있는 소보로를 말이다.

 

처음엔 그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까칠한듯 하지만 열심히 맛있는 빵을 구워내는 히로키, 그리고 빵은 정말 못 구워내지만 어쩜 저리 선량할까 싶은 상냥함을 보이는 구레바야시. 그리고, 주요 인물이 아니라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구레바야시의 죽은 아내 미와코까지 말이다.

 

베이커리의 빵을 훔쳐가 노조미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어린 아이 고다마, 모든 것을 방안에서 해결하고 몇대의 망원경으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말 그대로 변태 스토커의 모습에 적합한 마다라메, 자신의 타고난 성을 버리고 소피아의 삶을 선택한 남자, 그리고 고다마가 너무나 사랑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 엄마인 오리에, 구레바야시와 미와코, 그리고 히로키,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굵고 강렬한, 그러면서 따뜻한 이야기로 잘 버무려졌다.

 

"길가나 공원, 빵은 어디서든 먹을 수 있잖니. 마주할 식탁이 없어도, 누가 옆에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어. 맛난 빵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맛난거란다."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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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2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도전 미생 2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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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둑 프로기사 입단에 실패한 장그래라는 인물이 지인의 인맥으로 종합상사에 인턴으로 임시 취직을 하며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것이 1권의 이야기였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인턴들과의 경쟁 아닌 경쟁이 더욱 궁금증을 일게 만드는 이야기들로 이어졌다. 인턴들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능력이 없어 보이는 장그래를 폭탄이라 부르고, 현장만 좋아 발로 뛰려하는 한석율이 장그래 앞에서는 다소 과장을 하며 자신을 엘리트인양 포장해, 장그래와 엮여지자, 폭탄과 폭탄이 만나 뉴클리어 밤이 되었다며 비웃기까지 한다. 그리고 자신들 역시 스스로의 계산 하에 (상대가 떨어지더라도 자신이 돋보이거나) 팀별 발표와 개인 발표를 준비해야 했다.

 

장그래가 어떻게 자신의 기량을 펼쳐나갈까 싶었는데, 꼬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인생이 다행히 희망이 보이며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스펙은 떨어질지언정, 그의 친화력이랄까, 고졸이라 되어있어도 그가 펼쳐내는 재주는 바둑을 배우며 쌓은 바둑 속 인생의 지혜가 그대로 농축된 것이었다. 그는 패배한 어린 아이였으나 그 안에서 충분히 성숙한 인격을 갖춰낼 수 있던게 아닐까.

 

인턴들이 그렇게나 되고 싶어하는 정사원들은 정작 톱니바퀴의 한 구성원으로 하루하루를 바삐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는 둥글둥글한 성격으로 거래처를 윽박지르지 못해 휘둘리기 쉽상인, 거래처에서는 봉이지만 회사에서는 목소리를 더이상 내지 못하는 그런 박대리도 있었다. 사표를 내려고 고민하는 그가 우연히 인턴 장그래를 만나 묘한 용기를 얻게 되었다. 다소 배짱과 호기가 갑자기 생겼다고나 할까.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건 바로 장그래였다. 팡~하고 박대리에게 날개가 돋아난 장면은 말 그대로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의 옷이 갈갈이 벗겨지는 그런 순간까지도 말이다. 만화이기에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과감한 상상력들.

 

게다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선 차장의 이야기 또한 아이를 둔 직장 여성들의 공감을 충분히 살 그런 이야기였다. 직장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도, 집에서 해야할 육아와 살림의 영역이 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해도, 아이를 데리러 가야할 마지노선 시간이 있는데, 엄마와 아빠 모두 시간이 나지 않으면, 게다가 엄마는 같이 일을 하면서도 남자에 비해 늘 밀리는 부분이랄까. 살림과 육아는 마치 여자 당신의 몫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직장맘으로 살아보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절절히 공감이 되는 대목들이 많았다.

아이가 엄마의 눈코입 없는 얼굴을 그렸을때 이게 뭔가 했는데, 엄마는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늘 아이를 데려다주고, 바삐 전화하며 나오느라 뒷모습만 보여주니, 아이는 엄마의 뒷통수만 보고 살았던 것, 아이는 검은색이 없어 엄마의 머리를 못 그렸다며 뒷모습이 아닌 그림을 그대로 미완으로 남겨주었다. 눈코입을 그리지 못한게 아니라 못 보고 살았던 것이었다.

 

참, 이렇게나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윤태호라는 작가분, 정말 대단하구나, 남자분이신데도, 하나하나 여성의 마음까지도, 짚어내려면 정말 많은 정보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단지 상상만으로는 이런 생생한 이야기가 지면위에 실현될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다음의 이야기도 계속 또 계속 완결될때까지 읽어가리라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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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착수 미생 1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구판절판


책을 좋아하고, 웹툰 역시 좋아하는데, 늘상 들어가는 포탈이 다른 곳이다 보니, 다음웹툰에서 연재중인 미생은 서점에 신간 소식이 퍼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 특히 직장인들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있다는,을 보내고 있는지, 그 별점과 덧글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사실 바둑에 대해서 나의 지식수준이란 정말 까막눈에 불과할 정도의 수준이다. 운동도 싫어하지만 바둑 역시 좋아하지를 않았다. 게다가 지금은 전업주부 상태라,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그리 크게 와닿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곧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대목에서, 읽을 생각, 그리고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한 미생 1과 2, 단행본 두권을 연달아 읽어내리는 바람에, 낮에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아가와 못 놀아줘서 온집안이 아들이 어질러놓은 장난감으로 쑥대밭이 될 정도였다. 아들 미안, 엄마가 잠시 '장그래의 취업 현장'에 다녀왔어.아들에게 직접 이렇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어려서부터 바둑에 재능을 보였던 장그래는 부모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바둑에 온 인생을 걸었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다 그 길을 걷게 되는게 아니었던가? 하는 것은 나의 안일한 생각일 뿐이었다. 대학 입시와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더욱 냉혹한 현실이 바둑 세계에 자리하고 있는지 몰랐다. 도대체 입단이 무엇이길래, 장그래가 눈물을 쏟으며 버려졌다 말하게 만들었는가?





프로 바둑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과정을 거친 이후 한국기원에서 주최하는 프로바둑기사 선발전을 통해 입단할 수 있다. 선발전을 통한 바둑기사는 한국기원에 소속되며 프로 바둑기사 양성을 위한 연구생이 될 수 있다. 1년에 3~4회 걸쳐 선발하며 연구생이 되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기원 연구원은 바둑특기사 특별전형으로 대학교에 진학 할 수도 있다.

[출처] 바둑기사 | 두산백과









장그래는 한국 기원 연구생 출신이었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한 그는 다행히 운이 좋은 까닭으로,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힘입어 회사에 취직을 하였으나 이내 패배자처럼 낙인찍히고 군대로 도피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그는 자신에게 붙은 "바둑"이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떼어버리고 특기가 '무'인 상태로, (사장님만 아는 낙하산 인사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인턴이라, 취업이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인턴이라는 과정이 이렇게 혹독한 것인지 몰랐다. 요즘에 취직이 어렵다 어렵다 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나, 인턴으로 뽑히면 대부분 수습 기간을 거쳐 정사원으로 확정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장그래가 속한 종합 상사의 (꽤나 쟁쟁한 학벌을 가진 사람들도 다수 지원을 하는, 사실 그런 스펙에 비해 장그래의 스펙은 바둑을 제외하곤 딸려도 너무 많이 딸렸다.) 정사원 취업의 문은 바늘구멍만큼이나 좁았다. 어렵게 들어간 인턴 중에서도 30명 중에 2명을 뽑을수도, 혹은 1명을 뽑을 수도 있었다.



어쩌다보니, 나는 입사동기가 참 애매한 그런 취업을 매번 하였다. 정시 모집이 아닌 수시 모집으로 늘 합격을 하였기에 들어갈때 동기 없이 나 하나 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나보다 바로 윗기수에 같이 편승되어 동기처럼 행동하게 되었는데, 오티까지 하고 똘똘 뭉친 그 집단에 내가 끼일 자리는 없어 보였다. 회사에도 있어보았고, 직업 특성상 다른 조직에도 몸담아 보았지만 어느 쪽이나 수시전형 입사인것은 마찬가지였다. 장그래의 경우를 보며 정시 모집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었다. 똘똘 뭉친 새내기들이라 하기보다는, 저 사람을 떨구어 나를 붙게 하자라는 마인드가 팽배한 경쟁자 모드인 것이었다.



표정서부터가 온화해보이는, 어쩐지 물러보이는 장그래, 사실 이름까지도 그래.. 참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입에 착 붙는 편안한 이름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자는 패배자의 인생으로 시작한 장그래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다고 어디선가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다소 우울한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약삭빠른 세상의 논리에 장그래가 희생되는..) 그런데, 의외로 장그래의 선전이 돋보이고, 살짝 쾌감까지 느끼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회사 특유의 정서가 어쩜 이리도 잘 녹아 있는지.

사실 신입 사원 (인턴이건 정사원이건)에게 주어진 업무라는게 따로 있더라도, 선배들은 무수한 일을 떠맡기듯 시키고 짐지운다. 고스란히 그 일들을 해결하다 보면 어느 새 나의 일은 뒷전으로 내몰리고 만다. 참 똑부러지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안영이라는 엘리트 전형다운 인물은 그런 장그래에게 조언을 해준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해결하라고. 정말 숲을 보고 살아야지 나무만 보고 살아가는 장그래, 혹은 나같은 인물에게 적합한 지적이었을지 모른다.

너무 힘들었던 곳, 회사라는 타이틀을 딱 한번 달아보았을 적에 갓 대학 졸업 후 입사해, 업무 파악도 하기 힘든 내게, 팀장은 당장 한아름의 일거리를 쌓아주었다. 방법은 몰라도 시늉이라도 해보려 노력하며 전전긍긍, 머리가 뽀개질듯 고민하고 있는데, 웃기는 것은 같이 입사한 (아니 나보다 반기수? 암튼 일찍 입사한 남자직원은 팽팽 놀고 있고,- 그 직원은 일이 주어지지 않음을 오히려 고역스럽게 생각하였다.팀장식의 또다른 이지메라며) 남자직원에게는 전혀 일을 주지 않고, 내 전공때문이었는지 나한테만 산더미같은 일을 안겨주었다. 대학에서 그런것을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해도 소용없을 정도로. 가장 기가 질리게 만들었던 것은, 회사의 분위기 파악도 하기 힘들었던 한달도 안된 신입에게, 수백명은 될 영업사원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혼자서 하라고 떠맡긴 것이었다. 이게 뭐야, 그 순간 스르르 내 안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이건 아니구나.

어찌 됐건, 신입이 다 해결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마구 주어버리는 팀장 같은 캐릭터, 나만 겪은 고역이라 생각했는데, 장그래와 다른 이들이 겪는 고충을 보니, 세상 다 똑같은 무림이라는 신랑의 말이 저절로 와닿는 부분이었다.


장그래가 배정된 영업3팀의 분위기도 극의 주요 흐름을 좌우하였다. 언제나 충혈된 눈으로 다니는 오과장은 산만해보이나 일에 대해서는 정말 최대 기량을 뽑아낼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의 외모와 분위기만으로, 장그래를 괴롭히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외모만 보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가 갖고 있는 삶의 무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그에게는 또다른 짐이 될 수도 있는 아이들이 아빠에게 매달려 잠이 들자,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가위에 눌린듯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우리 신랑의 어깨에 드리워진 짐이 예측되는 부분이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이 있잖아~ 힘내요~ 라고 늘 말하지만 본인은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행복하게 해주고 싶기에 더욱 일에 매달려야하는 상황, 그 상황이 아버지의 눈을 늘 핏발서게 하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었다.


또 사람 좋아보이는 그의 버디 김동식 대리는 친절하고 싹싹해보였지만 폴더를 정리하라는 그의 지시를 좀더 합리적으로 수행해보려 했다가 모멸찬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회사란 그런 곳, 직장이란 그런 곳이었다. 아무리 비효율적인 일로 보여도 신입들의 생각은 가차없이 묵살되었다. 네가 뭔데? 이대로가 좋아, 우리 하던 방식이 있어. 이런 야유, 나 또한 겪어본 일이었다. 그래, 비효율적이라도 그들이 가르쳐준대로 그대로 따라해야했다. 내가 상사가 되기 전까진 말이다.


직장인들의 무한공감이란 이런것이었구나. 단지 그냥 만화라 하기에는 너무나 강한 충격을 주었다고 해야할까.

아뭏든 별점이 평소에도 후한 나였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만점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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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절판


제목도, 표지도 이보다 적절하고 매력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밑 페스티벌이라는 제목과 표지가 참으로 인상깊은 책이다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참으로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얼굴이 반밖에 보이지 않아 더 궁금증을 끌어내는 미모의 여인이 꽃다발까지 안고, 물 속에 잠겨있는 모습이라니.. 이런 아이디어는 일본 표지 원서에서부터 이어진 것일까 싶어 검색해봤는데. 일본 표지에 비해 우리나라 표지가 월등히 나았음을 깨달았다.


일본의 표지

무쓰가타케 군에 속한 무쓰시로 마을은 현의 최북단에 있는 무쓰가타케 남쪽 산기슭에 있다. 총인구 2107명, 총면적 114평방 킬로미터. 면적은 넓지만 인구밀도가 낮아 일반적으로 말하는 과소지역 기준에 해당된다. 25p

꽤나 자세하게 마을의 소개가 이어진다. 관광산업 쇠퇴 일로를 겪던 작은 시골 마을에 마을 이름을 걸고 록 페스티벌이 들어섰다. 거의 전국규모의 록 페스티벌이었는데 이후 포기했던 관광산업도 되살아났다. 마을의 촌장 아들인 히로미는, 페스티벌 유치 조건이었던 마을 주민 무료 관람 덕에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페스티벌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히로미는 바로 이 무쓰시록 페스티벌에서 마을 출신의 연예인 오리바 유키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모델 특유의 화려한 외모,너무나 아름다우면 손을 대지 못할 것같다는 친구들의 말과 달리 히로미는 자신도 모르게 여덟살이나 연상인 유키미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시작은, 그저 고등학생에 불과한 평범한 남자아이와 연예계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유키미라는 아이돌과의 만남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갈수록 그 불균형의 시소가 의외로 히로미 쪽이 더 무게가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신기했을뿐.



록 페스티벌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드문 어른, 도비오를 아버지로 둔 히로미는 촌장의 역할에도 잘 어울리고 으스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히로미는 아버지에 대해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

시골 촌장이라.. 우리나라의 푸근한 촌장 개념을 생각했을 적에는 그저 동네 친목 모임 수장 정도로 가벼이 생각이 되었는데, 일본의 촌장개념은 우리와 많이 달랐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무쓰시로 마을의 촌은 일본 지방자치법에 따른 시,정, 촌 중 촌에 해당하는 지방 공공단체라 한다. 촌장은 일본 헌법에 따라 주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촌장은 의회에 대해 거부권 뿐만 아니라 의안 제출권, 의회 해산권까지 가지므로 상당히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체제하의 폐쇄된 공동체 속, 절대 권력에 가까운 '촌장'이라는 지위를 둘러싸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부정, '마을'이라는 결속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얼마든지 덮어버리는 어른들의 세계 439.440p



유키미는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마을에 복수하고 싶다며, 촌장의 아들인 히로미에게 접근을 하였다. 도련님으로 곱게 자란 히로미는 유키미를 통해 그저 시골마을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마을에 대한 제대로 된 음습한 느낌을 깨달아가게 되었다. 믿기지 않는 사실들, 그러나 천연덕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존재할까? 정말? 불편한 진실을 히로미와 함께 께달아가는 느낌이었다.



생애 단 한번의 사랑이라는 멘트가 있어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 느낌이 강할까 했는데, 사랑이야기가 강하나 마을의 비밀에 뭍혀 그 느낌은 엷게 바래버리는 것 같았다. 아, 다시 표지를 보니, 꽃을 들고 레이스 의상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마치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밑의 신부, 물밑의 페스티벌이라..


미스터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의 언급을 해야 스포가 될지 안될지가 망설여질때가 많다.

로맨스보다도 나는 우정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이 남았다고 하면, 약간의 스포가 되려나? 그저 안타까웠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10대 소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전 읽은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의 주인공은 10대 여학생이었지만 이번 소설은 10대 남학생이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다보면 성장 소설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작이 그런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번 소설은 뭔가 좀더 극적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초반의 약간 잔잔한 전개에 비해, 뒤로 갈수록 가속이 붙는 느낌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녀의 전작들과 앞으로 나올 나오키상 수상작 번역본에 관심이 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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