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 페스티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절판


제목도, 표지도 이보다 적절하고 매력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밑 페스티벌이라는 제목과 표지가 참으로 인상깊은 책이다 싶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참으로 여러 의미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얼굴이 반밖에 보이지 않아 더 궁금증을 끌어내는 미모의 여인이 꽃다발까지 안고, 물 속에 잠겨있는 모습이라니.. 이런 아이디어는 일본 표지 원서에서부터 이어진 것일까 싶어 검색해봤는데. 일본 표지에 비해 우리나라 표지가 월등히 나았음을 깨달았다.


일본의 표지

무쓰가타케 군에 속한 무쓰시로 마을은 현의 최북단에 있는 무쓰가타케 남쪽 산기슭에 있다. 총인구 2107명, 총면적 114평방 킬로미터. 면적은 넓지만 인구밀도가 낮아 일반적으로 말하는 과소지역 기준에 해당된다. 25p

꽤나 자세하게 마을의 소개가 이어진다. 관광산업 쇠퇴 일로를 겪던 작은 시골 마을에 마을 이름을 걸고 록 페스티벌이 들어섰다. 거의 전국규모의 록 페스티벌이었는데 이후 포기했던 관광산업도 되살아났다. 마을의 촌장 아들인 히로미는, 페스티벌 유치 조건이었던 마을 주민 무료 관람 덕에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페스티벌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히로미는 바로 이 무쓰시록 페스티벌에서 마을 출신의 연예인 오리바 유키미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모델 특유의 화려한 외모,너무나 아름다우면 손을 대지 못할 것같다는 친구들의 말과 달리 히로미는 자신도 모르게 여덟살이나 연상인 유키미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시작은, 그저 고등학생에 불과한 평범한 남자아이와 연예계에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는 유키미라는 아이돌과의 만남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갈수록 그 불균형의 시소가 의외로 히로미 쪽이 더 무게가 있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신기했을뿐.



록 페스티벌을 이해하고 즐길 줄 아는 드문 어른, 도비오를 아버지로 둔 히로미는 촌장의 역할에도 잘 어울리고 으스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히로미는 아버지에 대해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다.

시골 촌장이라.. 우리나라의 푸근한 촌장 개념을 생각했을 적에는 그저 동네 친목 모임 수장 정도로 가벼이 생각이 되었는데, 일본의 촌장개념은 우리와 많이 달랐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무쓰시로 마을의 촌은 일본 지방자치법에 따른 시,정, 촌 중 촌에 해당하는 지방 공공단체라 한다. 촌장은 일본 헌법에 따라 주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촌장은 의회에 대해 거부권 뿐만 아니라 의안 제출권, 의회 해산권까지 가지므로 상당히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체제하의 폐쇄된 공동체 속, 절대 권력에 가까운 '촌장'이라는 지위를 둘러싸고 물밑에서 벌어지는 부정, '마을'이라는 결속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얼마든지 덮어버리는 어른들의 세계 439.440p



유키미는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몬 마을에 복수하고 싶다며, 촌장의 아들인 히로미에게 접근을 하였다. 도련님으로 곱게 자란 히로미는 유키미를 통해 그저 시골마을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마을에 대한 제대로 된 음습한 느낌을 깨달아가게 되었다. 믿기지 않는 사실들, 그러나 천연덕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 과연 그런 일이 실제로 존재할까? 정말? 불편한 진실을 히로미와 함께 께달아가는 느낌이었다.



생애 단 한번의 사랑이라는 멘트가 있어 미스터리보다는 로맨스 느낌이 강할까 했는데, 사랑이야기가 강하나 마을의 비밀에 뭍혀 그 느낌은 엷게 바래버리는 것 같았다. 아, 다시 표지를 보니, 꽃을 들고 레이스 의상을 입은 여인의 모습이 마치 결혼식을 올리는 신부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밑의 신부, 물밑의 페스티벌이라..


미스터리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의 언급을 해야 스포가 될지 안될지가 망설여질때가 많다.

로맨스보다도 나는 우정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이 남았다고 하면, 약간의 스포가 되려나? 그저 안타까웠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10대 소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전 읽은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의 주인공은 10대 여학생이었지만 이번 소설은 10대 남학생이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소설을 쓰다보면 성장 소설의 느낌이 물씬 나는 경우가 많은데, 전작이 그런 느낌이었다고 하면 이번 소설은 뭔가 좀더 극적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초반의 약간 잔잔한 전개에 비해, 뒤로 갈수록 가속이 붙는 느낌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그녀의 전작들과 앞으로 나올 나오키상 수상작 번역본에 관심이 갈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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