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베이커리 1 한밤중의 베이커리 1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표지 배경- 올어바웃 브레드(RHK)

 

23시부터 29시까지 문을 여는, 한밤중에만 문을 여는 독특한 베이커리- 블랑제리 구레바야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소개글을 읽고, <심야 식당>이라는 읽지도 보지도 못했지만 희한하게 자꾸 그 관련 책들을 읽게 되는 인기있는 책을 떠올렸다. 그리고 맥주 바 안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는 <꽃아래 봄에 죽기를> 이라는 소설을 떠올리게도 되었다.

 

하나하나의 사연이 담긴 단편들이지만 모두 다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결과적으로는 베이커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에서부터 주인들의 사연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숨겨졌던 베일이 벗겨지는 그 느낌은 다소 신선함 그 자체였다.

 

책을 읽으며 갓 구운 빵의 달콤한 향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오늘 점심때에도 친구와 베이커리 카페에서 만나 빵과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기고 왔는데.. 빵순이인 나는 빵이야기라면 눈부터 반짝이며 즐거워하는 편이다.

 

각자의 기가 막힌 사연들이 있는 법이지만, 대부분의 사연이 다 부모로부터 거의 버림받다 시피한 아이들을 거두는 듯한 분위기라 처음에는 서먹하기도 하였다. 어떻게 이런 엄마들이 있을 수가 있지?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남에게 함부로 맡기고 심지어 버리고 나가기까지 하는지..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의 정서라면 이런 글이 나오지 않았으려나? 아니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못된 엄마들이 간혹 있는지 모르겠지만..

열달간 품어 세상에 내놓은 내 아기를, 내 핏줄을 이렇게 홀대할 수는 없는 법일텐데..

한 아이의 엄마로써 살짝쿵 흉통을 느껴가며 읽어야했다. 소설 속 가상의 인물들인데도 아이들에 대한 가슴아픈 마음이 그대로 남아있었기에..

 

 

늘 상냥한 베이커리의 주인, 흰수염안경, 제빵을 담당하는 요리사이자 제빵면에서는 스승인 검은요리사옷, 이 두 남자가 베이커리의 점원들이다. 그리고, 취객들로 다소 소란스러울 수는 있어도 늘상 상냥하게 응대하는 주인 덕분에 화기애애했던 베이커리에 갑자기 노조미라는 여고생이 찾아오면서, 평화가 살짝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깨진 듯한 평화는 다시 주인의 활기로 행복한 균형을 이뤄가기 시작하였다.

 

늘상 버려진 뻐꾸기 새끼가 되어버리는 노조미는 파란 하늘에조차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친구였던 스즈카, 자신을 늘 버리는 엄마, 그리고 이 세상 그 모든 것들에 화가 나 있었다. 그런 노조미를 누그러뜨리게 만든건 실제 이복 언니라 생각되지 않지만, 자신을 이복 처제로 받아들여준 구레바야시 덕이었다. 노조미가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메론빵을 떠올려 보려했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메론빵은 일본에서 말하듯 맛있는 빵을 미처 먹어본 적이 없어서 소로보를 먼저 떠올려봤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안은 촉촉하게 너무나 맛있는 소보로를 말이다.

 

처음엔 그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까칠한듯 하지만 열심히 맛있는 빵을 구워내는 히로키, 그리고 빵은 정말 못 구워내지만 어쩜 저리 선량할까 싶은 상냥함을 보이는 구레바야시. 그리고, 주요 인물이 아니라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던 구레바야시의 죽은 아내 미와코까지 말이다.

 

베이커리의 빵을 훔쳐가 노조미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어린 아이 고다마, 모든 것을 방안에서 해결하고 몇대의 망원경으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말 그대로 변태 스토커의 모습에 적합한 마다라메, 자신의 타고난 성을 버리고 소피아의 삶을 선택한 남자, 그리고 고다마가 너무나 사랑하고 있는 유일한 존재 엄마인 오리에, 구레바야시와 미와코, 그리고 히로키, 그들의 모든 이야기가 굵고 강렬한, 그러면서 따뜻한 이야기로 잘 버무려졌다.

 

"길가나 공원, 빵은 어디서든 먹을 수 있잖니. 마주할 식탁이 없어도, 누가 옆에 없어도 아무렇지 않게 먹을 수 있어. 맛난 빵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맛난거란다."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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