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시켜! - 성장 이야기 (소통, 심부름, 가족, 막내)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20
이주혜 글.그림 / 노란돼지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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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공주님이 주인공인 책이라, 여아들이 보면 더 재미있어할지 모르지만 왕자님인 우리 아들이 봐도 정말 재미나게 보고 느끼던 그림동화, 왜 나만 시켜였어요. 이 책을 보며 자꾸 친구네 공주가 생각난 까닭은, 공주님이라 그런것도 있고, 친구네 아이 태명이 별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친구에게 이 책 보여주면 무척 반가워하겠구나 싶었답니다.

사실 이 책을 읽어주며 엄마도 살짝 고민이 들었지요. 혹시 이거 보고 나서 엄마 심부름 안한다 하면 어떡하지? 했는데, 심부름을 아직은 많이 시키는 편이 아니라 그런지, 책 읽었다고 갑자기 심부름 안한다 하고 그러진 않더라구요.



노란돼지에서 다양한 단행본들이 나왔는데 우리 아이 눈높이에 맞는 재미난 책이 많아서 읽어준 책마다 대박북이 되었지요. 이 책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먼저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하는 그런 책이 되었답니다.




표지를 넘기면 별아 별아~ 가족들의 목놓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요.

사실 막내로 자라다보면 엄마 아빠는 물론 언니 오빠의 잔심부름까지 도맡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 아빠만 해도, 막내였기에 형과 부모님 심부름을 하고 자라서, 자기도 심부름 시킬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대요.

우스갯 소리로 아기를 낳았으니 이제 울 아이에게 심부름 좀 시켜보겠노라 소망을 피력했는데, 아직은 요 똘망똘망한 녀석이 아빠가 심부름을 시키기보다 아빠에게 갖다달라 부탁하는 일이 더 많더라구요.

엄마는 둘째로 자라 그런지 심부름에 특별히 맺힌 한 같은건 없었는데 말입니다. 물론 오빠가 뭔가 많이 시키긴 했어요.

주방에서 물 떠오는 그런 것 말이지요.


첫 시작부터 이렇게 몰입을 시키다가 본문은 더 흥미로워요.

별이네 가족식구들이 자동차를 타고, 아침에 출발을 해서 각자 흩어지고 (직장, 학교, 유치원 등) 저녁에 퇴근하면서 하나둘 모두 모이는 것을 보여주지요.

사실 등하교, 출퇴근이 어찌 시간이 모두 겹칠 수 있겠어요. 실제는 그렇지 못하지만,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한눈에 모두 보이게 표현을 한 것 같아요.



아뭏든 하루종일 고된 일을 하고 돌아온 부모님과 학교공부가 힘들었던 언니.

유치원 일과가 고되지는 않겠지만, 아뭏든 오늘은 공주 왕관을 만들어와서 더욱 신이 난 별이까지..

특히 별이는 오늘 왕관에 걸맞는 옷을 찾기 위해 입었다 벗었다 한참 분주했어요.

아들을 키우다보니, 이 옷을 입겠다 안 입겠다 정도의 호불호는 있어도 혼자 옷을 모두 꺼내놓고 입었다 벗었다하는건 없는데, 공주님들은 좀 다른가봐요.


왕자, 공주 등의 세계 명작 등을 읽어주지 않아서 그런지 별이가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으니 아이가 웃으며 이게 뭐냐고 묻더라구요.

예쁜 옷에 공주 왕관까지 썼건만, 오늘도 엄마, 아빠, 언니의 심부름은 끊이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결국 별이가 폭발하고 말았지요.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혼자서 성에 갇힌 공주 신세를 한탄하는 거예요.


왕자 공주 놀이를 잘 모르는 우리 아들, 지금 별이가 뭐하는거냐고 묻더라구요.

가장 압권은 아빠 왕자님의 등장.

특히나 손에 들고 있던 후라이팬에 아들이 그만 푸하하 웃고 말았어요.

엄마, 이거 왜 들고 있는 거야? 뭔데? 하면서 말이예요.



재미난 그림이기도 한데, 사이사이에 실사 사진을 넣어서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는 동화였어요.



우리 아이는 남자아이라 그런지 아빠와 매일 하고 노는 게 레고 인형들과 자동차 등을 갖고, 경찰 도둑 놀이 하는게 일과예요.

공주님의 일과는 이렇게 또 다르네요. 비운의 공주님 역할은 귀여운 여아가, 왕자님 역할은 주로 아빠가 하게 되겠어요. 그럼 엄마는 괴물? 헉. 그런건 아니겠지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재미나게 놀아주는 것만큼 아이들의 기를 세워주는 일이 또 있을까요?

그걸 잘 아는 엄마인데도 아이와 경찰 도둑 놀이는 참 못하겠더라구요.

엄마도 여자인지라 소꿉놀이나 공주 왕자 놀이가 더 재미나보여요.



코믹한 그림 덕에 더욱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왜 나만 시켜!

평소에 아이들에게 심부름 많이 시키는 엄마 아빠들이 보면 웬지 뜨끔했을 그런 동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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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와 사라진 물 - 세상의 모든 물을 누군가 독차지한다면 희망을 만드는 법 6
엠마누엘라 부솔라티 지음, 유지연 옮김 / 고래이야기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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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미래의 일을 상상하면서 물도 사먹는 세상이 올 수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한 적이 있었지요. 설마~ 했는데, 그게 벌써 실현이 되고 있어요. 생수를 사먹고 있잖아요. 수돗물을 끓여먹기도 하지만, 어릴 적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생수가 요즘엔 각 가정마다 꽤 많이 보편화가 되어 가고 있지요. 생수 뿐 아니라 보리차, 옥수수차 등의 끓인 음료도 시판 음료로 많이 나오구요.

특히 할머니 뻘의 어른 분들이 더욱 격세지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물을 누군가 독차지한다면? 이라는 이 동화는 정말로 세상의 모든 물에 주인이라는 사람이 생겨난다면? 이라는 상상으로 씌여진 이야기랍니다.


마르타가 할머니댁 가는 길에 차창밖으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고 있어요.

달리는 차창 위로 흐르는 빗물까지도 하나하나 잘 그려낸 그림이 인상깊더라구요.

창문에 어렴풋이 비치는 마르타 모습도 인상 깊답니다


마르타는 할머니댁 분수를 한바퀴 돌고, 물을 마신 후 사방에 조금씩 뿌리는 자기만의 의식을 참 좋아해요.

그런데!

이게 웬일.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할머니댁 분수가 말라있는 거예요.



할머니는 자유로운 물이라는 회사가 샘물을 사들여, 수도관 공사를 하는 중이라고, 앞으로 물을 사마시게 될거라고 이야길 해주십니다.

"그건 공정하지 않아요. 물은 모든 사람의 것이잖아요!"

마르타는 화가 나서 방안으로 들어가버렸어요.



그리고 비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어버렸답니다


꿈꾸는 내내 마르타는 자유로운 물이라는 회사가 세상의 모든 물을 사버린다는 가정하의 이 세상의 현실을 꿈꾸게 됩니다.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더군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하나하나도 돈이 되고,

구름은 은행이 되는 걸까요?

비가 아무데나 내리지 못하게 구름을 묶어놔야할것이고,

빗방울이 모여 이뤄진 무지개는 사치품이 되어서 입장료를 내고 봐야할지도 몰라요.



오리도 더이상 자기만의 연못에서 놀 수 없을 것이고,

지하수와 동굴, 나무와 지붕 처마 등에 고인 물 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참새, 오리 등에게까지 돈을 받는 걸까요?


페이퍼북이라 얇게 느껴졌지만, 내용과 그림이 참 알찬 책이었어요.

정말 모든 사람들의 당연한 생존 필수품인 물에 주인이 따로 생긴다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겠지요.

그런데 이 일이 그리 허망하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이 갈수록 이상한 세상이 되어가서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씁쓸한 일일까요?

미래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물을 낭비하지 말고 아껴 쓰고 우리 아이들, 또 그 아이들이 물을 사서 먹는 일이 없도록 소중히다뤄주도록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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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
김민숙 지음 / 예담Friend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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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이 책을 읽고 참 가슴이 아팠다.

꼴찌에서 전교 1등이라는 놀라운 신화를 이룩한 아이의 이야기였지만, 아이가 꼴찌를 하기까지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가 얼마나 쓰라리게 작용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38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고, 금이야 옥이야 길러도 시원치 않을판에, 어느날 갑자기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 그대로 거리에 나앉을 형편이 되고 말았다. 엄마는 당장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나가야했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큰 딸과 여섯살 터울인 아들에게 입에 풀칠하는 것 외에 엄마가 더 신경 써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방치를 하려 한게 아니라 할 수 밖에 없는 가슴아픈 현실이었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단 하나 엄마가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은 바로 희망의 끈이었다.

아들에게 엄마는 5~6학년이 되면 공부를 잘 하게 될거라고, 우리 아들 꼭 그렇게 될거라고.

한글도 제대로 못 읽고 쓰고, 등수도 30명 중 27등까지 받아온 아들에게 엄마는 늘 그렇게 호기롭게 이야기하곤 하였다.



그때쯤이면 생활 형편이 필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그때쯤이면 우리 아이 공부도 신경 쓸 여유가 생길거란 믿음으로 말이다.



아이는 밝고 긍정적이었지만, 어느새 공부 제일 못하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동네에서도 할머니가 공부 못하는 애는 놀러오지 말라고미워하는 둥, 놀림을 받기 시작하였다. 친척들조차 재웅이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기억을 할 정도로, 낙인이 찍혔는데..


가슴 아픈 것은 아이가 엄마에게 책 좀 읽어달라고, 아이들이 한글 모른다고 놀린다고 그렇게 들고 온 책들을..

엄마가 일하고 돌아와 너무나 힘들어서 못 읽어주고 못 읽어주고 미룬 것이 자꾸만 쌓여갔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스스로 책도 안 들고 올 정도로..



60점을 받은 같은 반 짝꿍은.. 내일 우리 살아서 만나자~ 라고 이야길 하는데, 재웅이는 60점을 맞아도 집에 와서 혼나질 않으니 왜 살아서 만나지?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엄마는 힘이 들어 아이를 가르치거나 따로 돌볼 수 없었기에 그냥, 아이에게 막연한 희망만 심어주었다


그러던 엄마가 아이가 받았을 충격, 꼴찌를 하기에 사람들이 하는 비난 등을 체감하며 뒤늦게 공부를 가르치기로 마음 먹은 것이 4학년 2학기 무렵이었고, 하루 이틀 계속 미루다 드디어 시작한 것이 바로 5학년이 되어서였다.



나 때도 초등 4학년은 중요하다고 강조되던 시기였는데 요즘에는 더더욱 중요하다 한다. 어릴적 깊었던 엄마와의 유대감도 떨어질 수 있고, 공부가 갑자기 어려워져서 4학년을 열심히 보내지 못한 아이들 중에는 고학년때 성적을 올리기는 더더욱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생활 형편이 갑자기 피기는 커녕, 더 어려워졌고, 그래서 과외는 커녕 학원비도 제대로 내기 어려운 형편이라 사교육에 의지할 수도, 또 돈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현 상태가 너무 낮아 교육을 시키는 것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댈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5학년때부터는 공부 잘 하게 될거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마는 아이의 스승이 되기로 하였다. 사교육을 시킬 환경이 되지 않았기에, 내 아이의 현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엄마가 직접 가르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아이 교과서, 전과, 참고서,문제집 등을 사서 일을 다니는 짬짬이 전철에서도 보고, 수시로 보고 하는 식으로 먼저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어디 그 과정이 쉬웠으랴만은, 엄마는 내가 완벽히 알아야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일념으로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책상 앞에서 문제지 한장 풀어본 적 없는 아이를 책상앞에 앉히려니 아이는 뺀돌뺀돌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였다.

아이가 계속 버티고 하기 싫어하니 급기야 남편이 소리까지 지른다.

"재웅이는 공부할 애가 아니야"

사실 가르치려고 용쓰는 엄마만큼 힘든 사람이 있을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안타깝겠지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렇게 윽박지르다니 내 남편이 그러기라도 한양 내가 다 속상해졌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엄마는 자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5학년 1학기동안 엄마와 아이가 공부 습관을 들이고, 2학기 첫 중간고사에서 아이에게 5등 목표를 써붙이라고 하자 아이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이는 해냈다. 꼴찌를 맴돌던 아이가 국어 시험은 유일하게 100점을 맞고 5등에 들어선 것이었다.

뒤늦게 공부에 불을 붙이고, 재미를 느낀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는 공부를, 이젠 즐기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고, 자신이 성취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도 막연히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성적을 올리고 올려서, 중학교때 이미 고등학교 물리책을 들고 다니던 독보적인 전교 1등 아이를 제치고 전교 1등을 하기에 이른다.




엄마가 최고의 멘토이자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누누히 듣는다.

그러나 막상 아직 다섯살 밖에 안된 내 아이를 책상앞에 앉히기도 참 힘들다는 것을 벌써 깨달았기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엄마의 사랑과 노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에 혀를 내둘렀다. 인내심이 부족한 것인지 아이가 훨씬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가 하기 싫어하거나 답을 안하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며 그럼 하지마~ 하고 아이의 기를 꺾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나같은 엄마 밑에서라면 재웅이같은 아이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아이는 정말 엄마 하기 나름일텐데..

아이의 큰 그릇은 엄마가 키워줄 수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책에 나온대로, 독서 지도에 160만원 돈을 들이고, 과외팀에 못 들어가서 울어대는 엄마의 모습이 되기를 바라진 않는다.

과외비가 전혀 들지 않을 순 없겠지만, 아이 교육에 내가 조금더 신경을 써야겠다라는.

내 아이의 현실은 내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야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



아이의 일취월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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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미학 기행 - 지중해의 태양에 시간을 맞추다
김진영 글.사진 / 이담북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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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사랑하고, 여행지의 낭만을 사랑하기에, 많은 여행 서적들이 나오면 분주히 눈길을 주게 된다.

이 책 그리스 미학 기행은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었다. 산토리니가 떠오르는 푸른 색, 그리스를 대표하는 듯한 하양과 파랑이 어우러진 그 표지의 선명한 색감이 읽기만 해도 시원하게 가슴을 뻥 뚫어줄 것만 같았다.

물론 이 책은 단순 기행문이 아닌, 미학 기행문, 그리스 문화재를 보여주고 그 예술의 의미를 찾아가는 서술방식이라서, 편하게 읽었던 기존의 여행 에세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저자는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같은과 동문이었던 아내는 철학과에서 두드러진 장학생이자 지극히 현실적이다라는 평을 받은 것과 달리 그는 지극히 이상적인 사람으로 주위의 평가를 받았다 한다. 그래서 그 둘의 결혼 소식이 알려졌을때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말이다. 철학과에서 배웠던 니체 한권으로, 그리스를 돌아보기로 결심한 그였기에 이후 그리스 여행은 쭉 이어졌다. 또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의 여행은 아내와 함께 돌아본 그리스에서 찾아졌다. 같은 과지만, 전혀 다른 평가를 받은 두 사람, 하지만 책에서는 아내의 이야기는 아주 드물게 등장할뿐 주로 저자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펼쳐졌다. 아주 두툼한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추려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정성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저자의 카메라를 통해 전해 받은 사진들은 그저 내게는 선물이라는 느낌이 한가득이었다.

멋진 여행 에세이를 많이 접해도 사실 사진에 있어선 큰 감명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는데, 그리스 국기가 하늘과 이렇게 멋스럽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사진으로 보여주었고, 가보지 못한 그리스에 대한 환상을, 산토리니 말고도 어디에서건 찾을 수 있다는 것.

뜨거운 태양 아래 그리스를 느낄 수 있는 그 모든 이야기를 사진으로 우선 보여주고 글로써 풀어내었다.

철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자연계열이었기에 교양 수업 또한 인문학 보다는 주로 실용적인 학문 위주로 선택해 수업을 들어야했다.

그래서 철학 관련 이야기들이 나오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 일쑤였는데 저자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백프로 내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담아낸 사진과 이야기들을 통해 조금씩 그 의미를 찾아가는데는 도움이 되었다.



시간에서의 해방감은 '순간순간'일 뿐이다.

시간을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간을 서서히 채워가는 힘이다. 25p

서구 문명의 발상지이자 기원으로 알려진 그리스 문명, 그 화려한 막을 시작한 그리스의 요즘은 예전 번성기에 비하면 초라하게 보이기까지 하였다. 세계 최강국이었던 로마인들의 후손인 이탈리아도 현재 고대 유물, 유적 들의 관광산업에 주로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운 면이었는데, 그리스에서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올림피아를 만들어내고, 세계 최강국이자, 서구 문명의 기원이 될 수많은 업적의 가운데에 서 있었지만 오늘날의 모습은 과거의 번성을 되돌아보기 어려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반짝반짝 관광객들에게는 아름답게만 보이는 산토리니 섬 또한 그리스인 대부분이 가난하지만 정겹게 살아가던 그 소박한 공간을, 관광객들과 함께 들어온 이방인들에게 대부분 팔게 되고, 자신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게 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관광 산업의 발달로 지갑을 채우는 사람들은 현지 주민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란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하였다.



아테네의 국립 고고학 박물관은 그리스의 가장 중요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66p

제자리에 있어야할 유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다보니, 거기에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함을 쿠로스를 통해 서술하고 있었다.

청년의 모습을 한 전신상을 일컫는 쿠로스는 인간이지만, 아폴론을 지향하고, 무표정한 모습을 하고 있음으로 인해 절제력과 침착함을 갖춘 완전한 존재에 정점을 찍었다 한다. 인간을 만들었으나 신과 가까워지려는 그 시도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물관에 모아놓은 쿠로스들로 인해, 각각의 위치에서 무뚝뚝한 모습을 보였어야할 쿠로스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어 개성없는 얼굴로 전락하였다 말을 한다.

아마 사전 지식 없이 박물관에 갔으면 몰랐을 그런 이야기들을 저자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점이 반가웠다.



읽어보지 못했던 그리스인 조르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에 또다시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책이었는데,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카잔차키스가 바로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였다.



오늘날 전세계 인들의 축제의 장이 된 올림피아의 이야기 또한 빼놓을 수가 없었다.

그저 그의 발길 닿는대로의 하루하루의 여정만 담아낸 책이 아니라, 해박한 지식과 자료를 바탕으로 풍성한 읽을 거리를 담아낸 책이라 인문서와 기행문의 만남을 접하는 느낌이었다.

영국인 에번스에 의해 발굴된 크노소스 궁전으로 인해 유럽의 문명의 기원이 기원전 20세기까지 앞당겨졌다고 한다.

유럽인들의 문화적 자부심과 우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그들은 크노소스 궁전의 발견에 큰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전의 발굴자들과 달리 에번스는 발굴 그 자체에 멈추지 않고, 현대 재료인 시멘트로 일부를 복원하기까지 하였다 한다.

미숙한 방법으로 복원한 이미지들은 상상력에 의한 이미지 복원으로 인해 오늘날에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하였다.

백합꽃 왕자라 알려진 벽화는 허벅지, 가슴, 머리의 관 세조각만으로 복원한 것으로 에번스와 동료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1960년에 프랑스 고고한자 미케네의 부조에서 이 왕자의 관과 동일한 도상을 발견하는데, 그 관은 스핑크스의 관이었다 한다.

현재도 이라클리온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 이 벽화는 수많은 논란을 낳은 화제의 유물이다. 331p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섣불리 시도했던 시도가, 유물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해버린게 되어버리다니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로 사진과 기행 일정 등에 초점을 맞추어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았는데 다시 읽어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그리스 문화의 가치 등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좀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덕분에 예전 같았으면 그리스를 처음 방문하게 될때 산토리니 섬의 그림같은 풍광에만 입을 벌리고 감탄하고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 곳에서 아직 남아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을 좀더 배려해야하는 그의 생각을 듣고 나니 적극적으로 동참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때문에 마치 구경거리가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말이다.



한번 읽고, 두번 읽고, 그 느낌이 새록새록 새로운, 그리스 미학 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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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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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작가, 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고 싶지만 10년 동안 단 한편의 작품도 인정받지 못했던 남자가 10년의 공백기를 거쳐 드디어 성공의 대열에 들어섰다. 배우로 성공하고 싶었으나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며 글만 쓰려 하는 전업작가인 남편 덕에 생활비와 아이 학비를 벌어야하는 것은 온통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 샐리가 너무나 하기 싫었던 텔레마케터로 자리잡아가면서 생활비를 벌다보니, 제대로 된 생계유지를 할 생각을 않고 자신의 꿈만 좇는 남편에게 좋은 소리가 나올리 만무하였다.

그 옛날 소크라스테스의 아내 히폴리타가 악처로 소문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최고의 철학자이긴 하였으나 가정을 돌보지 않은 남편 덕에 생계 유지가 그녀의 몫이어서, 바가지를 긁을 수 밖에 없었다는, 어쩌면 평범한 아내였을수도 있었겠다라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믿기지않을만큼의 놀라운 행운은 연달아 찾아왔다.

그의 원고 초고가 방송국에 팔리고, 그 드라마가 연달아 만들어지면서 그는 성공가도를 달리며, 촉망받는 작가의 대열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가 돈을 많이 벌어들이게 되어, 집도 좋은곳으로 옮기고 차도 바꾸자, 아내도 즐거워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힘들었던 날의 앙금들은 쉬 가라앉을 수 있는게 아니었다. (아니, 제대로 치유해보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이제 나를 버리겠군.

이제 나를 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조강지처 샐리의 예언 아닌 예언대로, 실제 데이비드는 빼어난 외모에 프린스턴 학벌, 잘나가는 폭스 텔레비전의 젊은 이사로 각광받는 샐리 버밍엄이라는 여자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고 말았다. 서로 공통화제가 많고, 이야기가 통하다보니 외모뿐 아니라, 그의 지금 생활을 잘 이해해줄 샐리라는 여자를 만난 것이 그에게는 행운처럼 느껴진 것이었다. 딸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키 어려웠으나 이미 마음이 멀어져버린 아내 샐리를 떠나는 것은, 상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생각만 있을뿐, 당연한 결과처럼 생각하던 그였다.

그의 바람을 눈치챈 아내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샐리에게로 가는 마음이 행복하기만 해야하는데 어딘가 찜찜하고 개운치 않은 생각이 들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부간의 사랑과 윤리 등을 강조하고 살아오는 건,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 등은 물론이고)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는 소재를 위함인지 실제로 그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간단히 신뢰를 저버리고 다른 사람과 쉽게 사랑에 빠져버리곤 한다. 이혼을 하고, 새 사람을 만나는 것이 마치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식의 가벼운 이야기로 (심각한 갈등과 스트레스 등이 있을 법 하지만 작품에서 그것까지 제대로 그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글러스가 아닌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전락해버리는 것에서 가정의 소중함이 너무나 무참히 깨져버리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한 가득이었는데, 더글라스는 가정의 소중함을 무척이나 강조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서양에서라면 더더욱 결혼이라는 제도에 구속되지 않고, 무책임하게 인생의 사랑만 좇는 사람들이 많을것만 같은데, 그렇지 않은 이 소설은 (물론 데이비드의 행동은 가정을 저버리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서구 사람들에 대한 그릇된 내 색안경을 벗겨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붙잡자마자 네시간동안 눈도 못 떼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내 잠을 모조리 빼앗아가버린 이 매력적인 소설은 인간의 성공에서부터 빈털터리도 쉽게 전락을 하게 되는 그 과정을 모두 잘 그려내고 있었다. 부자가 되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연예계에서 승승장구하는 인기 작가가 된 데이비드와 방송국 이사의 만남은 그야말로 서로에게 윈윈이 되어주는 파워커플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돈이 너무나 많은 필립 플렉이라는 기업가가 러브콜을 보내온다. 그러나 그 남자가 수정해달라고 보내온 원고는 놀랍게도 자신이 유명해지기전 과거에 썼던 원고에 뻔뻔하게도 필립의 이름만 적어넣은 원고였다. 표절도 아니고 완벽한 도둑질에 화가 났으나 오히려 그의 주변 사람들, 샐리에서부터 에이전시인 앨리슨, 자산 담당자인 바비 등이 모두 필립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원고에 필립의 이름이 그대로 실린채 영화로 제작되도 나쁠 것은 없지 않냐고 연예계의 생리에 적응하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탐탁치는 않았지만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필립의 전용 휴양지인 개인 섬으로 초청을 받게 되었다.

 

에미상에 오르는등 최고의 성공을 맛본 그였지만, 한번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연달아 표절 시비가 불거져 나오자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조강지처였으면 그가 몰락했어도 그의 곁을 지켰겠지만, 그의 부와 지위를 보고 선택했던 샐리는 그를 헌신짝 버리듯 쉽게 버리고 만다.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얼른 떨쳐내기 급급했던 그녀였다.

가끔이나마 만날 수 있었던 딸 아이조차, 아내는 아예 못 보게 법원에 청원을 넣고 말았다. 그가 자신을 몰락시킨 기자를 찾아가 멱살을 잡은 것이 아내와 딸에게 위해를 가할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순간에 무일푼 신세가 되어버리고, 아무 것도 그의 곁에 남은 것은 없었으나, 무명이었을때부터 그의 에이전시였던 앨리슨만은 그를 도와주려 애를 썼다. 일로써 만난 사람들은 그의 표절로 인해 직장에서 잘리거나 잘릴 운명에 처한 사람들이 많아, 아예 그와 인연을 끊고 그에게 원고비 반환 청구를 하는 등 그의 몰락은 끝이 없는 듯 하였다.

 

그 모든 것은 그가 잠깐 걱정을 하긴 하였으나 이리 큰 문제가 될지 몰랐던 어느 하룻밤에서 시작된 것이었는데 말이다.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는 다시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었다. 이건 사실 거의 현실에서는 있기 힘든 일이지만, 정말 소설처럼 놀라운 기회를 그는 다시 얻을 수 있었다.

바닥을 다시 경험한 그에게 영원할 거라 착각한 부와 명예는 아주 백짓장처럼 가벼운 것이었음을 깨닫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젠 그 옆에 가족도 없고, 다시 빠져들 수 있는 거라곤 일만 잔뜩 남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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