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공부가 사교육을 이긴다
김민숙 지음 / 예담Friend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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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이 책을 읽고 참 가슴이 아팠다.

꼴찌에서 전교 1등이라는 놀라운 신화를 이룩한 아이의 이야기였지만, 아이가 꼴찌를 하기까지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가 얼마나 쓰라리게 작용했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38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고, 금이야 옥이야 길러도 시원치 않을판에, 어느날 갑자기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 그대로 거리에 나앉을 형편이 되고 말았다. 엄마는 당장 입에 풀칠을 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나가야했고,

초등학교 고학년인 큰 딸과 여섯살 터울인 아들에게 입에 풀칠하는 것 외에 엄마가 더 신경 써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방치를 하려 한게 아니라 할 수 밖에 없는 가슴아픈 현실이었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단 하나 엄마가 놓지 않고 있었던 것은 바로 희망의 끈이었다.

아들에게 엄마는 5~6학년이 되면 공부를 잘 하게 될거라고, 우리 아들 꼭 그렇게 될거라고.

한글도 제대로 못 읽고 쓰고, 등수도 30명 중 27등까지 받아온 아들에게 엄마는 늘 그렇게 호기롭게 이야기하곤 하였다.



그때쯤이면 생활 형편이 필거란 막연한 믿음으로, 그때쯤이면 우리 아이 공부도 신경 쓸 여유가 생길거란 믿음으로 말이다.



아이는 밝고 긍정적이었지만, 어느새 공부 제일 못하는 아이들과 어울리고, 동네에서도 할머니가 공부 못하는 애는 놀러오지 말라고미워하는 둥, 놀림을 받기 시작하였다. 친척들조차 재웅이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기억을 할 정도로, 낙인이 찍혔는데..


가슴 아픈 것은 아이가 엄마에게 책 좀 읽어달라고, 아이들이 한글 모른다고 놀린다고 그렇게 들고 온 책들을..

엄마가 일하고 돌아와 너무나 힘들어서 못 읽어주고 못 읽어주고 미룬 것이 자꾸만 쌓여갔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스스로 책도 안 들고 올 정도로..



60점을 받은 같은 반 짝꿍은.. 내일 우리 살아서 만나자~ 라고 이야길 하는데, 재웅이는 60점을 맞아도 집에 와서 혼나질 않으니 왜 살아서 만나지?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엄마는 힘이 들어 아이를 가르치거나 따로 돌볼 수 없었기에 그냥, 아이에게 막연한 희망만 심어주었다


그러던 엄마가 아이가 받았을 충격, 꼴찌를 하기에 사람들이 하는 비난 등을 체감하며 뒤늦게 공부를 가르치기로 마음 먹은 것이 4학년 2학기 무렵이었고, 하루 이틀 계속 미루다 드디어 시작한 것이 바로 5학년이 되어서였다.



나 때도 초등 4학년은 중요하다고 강조되던 시기였는데 요즘에는 더더욱 중요하다 한다. 어릴적 깊었던 엄마와의 유대감도 떨어질 수 있고, 공부가 갑자기 어려워져서 4학년을 열심히 보내지 못한 아이들 중에는 고학년때 성적을 올리기는 더더욱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생활 형편이 갑자기 피기는 커녕, 더 어려워졌고, 그래서 과외는 커녕 학원비도 제대로 내기 어려운 형편이라 사교육에 의지할 수도, 또 돈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현 상태가 너무 낮아 교육을 시키는 것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댈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5학년때부터는 공부 잘 하게 될거야~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엄마는 아이의 스승이 되기로 하였다. 사교육을 시킬 환경이 되지 않았기에, 내 아이의 현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엄마가 직접 가르치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아이 교과서, 전과, 참고서,문제집 등을 사서 일을 다니는 짬짬이 전철에서도 보고, 수시로 보고 하는 식으로 먼저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어디 그 과정이 쉬웠으랴만은, 엄마는 내가 완벽히 알아야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일념으로 공부를 하였다.



그리고 책상 앞에서 문제지 한장 풀어본 적 없는 아이를 책상앞에 앉히려니 아이는 뺀돌뺀돌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였다.

아이가 계속 버티고 하기 싫어하니 급기야 남편이 소리까지 지른다.

"재웅이는 공부할 애가 아니야"

사실 가르치려고 용쓰는 엄마만큼 힘든 사람이 있을까.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안타깝겠지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그렇게 윽박지르다니 내 남편이 그러기라도 한양 내가 다 속상해졌다.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엄마는 자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5학년 1학기동안 엄마와 아이가 공부 습관을 들이고, 2학기 첫 중간고사에서 아이에게 5등 목표를 써붙이라고 하자 아이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그러나 아이는 해냈다. 꼴찌를 맴돌던 아이가 국어 시험은 유일하게 100점을 맞고 5등에 들어선 것이었다.

뒤늦게 공부에 불을 붙이고, 재미를 느낀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는 공부를, 이젠 즐기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고 호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고, 자신이 성취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도 막연히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는 성적을 올리고 올려서, 중학교때 이미 고등학교 물리책을 들고 다니던 독보적인 전교 1등 아이를 제치고 전교 1등을 하기에 이른다.




엄마가 최고의 멘토이자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누누히 듣는다.

그러나 막상 아직 다섯살 밖에 안된 내 아이를 책상앞에 앉히기도 참 힘들다는 것을 벌써 깨달았기에, 이렇게 할 수 있는 엄마의 사랑과 노력이 정말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에 혀를 내둘렀다. 인내심이 부족한 것인지 아이가 훨씬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가 하기 싫어하거나 답을 안하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며 그럼 하지마~ 하고 아이의 기를 꺾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나같은 엄마 밑에서라면 재웅이같은 아이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아이는 정말 엄마 하기 나름일텐데..

아이의 큰 그릇은 엄마가 키워줄 수 있어야 할텐데..

그것이 책에 나온대로, 독서 지도에 160만원 돈을 들이고, 과외팀에 못 들어가서 울어대는 엄마의 모습이 되기를 바라진 않는다.

과외비가 전혀 들지 않을 순 없겠지만, 아이 교육에 내가 조금더 신경을 써야겠다라는.

내 아이의 현실은 내가 가장 잘 파악하고 있어야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었다.



아이의 일취월장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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