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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혼 - 시간을 말하다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진우기 옮김 / 예원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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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가 영원을 무한한 시간의 지속으로 보지 않고 초 시간성으로 본다면 영원한 삶은 현재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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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 1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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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울타리 위쪽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모이면서 한점으로 응축되었다. 잉크처럼 부드러운 날갯짓은 그 침묵으로 인해 섬뜩할 만큼 정밀했다. ..그 강렬한 눈빛과 마주치고 나서야 나는 그 이름을 말할 수 있었다.
나는 마법에 걸린 듯 놀랐고, 두건 모양의 도가머리를 한 올빼미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오만한 눈길을 내게 주면서, 우린 그렇게 잠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 신비로운 새가 나의 뜨락을 축복해주었던 것이다!
저자 크리스토퍼 듀드니는 싸늘한 어느날 밤 집 정원에 꿈처럼 날아들었던 올빼미와의 조우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도 잊은채 오로히 밤과 올빼미와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끼고 있었던 순간을 표현하였다. 그 현재가 마법에 걸린 순간처럼 느껴져 영원으로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문이 열린 듯 하다고 하였다.
그의 시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시간에 대한 온 세계의 모든 격언과 지식들을 망라한 듯 방대하였다. 에세이인듯 하다가도 어느덧 시간에 대해 철학적으로 또는 과학적, 수학적으로 접근해서 계산해내고 있었고, 우주론적인 입장에서 다시금 설명하고 있었다.
시간이라는 아주 당연하면서도 가까운 것, 세상의 혼이라 말할 정도로 우리와 친밀한 것을 생각해볼 시간은 있었어도 이렇게 자세히, 또 작가의 느낌이 전해지는 대로 충분히 옮겨 받아보긴 처음이었다. 작가가 숨을 멈춘듯 현재에, 지금에 빠져드는 순간에는 100%는 아니더라도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듯 하였다. 가끔 시간의 영속성에서 벗어나, 그 순간만에 완전히 몰입되거나 무아지경에 빠질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시간의 흐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던 것이 우주의 시간 개념으로 보면, 광속이 다르고, 지역별로 다른 시간이 적용되어서 단지 지구의 시간은 지구의 것에 국한된다고 한다. 그러기에 시간에 관한 , 특히 타임머신이나 외계 우주선 등에 관련된 많은 소설, 영화 등에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신비로운 결과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은가?머리로는 알아도 직접 접해본 적이 없는 시간의 뒤틀림이기에 우리는 그런 영화에 더욱 매료가 되고 신기해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정원 혹은 삶의 터전 안에서 진행되는 사계절간의 시간적 변화 가운데서 꾸준히 이어지는 그의 시간에 대한 고찰. 시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있어도, 적어도 나도 그래본적은 있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 동안 시간이란 무엇이지? 하고 고민하는 정도였는데..
철쭉이 직접 피는 그 순간을 지켜 보기 위해 삼십분 넘게 꽃 옆에 앉아서 생명의 신비를 관찰하고, 야영하는 중간에 천둥과 번개 사이의 시간 차이를 계산하여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 등을 계산하고, 시간에 대해 도서관을 옮겨 놓았음직하게 방대한 양의 지식을 풀어놓은 크리스토퍼 듀드니의 멋진 묘사와 서술들로..
내 머릿속에는 온통 시간의 신비함이 가득차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