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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성서
시배스천 배리 지음, 강성희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1월
품절

제목만 들으면, 다빈치 코드 같은 성서에 관련된 추리소설 같은 내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전쟁으로 얼룩진 역사를 지닌 아일랜드 출신의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래서 더 슬플 수 밖에 없었던 로잔느라는 여인의 100년간의 기록이다.
책을 덮고, 나는 머릿속으로 다시 책을 읽고 있었다. 장면 장면이 수시로 떠오르고, 그 장면을 곱씹다가 너무 슬퍼져 버렸다.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 다시 생각나는 일은 가끔 있는 일이지만, 이 책의 느낌은 조금 더 달랐다. 처음 책을 읽었을때의 느낌과 달리.. 새롭게 머릿속에서 다시 짜맞춰지면서.. 그녀의 슬픔이 다시금 전해져왔다. 마치 그녀가 실화 속 주인공인양.. 소설 속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슬픔을 달래기에는 이미 내 머릿속 그녀는 너무 크게 자리해버렸다. 슬프고 슬픈 로잔느의 역사..
로스커먼 지역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로잔느는 거의 백살에 가까운 여인이었다.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할 생각으로 자신의 인생을 비밀스럽게 적어내리기 시작한다. 지금이 환상인지, 과거가 환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생생했던 그녀의 과거들.. 사랑했던, 그녀가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와 따스하고 아름다웠던 어머니.. 그리고, 정신병원의 주치의 그린박사는 정신병원 이전문제를 두고, 사회적으로 물의가 되었던, 실제 정신병환자와 사회적으로 강제 격리되기 위해 정상인데도 강제 수감되었던 억울한 사연의 사람들을 구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그 첫째로 그는 항상 관심이 가고, 조심스럽게 대할 수 밖에 없었던 정신병원의 산 역사나 다름없는 로잔느 맥널티 부인을 선택한다.
로잔느의 증언과 그린박사의 비망록은 그렇게 겹쳐서 기록되기 시작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결국 로잔느의 지난 100년간 생애로 우리를 되돌려준다. 그리고, 차츰차츰 현대로 돌아오면서 새로운 비밀을 알게 된다. 그 반전은 마지막에 나오는데, 어쩐지 나는 책을 다 읽기 전부터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느낌이었다. 너무 많은 드라마를 봐서였을까? 놀라운 그 반전의 묘미가 내게는 줄어들었다.
아름다운 어머니와 이야기를 좋아하고 딸을 너무나 사랑한 평범하지만 너무나 자상한 아버지 사이에서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로잔느,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첫 실마리는 그녀의 가족 앞에 어느날 문득 다가와버렸다. 그리고, 전쟁의 희생물로 그녀는 역사의 한 모퉁이에서 지워져버렸다. 아니, 기록은 되었으나 그녀의 것이 아닌 기록이 남아 있었다. 달변에다가 '낮에 나온 달보다 청결한 신부' 덕분에 세상은 그녀를 그렇게 정신병원에 묻어버린 것이었다.
산 채로 묻어진 그녀의 일생, 하지만, 그녀는 정신병원을 떠나길 원치 않았다. 세상 밖의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괴로웠기에.. 그녀를 괴롭게 한, 그녀를 평생 힘들게 했던 그 많은 사람들의 행복..
시인 출신이었다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문체로 씌여진.. 그래서 비극인데도 아름다운 감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러니한 소설 비밀 성서.
로잔느가 병원에 오게 된 배경을 파헤치면서 그린 박사와 로잔느가 알게 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