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위한 예술반찬 - 요리선생 라자냐의
강선옥 글 사진 / 이끼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 혹은 연인과 기분좋은 파티를 열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예쁘게 장식된 식탁을 꾸며놓고, 친구를 초대하고팠던 날~ 내 싱글이었을때의 작은 바램이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자취하는 삶이 그저 궁상맞게 느껴져서 (예쁘게 아기자기 살기 보다는 그저 잠자고 일어나 나가는게 전부인 삶이었으니..할줄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장비들도 없었다. ) 결혼하고 나면 남들처럼(아마 블로그에 올려진 예쁘게 꾸미는 주부들의 식탁을 부러워했나보다.) 맛있는 요리 차려서 친구들도 초대하고, 신랑에게도 매일 호화로운 식탁을 차려주고만 싶었다.
 
그러나 막상 결혼하고 나니 그저 하루하루 오늘은 또 뭐해먹지? 고민하며 지내게 되었고, 친구들이 가끔왔을때 그나마 할수있게 된 크림 파스타나 소박하게 한그릇 대접하곤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사실 이 책 이전에도 손님 초대상에 관련된 요리책들도 보고 했으나 맛있어보이기는 해도 손이 많이 가고, 재료가 없는 소스가 많아서 일일이 준비할 생각을 하니 귀찮아서라도 못해먹게되었다. (요리를 하다 보면, 즐겨 쓰게 되는.. 흔히 쓰는 소스 말고 어쩌다 한번 쓸까말까한 소스는 잘 안사게 된다. 그러면 또 그 요리는 자신없어서 못하게 되고..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랬는데, 요리선생 라자냐의 친구를 위한 예술반찬..이 책은 정말  쉽고 간단한 레시피들..그러면서도 먹음직해보이고, 제대로 된 요리로 보이는 음식들이라 깜짝 놀랄 레시피들이 가득했다. 결혼 4년차이긴 해도 아직도 초보주부나 다름없는 솜씨로 책을 뒤적이며 서툴게 요리하곤 하는데, 그나마도 임신하고 입덧때문에..또 아기낳고는이런 저런 핑계로 부엌을 멀리 하다가.. 다시 시작하려는 부엌일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아서 식구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러던 내게 이 책은 친구 초대 뿐 아니라 가족들을 위해서도 맛있는 입맛전환이 될만한 그런 색다른 요리들이 가득했다. 
   


제일 좋았던 점이 특별한 소스를 사지 않고도, 손쉽게 뚝딱 만들어낼수 있다는 것.
마치 레스토랑이나 음식점에서나 볼 수 있을 그런 메뉴들을 집에서 맛있게 해먹을 수 있다는게 놀라웠다.
뒤에 나오는 30분 요리같은 경우에는 신랑과 함께 맛있게 먹을 그런 반찬들이었고.,.친구를 위한 내 솜씨 같은, 이 책의 주력 메뉴들은 정말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메뉴들이라 종종 여동생, 친구들과 나가서 사먹곤 하던 메뉴들을 이제는 집에서 내가 만들어 어깨 들썩이며 대접할 수 있겠단 자신이 생겼다.
 
친구를 위한 예술 반찬, 즉 초대 요리다 보니 각 메뉴마다 어울리는 메뉴를 같이 언급해서 (주로 이 책에 나온 메뉴들이지만, 일부는 싱글예찬이라는 라자냐 선생의 다른 저서의 레시피들도 연관되어 있다.) 어떤 메뉴들을 조화롭게 차리면 좋을지 고민하는 걱정을 덜어주었다. 또한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넣을 건 넣고, 뺄건 빼도 좋은 팁도 추가로 있어서 얼마든지 융통성있게 조리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잡지 책에서 보고 만들어보고팠던 차돌박이 샐러드부터, 극장에 가면 모자라 아쉬웠던 치즈 나초의 치즈 딥 만드는 법, 콜라와 케첩만으로 이루어지는 놀라운 콜라치킨의 세계 와(이건 정말 신세계 같았다. 꼭 해보고 싶은 요리. 이번 크리스마스에 해볼까나? )맥주를 넣어 만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어니언링은 씹기만 해도 바삭 소리가 날 것 같았다. 쇠고기가 떡 두께 만큼이나 두꺼워 마치 간식이 아니라 한 그릇의 정찬을 대접받는 듯한 매운 쇠고기 떡볶이서부터 너무 손쉬워 깜짝 놀란 까망베르 딥은. 내가 싱글 시절 친구들과 펜션에 놀러가 파티할때 알았으면 좋았을 너무 훌륭한 레시피였다. 카페에 가면 거의 밥 값 이상을 주고 사마셔야 하는 녹차 프라프치노도 집에서 대접해낼수 있고 (언젠가 친구네 집에 가서 아이스 카푸치노를 대접받고, 나도 이렇게 카페 음료를 대접하고 싶었다.) 오설록 카페에서 보고 한눈에 반했던 너무 예쁜 생초컬릿도 직접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30분 요리에 나온 메뉴들은 거의 싱글, 아니 초보 주부들 모두에게 삶의 가장 기본 레시피라 할 수 있는 불고기, 미역국에서부터 매운 갈비찜 등 속을 확 풀어줄 맛있는 메뉴들로 채워져 있어 실용적이었다.
 
자주 만나고픈 친구들이 거의 서울에 남아있어 아쉽기만 하지만. 그래도 지금 근처에 사는 몇안되는 친구들이라도 자주 보고 싶다.
아기가 있어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는데..추운 겨울날 집에 모여 맛있는 메인 메뉴와 음료, 샐러드 등을 차려놓고 친구들의 행복에 찬 얼굴을 보고 싶다.
잊었던 소망을 되살려준 책, 요리 선생 라자냐의 친구를 위한 예술반찬으로 12월 , 송년파티가 생각나는 이 달을 무미건조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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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뽀메로 아기 코끼리 뽀메로 시리즈 6
로마나 바스데쿠 글, 벤자민 쇼드 그림, 박우성 옮김 / 파인앤굿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이제 26개월인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바로 코끼리랍니다. 아기가 즐겨 보는 호비가 나오는 디브이디에서도 "누굴까 누굴까 누굴까?'"하면 코끼리가 나오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나봐요. 그 노래만 들어도 바로 코끼리 흉내를 내곤 했으니깐요. 아기 덕분에 엄마도 코끼리에게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만나게 된 행복한 뽀메로.

코가 유난히 길어서 고민인 아기 코끼리 이야기였어요. 이 책을 택배로 받고, 신랑에게 "우리 아들이 좋아할 코가 긴 코끼리 이야기야." 했더니.."코끼리가 코가 길지.그럼 무슨.." 하는 답변을 하네요. 코가 길지만, 뽀메로는 정말 정말 너무너무 길어요.

 

게다가 읽기전에는 미처 몰랐던..우리의 뽀메로..

정말 너무너무 작은 코끼리라..민들레 꽃 아래에 살고, 나비가 가볍게 들고 날 수 있을 정도로 작답니다. 세상에 그런 코끼리가 어디 있냐구요? 어디있긴요. 바로 우리 아기 그림책에 있지요.

 

그림도 무척이나 귀여웠어요. 분홍색 코끼리 뽀메로는 한눈에 우리 아기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답니다.
 

 


보통 새 책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아기여서, 지지난 주 주말에 아기와 무주로 여행가는 차 안에서 처음 보여주기 시작했어요.

집에는 책이 많으니 보고 싶은 책, 그동안 봤던 책만 골라서 보는데 여행을 가면 엄마가 꺼내주는 책 두세권만 볼 수 있으니 새 책에 금방 적응할 수 있는 좋은 계기더라구요. 물론 너무 지루하면 그나마도 안보지만요.

 

이 책은 아기가 좋아하는 코끼리가 재치있게 그려지고.. 놀랍게도 세편의 일화가 들어있는데..각 일화들이 거의 그림책 한권 분량으로 그림과 글이 가득해서.. 마치 책 세권을 읽어주는 기분이 들었어요. 엄마들에게는 더욱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그리고 아기에게는 한번에 책 세권을 읽은 느낌이 들 그런 책이었네요.

1화는 웬 코가 이렇게나 길어! 2화는 뽀메로는 걱정이 많아요. 3화는 즐거운 나날들이었어요.

 

아기가 이 책을 얼마나 좋아했냐면..카시트에 앉아서도 한참을 읽어달라 졸라서 계속 읽어주었구요.
 

 


호텔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해서..엄마가 메모지에 뽀메로 그림을 연필로 잔뜩 그려줄 정도였답니다.

 

엄마가 읽어줄때 운전하면서 듣기만 한 아빠. 뽀메로는 걱정이 많아요 편에서 결국 웃음을 터뜨리더라구요. 귀여운 아기 코끼리의 걱정은 끝도 없어서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나 않을까? 하는 수준의 고민이었거든요. 비가 내리면 정원의 색깔들이 지워질까봐 걱정 (와..아기들이 할만한 ..혹은 어른들 중에는 시인들이나 걱정할만한 멋진 표현들이었어요.) , 긴 코가 더 길게 자랄까..아니면 코가 없어져 버릴까..민들레가 나만 남겨두고 떠나버릴까 (배를 타고 민들레가 날아가네요. 으하하하..) 끝도 없는 뽀메로의 걱정..어찌하면 좋을까요. 예전에 어렸을 적에 동생이 공산당이 너무 무서워 잠을 자지 못했던.. (엄마는 반공 교육을 철저히 받고 자란 세대거든요. ) 그 시절이생각나더라구요. 우리 뽀메로 처럼요.

 

코가 아무리 길어도 재치있게 살아가고, 상상할 줄 아는 귀여운 코끼리 뽀메로.

뽀메로가 그 긴 코를 어떻게 하고 다닐지 같이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고, 끝 장에서 뽀메로가 얼마나 행복한지..삶을 어떻게 즐기며 살아가는지 엄마, 아빠도 아기와 함께 뽀메로의 행복을 즐겨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뽀메로는 세상 무엇보다도 민들레 아래에 있을때 제일 행복하다네요. 우리 아기들도 엄마 아빠와 함께 있을때, 혹은 소중한 집에 있을때 가장 행복하다 하겠지요?

행복이란게 무엇일까? 아기들에게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그런 동화책이었어요. 무엇보다도 만화 같기도 한 귀여운 뽀메로의 모습이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예쁘고 귀여운 코끼리가 아기의 시선을  확 잡아 끄는 책. 게다가 뽀메로의 밝은 일상과 귀여운 걱정이 어른들의 웃음까지 자아낼 수 있는 책. 아이와 함께 즐겁게 읽는 상상 속 코끼리 뽀메로와 함께 한 즐거운 여행,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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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랜드 이모탈 시리즈 3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엘리슨 노엘의 임모탈 시리즈 6부작 중의 3번째 작품 섀도우 랜드를 만났다.
1권 에버모어(http://melaney.blog.me/50078266294)에서 에버는 놀랍게도 매력적인 불사자 데이먼이 그의 영원한 사랑임을 알고, 윤회의 시간 동안 그녀를 계속 죽여왔던 드리나와의 악연에서 벗어나게 된다. 2권 블루문(http://melaney.blog.me/50090644834)에서는 사랑하는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어, 로만의 책략에 의해 다시는 데이먼을 만질수도 없는 그런 비극적인 운명에 처하는 것으로 결말지어졌다. 그리고 3권, 섀도우랜드. 

 



 

내가 너한테 엘릭서를 마시게 한 순간, 무한한 삶이 주어지고, 모든게 변했지.

서머랜드나 다리 너머 저 세상에서의 영원한 삶이 아닌.... 섀도우랜드가 너의 최후가 돼버린거야. 83p

 



 

그들이 다녀오곤 했던 서머랜드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상상해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들의 도피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쌍둥이를 만난 곳이기도 하였다. 평범한 사람이 죽으면 가는 그 곳이 불사자가 된 지금은 최후의 순간에 절대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리다...

 

영원 불멸한 삶에 대해서 , 게다가 영원한 젊음을 즐기며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과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도 읽고,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 그들. 짧은 세월을 살다가 가야하는 나약한 인간들에게는 불사의 삶, 그리고 만능의 삶은 너무나 누리고 싶은 희망이었을지 모른다. 이 책에서 데이먼의 경험과 반성을 통해 몇백년 이상 이어져내려온 불사의 삶이 얼마나 끈질기고 지겨울 수 있는지.. 혹은 능력 남용으로 세상에 그들의 존재가 드러나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는지 등이 나타나고 있다. 데이먼은 진정으로 업을 거스른 자신의 삶을 반성하였다.

갑자기 중년의 남자처럼 변해버린 평범해지고자 하는 데이먼의 변화에 참 많은 부분이 소요가 되고 할애가 되어 중간까지는 약간 늘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하였다.

 

그리고, 에버. 아직 불사자가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 아니면 성격 탓일 수도 있지만.. 10대 일반 소녀들과 같이 너무나 진지하지 못했다. 그녀의 가벼운 선택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아..사실 읽는 내내 속상하기도 하였다. 어릴 적 보던 영화나 소설에서 꼭 여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곤 하였다. 남자들의 전쟁, 중대사 등을 처리할때 여자가 문제가 된다는 것. 같은 여자인 내가 그렇게 남성 중심의 스토리를 지켜보며 수긍한다는게 참 기분 나쁜 일이었는데.. 이 책에서도 너무 어린 나이에 심각한 사태에 말려든 에버는 꾸준히 문제의 중심에 놓이는 것 같았다. 사실 남성 중심 여성중심을 떠나 나이가 어려,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감정에 치우치다보니 정말 중요한 부분들을 많이 놓치고 있었던 것..

 

섀도우 랜드와 데이먼의 치료제 만큼이나 중요했던 주드의 등장.

레게머리를 하고, 스타일도 좋고, 게다가 아직도 보고 싶은 사랑하는 동생 라일리의 소식까지 전해주는 그의 등장은 데이먼을 불안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에버, 주드, 데이먼 이 세 남녀가 엮어내고 풀어가는 새로운 이야기.

 

불사의 능력을 갖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였기에 그들의 사랑을 더이상 방해할 존재가 없을 거라 믿었음에도 1권,2권, 그리고 3권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 인물의 등장으로 자꾸만 꼬여가고 복잡해져 가는 데이먼과 에버의 사랑.

 

4권에서는 에버가 저지른 일들이 어떻게 수습이 될지.. 로만이 꾸민 일이 어떤 식으로 복잡하게 풀려나갈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하기에 더욱 기다려진다.

 

뱀파이어 시리즈와 비슷한 소재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뱀파이어들과 다른 임모탈이라는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를 구축하고 있는 엘리슨 노엘의 재미난시리즈..

영원 불멸한 사랑이야기에도 고난은 계속 이어지나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재미에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져도 또다시 나는 4부의 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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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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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북유럽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
무척이나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가보고 싶은 환상의 여행지가 되어가고 있는 곳.
사실 서유럽, 동유럽, 터키 등을 다녀오고 난 이후에 북유럽을 생각한다지만, 아직 그 어느 곳도 다녀오지 못한 내게는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곳이 북유럽이었다.
 
하지만, 노르딕 라운지라는 그 이름을 들었을때 누구보다도 먼저 이 책을 만나 읽고픈 욕심은 생겼다.
처음에 나는 노르딕 라운지가 공항 라운지를 말하는 줄 알았다. 책의 첫 머리에 보니 여기에서 말한 라운지는 라운지 음악을 말하는 것. 북유럽 특유의 라운지 음악에 대한 감성을 살리려 한 ..그래서 저자가 라운지 음반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헬싱키와 스톡홀름에서 여행 및 음반 작업까지 동시에 추구해가며 여행 에세이까지 엮어내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공항 라운지는 아니었지만, 끝에 보니 호텔 라운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호텔라운지에서 들을 법할 음악을 라운지 음악이라고 한단다.
사실 나는 멋진 재즈나 분위기 좋은 곡을 들으면 카페 음악이라고 생각했지 호텔 라운지 음악을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실상 호텔 라운지란 내게 선보는 어색한 자리라는 인상이 강해서 어떤 음악이 들렸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열심히 강조하고, 그가 작업한 음악을 QR코드로 직접 들려주기까지 하는데..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이 없어서 저자의 멋진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성균관 스캔들로 유명한 음반 프로듀서 박성일님이 직접 여행을 하고 다녀와 홀로 북유럽을 거닐던 그 감성 그대로 담담한 문체로 적어내려간 글들은 처음에는 좀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그는 재치있는 사람이었던 지라 후배 가수 김동욱에게 쓴 편지에서의 센스라던지 강남 아이들의 행복 조건 등 예상 외로 웃음을 주는 요소들이 많아 제법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에세이를 전해주었다.
 
순전히 여행만 하다 왔으면 좋겠지만, 여행을 곧 작업의 일환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자였기에 그의 여행은 감성 충만한 그대로의 느낌을 곧 음악으로 살려내는 환상적인 작업이 된다고 하였다. 여행을 즐기며 곧 거기에서 생산까지 해내는 그의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그러기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여행이 부럽기도 하였다.
 
작곡가로써의 면모 뿐 아니라 핸드메이드가 발전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도시 미학이 돋보이는 디자인까지 그는 하나하나 놓치는 부분 없이 세심하게 들려주고 보여주었다. 뭐든 새것으로 갈아치우는 우리의 습관과 달리 하나를 보아도 그것이 완전히 고장날때까지 다시 고쳐 쓰고 재활용하는 북유럽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허술해보이는 창문 고리 하나까지도 예사로 넘기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내어 하나의 멋스러움을 연출해주었다.
 
그림과 같은 영상이 펼쳐지는 곳에서 정말 꿈에서 상상하듯 그런 예쁜 카페가 나타나고.. 그 안에는 어쩐지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 것 같았는데? 하면서 반전을 꾀하는 그의 화법에 휘말렸다가 결국 정말로 아름다운 여인이 고고하게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나타나 폭소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듯 우리나라의 전방 다방처럼 그녀는 홀로 찾아오는 외로운 남자들의 말벗 같은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재미나게 전해주었고.. 
   

 


핀란드 하면 떠올리는 자기전에 자일리톨 껌을 씹어요 라는 부분에 대한 의문도 풀어주었다.
가장 재미나게 읽었던 부분은 앞서 말했던 김동욱이라는 가수에 대한 따뜻하고도 위트넘치는 편지였는데, 홀로 여행을 하는 외로움 속에 한국에 남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뭍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욱 있었다. 나, 트림하면 연어냄새 나는 남자야 하고 말하는 그의 센스까지도 말이다.
 
교통비와 물가가 말도 못하게 비싸고, 음식까지 영국음식보다도 맛없다고 하였지만, 북유럽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그의 이야길 듣고 있노라면, 나 또한 그들의 담백하고 고즈넉한 모습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여행하면 맛집이지 하고 주장했던 내가 말이다.
 
뮤지션이 들려주는 감성어린 에세이. 노르딕 라운지와 함께 하는 것으로 내 짧은 기차 여행은 (사실 여행은 아니었고, 잠깐 볼일이 있어 급하게 다녀오는 길이었지만..)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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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고데마리 루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11월
절판


이 사랑을 어찌 하면 좋을까..
다 읽고 나서 애틋한 그 마음에 가슴이 시리기까지 했던 소설.


신랑과 항상 함께 하고 싶은 길을..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할때 그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더욱 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홀로 파리 학회를 가느라 7일 이상 떨어져 있어야 했을때.. 또 어제처럼 신랑 혼자 두고 나 먼저 아기 곁으로 내려와야했을때 등..
떠나는 버스를 향해 한없이 손을 흔들고 있는 신랑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만나고 매일 보면 투닥거리기도 하고, 그렇게 애틋하기만 한 사이도 아니면서..막상 떨어져 있으면 제일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환상적이게 로맨틱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정녕 그는 내게 소중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 소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읽으며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시리면서도 어제 우리가 그렇게 잠시 떨어져야 했던 것이 생각나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말이야. 핫파짱의 영혼 입자가 빛보다 소리보다 더 빨리 보고 싶은 사람 곁으로 날아가서 그 사람의 마음의 문에 노크했기 때문이야."

..."한밤중에 잠에서 깨서?"
"깬적도 있지만, 깨지 않은 적도 있어. 하지만 깨지않아도 '왔다'는 걸 똑똑히 알 수 있다는 게 더 이상해.
더 이상한 건 그 순간 내 영혼의 입자가 노크해준 사람의 곁으로 휙 날아가버린다는 거야."
9.10p



아라시가 날아왔다. 지금 막 아라시의 영혼 입자가 우주 저편에서 날아와 내 마음의 문에 노크했다. 16p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사랑 이야기에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 같다.
사실 무뎌질만큼 사랑을 깊이 열렬히 해본 적이 없어서 언제나 설레는 마음일 수도 있겠고, 어쨌거나 책이나 영화를 통한 간접 경험의 사랑들도 내게는 또 하나의 사랑인양 깊은 한숨을 내쉬게 한다.

아라시를 1초도 잊은 적이 없었어.
3억 1,536만 초를 생각했어. 그건 내가 그랬어.
줄곧 아무도 좋아할 수 없었어. 너 외에는 누구도. 73p

유치한 사랑 이야기라고, 아니면 낯 간지러운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들의 사랑이 예쁘기만 하다.
사실 아라시가 제비 새끼라는 욕을 먹으면서, 연상의 모피녀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이야기가 나올때에는 바람둥이처럼 흘러가는 사랑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10대부터 30대까지 한시도 서로를 잊지 않고 사랑해왔다. 그렇게 오래 떨어져있었음에도 약속을 지키고, 서로를 생각하고, 다른 이를 가슴에 묻지 못했다.

세상의 반은 남자고 여자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정말 그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이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평생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단 둘 뿐이라는 이 사랑 이야기가 오히려 비현실적일수 있음에도 너무나 달콤하게 나를 유혹하는 것은 이 세상 사랑이 이렇게 영원하고 순결한 것이기를 바라는 생각에서일지 모르겠다. 작가가 여성이어서 이렇게 달콤하게 내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활발해 보였지만, 그 안에 깊은 슬픔과 아픔을 간직했던 아라시와의 만남.
머리에 난 상처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등교 거부를 해버린 날 부모님이 대안 학교 같은 학원에 보내서, 아라시와 만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유복해보였던 아이, 나이가 많아보였던 아이는 의외로 동갑이었고, 첫 키스의 순간이 달콤했었던 만큼 나는 그 아이가 하는 모든 말들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십년.. 13살의 소년 소녀가 20대의 청춘이 되어 만났다. 아라시가 과거에 만났던 여자가 나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마음이 상했지만, 아라시는 웃으며 도둑고양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겠노라고, 일러스트는 꼭 내가 해주어야 한다고 말을 했다. 20대에 우리는 몇년간 같이 살며, 열심히 사랑하고 서로를 아꼈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내게 되는 생채기는 어찌할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아픔을 건드리지 말아야 함을 알면서도 내가 견딜 수 없는 그 상처에 결국 곪아버린 부분을 건드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의 연락도 거부하게 되었다. 그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다시 10여년.. 32살의 나. 아라시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 아픈 내게.. 낯선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아라시의 동화책, 글을 쓰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동화책은 처음인, 아라시의 작품에 꼭 내가 일러스트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아라시와 연락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나를 기억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 엽서를 보내주고, 나를 위해 말했던 바로 그 소설 <도둑 고양이와 유목민>을 연재하게 되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다시 나는 아라시가 나를 찾아와 노크함을 느끼게 되었다.

책에 파란 부분이 있어서 처음에는 어떤 부분인가 하였다. 바로 아라시의 작품이 액자식으로 끼워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독자가 아닌 나에게만 보내는 특별 장이 있었다.
나와 아라시, 그리고 도둑고양이와 유목민. 두 가지 이야기가 모두 맑은 종의 울림처럼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사실 액자식 구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아라시의 작품은 그냥 그대로 소설 이상의 감동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이야기였다. 사랑하지만, 내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 마음이 소설을 통해 드러나는 듯한..

거짓말을 즐겨 하는 듯 했던 아라시의 말들이 사실은 믿으면 사실이 된다는.. 아라시의 말처럼..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꿈같은 그의 말들이 모두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한 이 모든 것들을 나는 간과하고 살아온건 아니었을까.
사랑하면서도 서로 만나지 않고, 끝까지 어긋날까봐 두려웠던 아라시와 고노하의 사랑. 표지처럼 서로가 아슬하게 잡은 손을 놓친 채 반대방향으로 헤어져버릴까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었다.

사랑. 이제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기보다 어린 아기의 눈을 먼저 바라보며 웃음짓게 된 부모가 된 사랑이지만, 연애소설 속처럼 환상적이진않으나 현실적이고 조금은 덤덤한 사랑을.. 나는 지금의 현재에서 이뤄나가겠단 생각이 든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지금 가장 읽고 싶은 연애소설 작가'로 주목받는 고데마리 루이님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 충분히 서정적이고 맑은 사랑에 그동안 불륜에 찌들어있는 소설속 지나친 사랑들에 식상했던 마음이 풀어져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시원한 느낌. 나의 입장에서 살펴보면서도 소설을 통해 드러나는 아라시의 심리 묘사가 탄탄하게 받쳐졌던 멋진 설정의 소설. 이들의 깨끗한 사랑이 아름다운 결실로 맺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작가가 생생히 살려내준 두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는 독자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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