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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고데마리 루이 지음, 김대환 옮김 / 잇북(Itbook) / 2010년 11월
절판
이 사랑을 어찌 하면 좋을까..
다 읽고 나서 애틋한 그 마음에 가슴이 시리기까지 했던 소설.
신랑과 항상 함께 하고 싶은 길을..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할때 그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더욱 강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홀로 파리 학회를 가느라 7일 이상 떨어져 있어야 했을때.. 또 어제처럼 신랑 혼자 두고 나 먼저 아기 곁으로 내려와야했을때 등..
떠나는 버스를 향해 한없이 손을 흔들고 있는 신랑을 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만나고 매일 보면 투닥거리기도 하고, 그렇게 애틋하기만 한 사이도 아니면서..막상 떨어져 있으면 제일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이 되어버린다.
환상적이게 로맨틱한 사랑은 아닐지라도 정녕 그는 내게 소중한 사람임에 틀림이 없었다.
이 소설.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을 읽으며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시리면서도 어제 우리가 그렇게 잠시 떨어져야 했던 것이 생각나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건 말이야. 핫파짱의 영혼 입자가 빛보다 소리보다 더 빨리 보고 싶은 사람 곁으로 날아가서 그 사람의 마음의 문에 노크했기 때문이야."
..."한밤중에 잠에서 깨서?"
"깬적도 있지만, 깨지 않은 적도 있어. 하지만 깨지않아도 '왔다'는 걸 똑똑히 알 수 있다는 게 더 이상해.
더 이상한 건 그 순간 내 영혼의 입자가 노크해준 사람의 곁으로 휙 날아가버린다는 거야."
9.10p
아라시가 날아왔다. 지금 막 아라시의 영혼 입자가 우주 저편에서 날아와 내 마음의 문에 노크했다. 16p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사랑 이야기에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참 신기한 것 같다.
사실 무뎌질만큼 사랑을 깊이 열렬히 해본 적이 없어서 언제나 설레는 마음일 수도 있겠고, 어쨌거나 책이나 영화를 통한 간접 경험의 사랑들도 내게는 또 하나의 사랑인양 깊은 한숨을 내쉬게 한다.

아라시를 1초도 잊은 적이 없었어.
3억 1,536만 초를 생각했어. 그건 내가 그랬어.
줄곧 아무도 좋아할 수 없었어. 너 외에는 누구도. 73p
유치한 사랑 이야기라고, 아니면 낯 간지러운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들의 사랑이 예쁘기만 하다.
사실 아라시가 제비 새끼라는 욕을 먹으면서, 연상의 모피녀들과의 만남을 가지는 이야기가 나올때에는 바람둥이처럼 흘러가는 사랑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10대부터 30대까지 한시도 서로를 잊지 않고 사랑해왔다. 그렇게 오래 떨어져있었음에도 약속을 지키고, 서로를 생각하고, 다른 이를 가슴에 묻지 못했다.
세상의 반은 남자고 여자라는 진부한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정말 그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이면 안된다는 이야기가 평생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로망일지도 모른다. 단 둘 뿐이라는 이 사랑 이야기가 오히려 비현실적일수 있음에도 너무나 달콤하게 나를 유혹하는 것은 이 세상 사랑이 이렇게 영원하고 순결한 것이기를 바라는 생각에서일지 모르겠다. 작가가 여성이어서 이렇게 달콤하게 내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활발해 보였지만, 그 안에 깊은 슬픔과 아픔을 간직했던 아라시와의 만남.
머리에 난 상처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등교 거부를 해버린 날 부모님이 대안 학교 같은 학원에 보내서, 아라시와 만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유복해보였던 아이, 나이가 많아보였던 아이는 의외로 동갑이었고, 첫 키스의 순간이 달콤했었던 만큼 나는 그 아이가 하는 모든 말들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십년.. 13살의 소년 소녀가 20대의 청춘이 되어 만났다. 아라시가 과거에 만났던 여자가 나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마음이 상했지만, 아라시는 웃으며 도둑고양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겠노라고, 일러스트는 꼭 내가 해주어야 한다고 말을 했다. 20대에 우리는 몇년간 같이 살며, 열심히 사랑하고 서로를 아꼈지만, 그럼에도 서로에게 내게 되는 생채기는 어찌할 수 없었다. 나는 그의 아픔을 건드리지 말아야 함을 알면서도 내가 견딜 수 없는 그 상처에 결국 곪아버린 부분을 건드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의 연락도 거부하게 되었다. 그 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고 다시 10여년.. 32살의 나. 아라시를 생각하면 여전히 가슴 아픈 내게.. 낯선 출판사에서 제의가 들어왔다.
아라시의 동화책, 글을 쓰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동화책은 처음인, 아라시의 작품에 꼭 내가 일러스트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아라시와 연락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나를 기억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 엽서를 보내주고, 나를 위해 말했던 바로 그 소설 <도둑 고양이와 유목민>을 연재하게 되었음이 고마웠다. 그리고 다시 나는 아라시가 나를 찾아와 노크함을 느끼게 되었다.
책에 파란 부분이 있어서 처음에는 어떤 부분인가 하였다. 바로 아라시의 작품이 액자식으로 끼워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독자가 아닌 나에게만 보내는 특별 장이 있었다.
나와 아라시, 그리고 도둑고양이와 유목민. 두 가지 이야기가 모두 맑은 종의 울림처럼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사실 액자식 구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나, 아라시의 작품은 그냥 그대로 소설 이상의 감동으로 우리를 이끌어가기에 충분한 이야기였다. 사랑하지만, 내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그 마음이 소설을 통해 드러나는 듯한..
거짓말을 즐겨 하는 듯 했던 아라시의 말들이 사실은 믿으면 사실이 된다는.. 아라시의 말처럼..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꿈같은 그의 말들이 모두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한 이 모든 것들을 나는 간과하고 살아온건 아니었을까.
사랑하면서도 서로 만나지 않고, 끝까지 어긋날까봐 두려웠던 아라시와 고노하의 사랑. 표지처럼 서로가 아슬하게 잡은 손을 놓친 채 반대방향으로 헤어져버릴까봐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었다.
사랑. 이제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기보다 어린 아기의 눈을 먼저 바라보며 웃음짓게 된 부모가 된 사랑이지만, 연애소설 속처럼 환상적이진않으나 현실적이고 조금은 덤덤한 사랑을.. 나는 지금의 현재에서 이뤄나가겠단 생각이 든다. 많은 독자들로부터 '지금 가장 읽고 싶은 연애소설 작가'로 주목받는 고데마리 루이님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 충분히 서정적이고 맑은 사랑에 그동안 불륜에 찌들어있는 소설속 지나친 사랑들에 식상했던 마음이 풀어져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시원한 느낌. 나의 입장에서 살펴보면서도 소설을 통해 드러나는 아라시의 심리 묘사가 탄탄하게 받쳐졌던 멋진 설정의 소설. 이들의 깨끗한 사랑이 아름다운 결실로 맺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작가가 생생히 살려내준 두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는 독자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