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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라운지
박성일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북유럽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
무척이나 비싼 물가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북유럽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가보고 싶은 환상의 여행지가 되어가고 있는 곳.
사실 서유럽, 동유럽, 터키 등을 다녀오고 난 이후에 북유럽을 생각한다지만, 아직 그 어느 곳도 다녀오지 못한 내게는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곳이 북유럽이었다.
하지만, 노르딕 라운지라는 그 이름을 들었을때 누구보다도 먼저 이 책을 만나 읽고픈 욕심은 생겼다.
처음에 나는 노르딕 라운지가 공항 라운지를 말하는 줄 알았다. 책의 첫 머리에 보니 여기에서 말한 라운지는 라운지 음악을 말하는 것. 북유럽 특유의 라운지 음악에 대한 감성을 살리려 한 ..그래서 저자가 라운지 음반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헬싱키와 스톡홀름에서 여행 및 음반 작업까지 동시에 추구해가며 여행 에세이까지 엮어내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공항 라운지는 아니었지만, 끝에 보니 호텔 라운지를 말하는 것이었다. 호텔라운지에서 들을 법할 음악을 라운지 음악이라고 한단다.
사실 나는 멋진 재즈나 분위기 좋은 곡을 들으면 카페 음악이라고 생각했지 호텔 라운지 음악을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실상 호텔 라운지란 내게 선보는 어색한 자리라는 인상이 강해서 어떤 음악이 들렸는지 기억조차 잘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자가 열심히 강조하고, 그가 작업한 음악을 QR코드로 직접 들려주기까지 하는데.. 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이 없어서 저자의 멋진 음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성균관 스캔들로 유명한 음반 프로듀서 박성일님이 직접 여행을 하고 다녀와 홀로 북유럽을 거닐던 그 감성 그대로 담담한 문체로 적어내려간 글들은 처음에는 좀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그는 재치있는 사람이었던 지라 후배 가수 김동욱에게 쓴 편지에서의 센스라던지 강남 아이들의 행복 조건 등 예상 외로 웃음을 주는 요소들이 많아 제법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에세이를 전해주었다.
순전히 여행만 하다 왔으면 좋겠지만, 여행을 곧 작업의 일환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자였기에 그의 여행은 감성 충만한 그대로의 느낌을 곧 음악으로 살려내는 환상적인 작업이 된다고 하였다. 여행을 즐기며 곧 거기에서 생산까지 해내는 그의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그러기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여행이 부럽기도 하였다.
작곡가로써의 면모 뿐 아니라 핸드메이드가 발전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도시 미학이 돋보이는 디자인까지 그는 하나하나 놓치는 부분 없이 세심하게 들려주고 보여주었다. 뭐든 새것으로 갈아치우는 우리의 습관과 달리 하나를 보아도 그것이 완전히 고장날때까지 다시 고쳐 쓰고 재활용하는 북유럽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허술해보이는 창문 고리 하나까지도 예사로 넘기지 않고 사진으로 담아내어 하나의 멋스러움을 연출해주었다.
그림과 같은 영상이 펼쳐지는 곳에서 정말 꿈에서 상상하듯 그런 예쁜 카페가 나타나고.. 그 안에는 어쩐지 아름다운 여인이 있을 것 같았는데? 하면서 반전을 꾀하는 그의 화법에 휘말렸다가 결국 정말로 아름다운 여인이 고고하게 책을 읽고 있는 장면이 나타나 폭소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가 말하듯 우리나라의 전방 다방처럼 그녀는 홀로 찾아오는 외로운 남자들의 말벗 같은 독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재미나게 전해주었고..

핀란드 하면 떠올리는 자기전에 자일리톨 껌을 씹어요 라는 부분에 대한 의문도 풀어주었다.
가장 재미나게 읽었던 부분은 앞서 말했던 김동욱이라는 가수에 대한 따뜻하고도 위트넘치는 편지였는데, 홀로 여행을 하는 외로움 속에 한국에 남은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 잔뜩 뭍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욱 있었다. 나, 트림하면 연어냄새 나는 남자야 하고 말하는 그의 센스까지도 말이다.
교통비와 물가가 말도 못하게 비싸고, 음식까지 영국음식보다도 맛없다고 하였지만, 북유럽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그의 이야길 듣고 있노라면, 나 또한 그들의 담백하고 고즈넉한 모습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았다. 여행하면 맛집이지 하고 주장했던 내가 말이다.
뮤지션이 들려주는 감성어린 에세이. 노르딕 라운지와 함께 하는 것으로 내 짧은 기차 여행은 (사실 여행은 아니었고, 잠깐 볼일이 있어 급하게 다녀오는 길이었지만..)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