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 밥상 -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선물
최혜숙 지음 / 미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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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가 나오기 전에 자그마치 50페이지 가량을 건강한 밥상에 대한 이야기로 꽉꽉 채웠다. 또한 레시피 북 또한 정말 다양한 현미밥부터 시작해서 반찬, , 초대요리, 간식, 도시락, 초 스피드 압력밥솥요리, 그리고 천연양념 등등을 가득 실어 300페이지가 넘는 실속있는 건강 요리백과사전이 탄생했다.


초스피드 압력 밥솥 요리 같은 경우에는 만들기 귀찮았던 의외의 요리들이 압력밥솥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놀라운 방법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저자는 현미, 유기농 채소 뿐 아니라 저수분, 저유분 조리법을 표방하기에 전체적으로 건강을 생각한 레시피가 대부분이다. 발사믹 오렌지 소스 삼겹살은 기름기 많은 삼겹살을 굽지 않고 압력솥으로 쪄서 채소의 향이 돼지고기에 스며들고 기름은 쏙쏙 빠지게 만드는 방법이었다. 또 봉골레 파스타, 먹믈 카르보나라, 아라비아타 등의 파스타 요리들이 모두 후라이팬 볶음 요리가 아니라, 압력솥으로 쉽게 만들 수 있게 나와 있어 놀랍기도 했다. 면을 삶고, 또 소스를 따로 만들어 볶아야 했던 기존의 방식이 아닌 한번에 압력솥에 넣고 요리를 하는 색다른 방법이었던 것. 전기 밥솥으로 잡채와 계란 찜등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압력 솥으로 파스타 만드는 레시피는 처음 만나봤다.







현미에는 어떤 효능이 있을까?

현미에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가 균형있게 들어있어 현미를 먹으면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고,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체질까지 개선됩니다.

고혈압, 고지혈증,당뇨병 등의 생활 습관병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으며, 변비에도 도움이 됩니다.

20p








현미가 건강에 좋고, 특히나 당뇨환자에게 좋은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무척이나 권장되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밥을 지을때는 귀찮아서 그냥 백미로 짓곤 하던 게으른 주부였다. 당뇨를 앓고 있는 친척이 있어 우리도 주의해야하건만, 무엇보다 신랑이 잡곡밥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찬장에서 내리기 귀찮아 잡곡밥을 제치고 백미밥을 지었던 나였는데.. 얼마전 친정에서 보내주신 찹쌀 현미를 섞어 밥을 지으니 너무나 찰지고 맛이 있어서.. 이제는 좀 귀찮아도 세가지 모두를 섞어 밥을 짓곤 한다.



신랑이 무엇보다도 가장 좋아하고, 아기도 잘 먹을만큼 찹쌀 현미를 섞은 밥은 제법 맛이 좋았다. 같이 섞은 잡곡까지 구수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직 멥쌀 현미에 도전은 못했지만, 이제 조금씩 시작이라 생각한다. 고등학생일때는 학원에서 만난 어느 여학생이 현미 가래떡을 간식으로 먹는걸 보면서, 뭘 저렇게 유난을 떠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네 집에서는 그때부터 이미 건강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세운 집이었던 것이다.







현미를 씻을 때는 쌀눈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너무 세게 문지르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쌀알 입자가 손상되어 수분, 열, 압력에 노출되면 영양성분이 많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손가락을 편 상태에서 살짝 오므려 물과 함께 한 방향으로 저어주거나 두 손으로 살짝 비비듯이 씻으면 됩니다.

24p







현미로 그냥 밥을 지으면 입안에서 깔깔하게 돌아다니거나 소화가 잘 안된다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현미밥을 맛있게 짓는 방법서부터 현미의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씻는 법 등까지 저자의 노하우가 소상히 소개되어 도움받기에 좋은 책이었다. 게다가 현미밥이 현미를 넣은 수십여가지의 밥으로 소개가 되어서 이렇게 많은 가짓수로 응용이 된다는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밥만 현미밥이랴.. 반찬 또한 그게 못지 않은 제철 식품으로 만들어진 건강반찬들이 소개가 된다

나 또한 30개월난 어린 아들과 지친 바깥일로 건강을 해치고 있는 신랑이 있어, 건강 밥상에 관심이 샘솟고 있는 터에 참 좋은 요리책을 만났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반찬도 부실하게 해주곤 해서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오늘은 요리책을 뒤적이다가 김밥이 나오길래, 아기를 보여주니, 김밥을 만들어달랜다. 재료도 건강에좋으면서도 아이에게 먹이고픈 두부와 김치 등이 주재료라서 기꺼이 선택을 하였다. 두부를 좋아하던 아기였는데 마트에서 샘플로 구워주는 두부만 먹고, 집에서 구워주면 요즘은 거의 입도 안대어서, 못 먹이고 있었다. 김치는 씻어서 볶아 주어도 신맛이 남아있는지 거부하곤 했는데 가끔 볶음밥에 잘게 썰어 섞어주거나 하면 먹을 뿐, 따로 먹이기는 어려웠었다.


일반 김밥의 형태이긴 하나, 재료가 완전히 다른 현미 새싹 채소 김치 김밥.

채소를 거의 먹지 않는 아기를 위해 새싹 채소까지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우선은 두부와 김치만으로도 작은 김밥이 속이 가득 찰 것 같고, 혹여나 새싹 채소 도전했다가 그나마도 먹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까봐 우선은 뺐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계란 후라이를 하나 해서, 살짝 넣어도봤고, 한 줄은 계란 없이 말아도봤다. 둘다 다행히 아주 잘 먹는다. 김밥 싸는 노하우가 아직 부족해서 예쁜 모양은 나지 않았지만, 먹어보니 맛도 부드럽고 아주 좋았다. 조미 술이 없어 그냥 집에서 담근 매실 엑기스로 대체하고, 계란도 추가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한 맛이 되어 기뻤다. 무엇보다 아기의 건강한 한끼가 해결된 것이 가장 좋았고 말이다.






현미를 꾸준히 먹으면 피부가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현미에 포함된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인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며,

백미에 비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몸에 좋은 지방 성분이 6~7배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21p







스페셜 페이지에는 손님 초대상으로 고민하는 주부들을 위해 다양한 특별한 날의 상차림이 소개도 된다. 물론 모두 이 책에 있는 특별한 건강레시피로 말이다.

여자친구 티타임 테이블부터 정성스런 부모님 초대상, 술안주상, 우리 아이 생일파티, 로맨틱 파티, 3대를 위한 가족 파티, 주말 가정식 브런치, 싱글 명절상, 여우를 위한 럭셔리 파티, 집들이상까지..10가지 그녀의 노하우를 보면 정말 감탄이 절로 난다. 메뉴 짜는 것부터가 고민인 주부들에게는 정말 센스만점 페이지가 아닐 수 없었다.

건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접하고, 그 기본 지식을 활용할 레시피로 가득 밥상을 채워주는 책, 건강한 현미밥상으로 우리집 식탁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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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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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이 책의 인기몰이에 대해서는 아주 일찌감치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기는 그 후로도 한참 후였던 것 같습니다. 달 샤베트가 나온 이후에 샀나? 저를 위한 그림책으로 사고 싶었지만 우리 아이가 볼때까지 기다리는 이상한 마음이 있던 터라, 아이가 클때까지 계속 미뤄뒀던 그림책이었지요. 그러다가 결국 어느 날 사고 말았는데, 그 당시에도 보여줄때 아이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가 요즘 들어서 아주 좋아하고 있는 책이랍니다.


우리 아이보다 6개월빠른 친구네 공주님은 일찌감치 두돌 무렵부터 뽀로로를 비롯한 각종 뮤지컬등을 섭렵하였다고하네요. 우리 아이는 문화센터도 안 갔고, (돌무렵이후에 데려가고 싶었으나 수족구, 신종플루 등으로 자꾸 미루다 보니 나중에는 낯가림이 심해져서 못 데리고 다녔어요 ) 낯가림 심한 아들에게 뮤지컬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지요. 하지만 엄마도 우리 아이에게 구름빵이나 뽀로로 같은 뮤지컬을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친구가 딸과 함께 구름빵 뮤지컬을 보러 간다길래, 저는 집에서 아이에게 다시 구름빵을 보여줘봐야겠다 마음 먹었어요.



책부터 보여줘야지했는데, 그날 들어간 사이트에 마침 구름빵 동영상이 있어 뽀로로 말고 이거 보여줄까? 하면서 보여주니까, 우와..아이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이제 책에 나온 걸 모두 이해할 시기가 된 걸까요?

엄마는 너무너무 그림이나 사진 기법이 마음에 들었던 책인데 좀 어두운 색감이라 그런지 아이가 관심을 갖지않았었는데..

"구름빵이 슈웅 슈웅~ 하늘로 날아"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흥분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너무 작아 엄마도 찾기 힘든 교통 체증 속, 만원 버스의 아빠 찾기도 아이는 예리한 눈으로 한눈에 찾아내더라구요. 오홍..정말 작은 그림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아이들의 독서법 같아요. 마음에 드는 책은 읽고, 읽고 또 읽는데, 이 책이 요즘 우리 아이의 대박북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에는 엄마가 너무 비몽사몽이라 정신없는 와중에.."구름빵 책 읽어주세요" 하고 아기가 ..평소 잘 안쓰는 존댓말까지 써가며 부탁하길래..졸린 눈을 힘겹게 뜨고 책을 읽어주다가.. 그만....

엄마가 실언까지 하고 말았지요.



전혀 책 내용에는 있지도 않은.. 실언. "그래서, 1회용 커피를 드랍했다." 아니, 이건 말하면서도 무슨 소리지? 하는 헛소리였던거지요. 제가 가끔 너무 졸리면 이상한 데이터가 흘러나오곤 합니다. 다행히 아기가 별문제없이 넘어가주어서 다시 눈을 부릅뜨고 읽어주었어요. 졸린데 안경까지 벗고 읽으니 더 안보이고 정신없고..꿈은 안깨고.....


게다가 며칠전 주말에는 아빠, 엄마는 비몽사몽인데 아기만 먼저 깨어서 밖으로 달려가더니.. 구름빵 그림책을 들고 와서, 바로 이 아빠가 출근하는 페이지를 펼치고..

아빠와 그림책 아빠를 이리저리 가리키며.."이거 이거.. 이거..이거..똑같다.."하더라구요.사람에게는 이거이거 하는거 아니야..라고 가르쳐주긴 했지만..너무 웃겨서 아빠랑 엄마 배꼽잡고 쓰러졌어요. 하지만, 아빠는 그림책을 보더니..그래..내가 이렇게 배가 나왔어? 하는데..음.. 사실 아빠 배가 좀 나오긴 했죠. 하지만 아기가 말하는건 그림책에..아빠가 나오고, 우리집에도 아빠가 있다라는 거지. 배가 나와서 아빠가 같았다는건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더니 잠시 후에 밖으로 또 총알같이 뛰어가서, 다다다다 달려와 아빠 손에 쥐어준건 바로 아빠의 출근 가방이었답니다. 암튼 우리 아기는 책에서 나온건 꼭 그대로 따라하려는게 있어서, 재미나답니다.



책에는 나와 동생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구름빵을 보면, 고양이들의 이름이 홍비와 홍시라고 나옵니다. 홍시야!하고 불러주니 아이도 홍시,홍시 하면서 금방 따라하네요. 사실 그림 기법이 무척 독특하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점이 얼굴 표정들은 그림으로 하나하나 상세히 그려서 묘사했고, 몸이나 기타 배경은 다른 헝겊이나 가죽, 철사 등을 이용해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성껏 만들어 붙였어요. 그리고 아주 동적인 동작들 하나까지도 세세했구요. 그 한장면 한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냈는데, 기법도 너무나 마음에들었지만,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그것을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라는 몽환적이 설정이 정말 상상력의 무한가능성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대목이었네요.



뭐 그 정도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 않냐? 하는 사람도 있으려나요? 하지만, 전 너무나 멋져보였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보자고 하고 싶을..

구름빵 레시피.

구름을 밀가루 대신 넣고, 따뜻한 우유와 설탕, 이스트 등을 넣는 등의 꼼꼼한 레시피가 나와서, 이야기에 더욱 사실감을 부여해준답니다. 어릴적에 그랬거든요. 이돌람바~로 끝이 나던 바람돌이의 주문이라던지, 따라하기 힘든 여러 그림책 들의 주문들을 보면서, 정말 마법의 세상이 되면 이 주문이 먹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을요.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홍비 홍시처럼 작은 구름 조각이 나무에 걸린 것을 발견하면, 집에 조심조심 가져와 엄마에게 구름빵 구워달라고 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 같아요.



하늘을 난다는 것, 그 전에는 비행기나 새가 날아다닌다 생각하였고, 그것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구름빵을 먹은 친구들이 날아가고, 아빠도 같이 날아 출근하는 것을 보더니 날아간다는 것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오늘도 모 레스토랑에서 풍선을 받아왔는데,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이 들어있는지, 자꾸 하늘로 날아오르더라구요. 엄마 가방에 묶어 조심조심 가져와서, 방안에 놓으니, 천장에 올라가 붙어 있습니다. 아기는 까르르 웃으며, 풍선이 슝슝...구름빵처럼 슝슝을 외칩니다.



그러면 엄마가 끈을 다시 아이 손에 대어 주곤 했지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본 구름빵 그림책. 앞으로도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구요.

지난주 구름빵 뮤지컬을 보고 온 친구가 어른이 보기에도 무척 재미난 뮤지컬이었다 추천해주니 우리 아이가 낯가림만 좀 나아진다면 엄마도 내년쯤에는 구름빵 뮤지컬 보러 아기 손 붙잡고 다녀오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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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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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소설을 읽을때마다 나라별로 느낌이 좀 다르기는 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번역하는 이의 고충이나 느낌 등까지 깊이 헤아려본적이 없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내가 어찌 독일, 러시아, 일본 등의 문학까지 읽을 수 있을까 생각해야함에도 읽기 쉽게 번역되어 나온 책들을 쉽게 읽으며 고마움을 크게 못 느껴왔던 것이다.

이 책에는 옮긴이와 해설, 두 사람의 이야기가나온다. 특히나 해설을 쓴 분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번역한 사람으로 알려져서, 그 이후로도 이 소설과 관련된 많은 문의를 받아왔다고 한다. 교생 실습을 나가기 위해 이 수업을 자꾸 빼먹게 되자 교수님이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번역해보라고 하셨고, 과제로 받은 것이라 재미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재미에 흠뻑 빠져서, 사랑하던 여인을 위해 생일선물로 직접 열심히 번역에 열을 올렸던 대학생때의 번역이라 하였다. 참, 그의 사연만으로도 로맨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대학 시절, 수업 과제로 혹은 논문을 위해 번역을 할 일이 있었지만 아주 짧은 시기였고, 거기에 흠뻑 빠질 만한 재미는 없었다. 하지만, 이 분의 사연은 유독 귓가에 남는다.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퍼져나간 곰스크로 가는 기차

 

모든 끌림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그때는 몰랐다. 곰스크가 왜 그토록 절절하게 다가왔는지를.

돌이켜 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 삶의 메타포였다.

아니, 어떤 누구의 인생이라도 삶은 '곰스크로 가는 기차'와 비슷할 수 밖에 없으리라.

-해설 중에서.

 

이 소설의 작가인 프리츠 오르트만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고 했다. 사실, 여기 실린 단편 8편 정도와 그 외에 장편 소설 정도가 있을 정도로 그가 남긴 작품은 많지 않아 더욱 그러할거라는 이야기였다. 작가에 대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고, 단지 입소문에 의해 퍼지던 그소설이 어느 순간 tv에서 단막극으로 만들어지고 연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다 한다. 어떤 소설일까..

 

주인공인 나와 아내는 신혼여행으로 가진 돈 전부를 털어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탔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곰스크에 대한 환상을 들어온 나의 인생 목표 자체는 바로 곰스크에서의 삶이었고, 곰스크 외의 그 어떤 삶도 꿈꿀 생각을 못하였다. 다만, 아내는 그런 내 생각에 반기를 들며 오히려 불안해하고, 곰스크로의 여행을 반기지 않았다. 중간에 잠시 정차했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아내는 비로소 활기를 되찾고, 식사도 맛있게 하였다. 그리고 잠깐 산책하는 동안 마을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던 차, 기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리고 나만 서두를뿐 아내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나를 붙잡는다.

 

하루에 한번 들른다는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무정차로 그냥 지나칠 때도 많은 그런 작은 시골역이었다. 간신히 며칠만에 잡은 역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표는 무효라는 대답을 듣고, 미친듯이 돈을 모으기 시작하고, 아내는 그런 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채 이 곳에서의 삶에 익숙해진다. 나만 이방인처럼 겉돌뿐.

나를 위해 일주일을 일하고 받아왔다는 안락의자. 그런 아내에게 나는 화를 낸다. 돈으로 받아 기차 삯을 모아야하는거 아니냐고. 그런 나에게 아내는 서글픈 마음을 드러낸다.

 

돈을 다 모아 다시 떠날 기차표를 사고, 기차에 오르는 날 아내의 안락의자까지 실고 가겠다는 어이없는 제안에 나는 그저 허물어지듯 마을에 안주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아내의 계획대로 마을의 선생님이 되어 아기를 가진아내와 따뜻함이 보장되는 집에서 살게 된다. 전임 선생님이었던 노인이 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와 노인의 인생이 뒤섞인 묘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너무 꾸물거리며 주인공의 앞길을 막는 아내가 좀 답답하게도 느껴졌었다. 그러나 옮긴이의 말마따나 이 모든 것들이 다 비유적 장치일 뿐이다.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아내, 그리고 이상향을 향해 날아가고픈 남편의 충돌은 어쩌면 누구나의 인생에서 있을 수 있는 그런 한 모습일 수 있을 것이다. 꼭 아내와 남편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내 안의 모습일지라도 두 가지 모습이 충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생의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 거죠?" 57p 곰스크로 가는 기차

 

곰스크로 가더라도 딱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이와 아내까지 데리고 가서 새로이 삶을 살아간다는게 과연 지금의 삶보다 나은 삶인지는 주인공조차도 알 수가 없다. 다만 아버지조차 평생 가보지 못했던 그 유토피아에 대한 꿈을 아들이 이어받아 자신 안의 환상으로 재 탄생시켰을뿐.. 처음에는 갑갑하게 느껴졌던 아내의 방해공작이 나중에는 쳇바퀴같은 삶만 산채 아내와 아이들을 등한시하는 남편의 모습에 묻혀 남편에게 되려 화가 났다.

 

등장하지 않는 고도를 평생 기다리는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연극으로 만들어지기 좋은 작품일지 모르겠단 생각이 나 역시도 들었다. 그보다는 훨씬 재미도 있겠지만 말이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서도 역시 곰스크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막연한 꿈을 가진 그가 사람들에게 물어도 약간은 뜨악한 반응만 돌아올뿐, 그곳이 어떻다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없다. 전임 선생님 역시 어딘가, 그곳이 곰스크일지 아닐지 모를 곳을 꿈꾸던 젊은이 중의 하나였고, 그렇게 정착한 삶이 나쁘지 만은 않았다고 그에게 말해줄 유일한 사람이기는 했다.

 

연이어 나온 소설 배는 북서쪽으로가 주는 느낌은 곰스크와 비슷하면서도 더 몽환적이었다.

가이드인 나도 도저히 기억이 안나는 목적지, 게다가 손님들은 모두 행선지가 달라 거의 폭동이 일어나기 직전의 수준이다. 선장 조차도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은채 혼자서 방에서 칩거하고, 목적지를 모르고 탄 유일한 사람, 존재를 알수없는 병약해보이는 소녀가 의외로 나와 연결이 될 수 있다는 묘한 결말만을 남긴채..소설은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양귀비, 럼주차 등의 소설도 참 느낌이 독특했다. 해설자가 너무나 따뜻한 작가의 소설들이라 평하는 것은, 소설 안에 있는 비유를 이제는 모두 이해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해설자 또한 자신만의 곰스크, 그리스로 떠나지 못하고, 묶여있는 안주한 삶이 마치 젊은 시절 그가 읽었던 이 소설에서 영원히 자유롭지 못함을 암시하는 듯 하였는데, 나 또한 나만의 곰스크가 어디였는지 무엇이었는지를 회상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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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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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검색해서, 리뷰만으로 책을 고르기도 하지만, 가끔은 서점을 휙휙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충동적으로 고르기도 한다.

사실 그럴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출판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터넷서점에서 특가로 저렴하게 잘 산 책이었다. 아이의 그림책 치고는 좀 글밥이 많은 책이긴 하지만,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지식들이 들어있는 책이라 이것저것 쏠쏠하게 찾아보기 좋아하고, 한참 말 배우는 시기인 우리 아이에게 더 없는 재미난 책이 될 것 같아 다소 이른 감이 있어도 선택을 하였다.



1963년 처음 책이 나왔을때 엄마, 아빠가 이 책이 너덜너덜 할때까지 읽었다는 그 책인데..그 엄마아빠의 아이들이 또다시 너덜너덜할때까지 읽었다니.. 어떤 책인지 더욱 관심이 갔다. 내 어릴적에 읽었던 기억은 없다. 디즈니 그림책 몇권만 기억이 나고..그 때는 뭐 지금처럼 풍요롭게 책을 많이 사서 보던 때가 아니었으니 우리집에도 책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그림과 내용이 나와서 아이들 말 배우기에 참 좋을 책 같기도 하다. 한글과 영어 두가지 말로 1000여개의 낱말이 언급이 되니 이게 이런 뜻이었나? 하면서 자연스레 영단어까지 익히게 되기도 한다. 그림이 항상 같이 있기에 배우고 익히기에 더욱 좋은 그런 책.



아무리 글밥이 많아도 아이가 좋아하는 페이지와 그림이 나오면 그 면을 두고두고 설명해달라고 하는 우리 아이.


자동차 박물관이라는 책도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페이지가 유독 너덜거릴 정도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 책에도 우리 아이가 한참 관심 갖는 공사장 차 시리즈라던지..다양한 동물들이 나오고, 또 각종 직업군도 소개되고, 시골과 도시의 삶이 나오기도 한다.



정말 많은 다양한 그림과 사물들이 나와서 엄마도 아이도 열심히 보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사실 엄마 어릴 적에 이렇게 작고 세세한 그림이 많은 그런 책을 무척 좋아했었다. 빼곡한 그림을 보면서 내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 아닌데도, 그렇게 상상하고 또 그런 상상을 다시 종이에 그려내면서 많이 놀았던 기억이 난다. 이 그림책을 보니 나 어릴적에 만났으면 정말 나 또한 너덜거릴때까지 익히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책이었다.



비록 1960년대의 책이라.. 자동차들의 종류가 좀 많이 구식인 점이 아쉽긴 했지만 그런대로 다른 그림들을 통해 이름 익히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한장 한장 정말 많은 그림으로 채워나간 정성스러운 책. 그래서 너덜거릴때까지 보고 또 볼 수 밖에 없게 만든 그런 그림책.

아직 어린 우리 아이부터, 조금 더 큰 아이들까지 한참을 재미나게 보고 단어를 익힐 수 있는 그런 그림책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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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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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 프로 느낌표의 영향으로 한동안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책 이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 책을 안 읽던 때라 찾아읽을 생각도 하질 못했었다. 작년서부터 뒤늦게 책을 좋아해 읽기 시작하니 참 유명하고 괜찮은 작품들을 뒤늦게 만나는 경우가 무척이나 많다. 이 책도 박완서 작가님이 작고하신 후에야 만나게 되었으니 죄송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다.



나뿐 아니라 아버지께서도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터라 먼저 권해드렸었다. 이 책은 아빠도 아직 읽기 전이라 하셔서..

그랬더니 책을 한참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곱씹어 읽으시면서 참 좋다란 말씀을 하시었다. 박작가님이 표현하시는 어린 시절의 모습이 어쩜 그렇게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려진 건지.. 정말 아버지 어릴 적 그때 그모습의 시골이 떠올라, 너무나 좋았다라고 말씀하셨다. 책을 좋아하시면서도 읽은 후의 감상에 대해서는 정말 짧고 굵게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시는 아버지신지라, 뭐가 어떻게 좋더라라는 평가는 듣기가 꽤 어려웠는데 이 책은 정말 마음에 들어하셨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그 후속작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와 나목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였다.



소설로 그린 자화상1 유년의 기억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분류만 소설일뿐 실제로는 박완서님의 어린 시절 그대로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있는 그런 책이었다.

소설도 좋아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가 항상 더 궁금한 나에게는 박작가님의 이런 자서전이 더욱 진실하게 와 닿았는지 모른다.





흰옷이란 얼마나 좋은 것인지,

초가 지붕마다 뿜어 올린 저녁 연기가 스멀스멀 먹물처럼 퍼져 길과 논밭과 수풀과 동산의 경계를 부드럽게 지워 버려,

마침내 잿빛 하늘을 인 거대한 한덩어리가 되었을때도 흰옷 입은 사람이 산모롱이를 돌아오는 것은 잘 분간이 되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다들 흰옷을 입었다.

특히 송도 나들이를 갈때는 때도 안 묻은 고운 흰옷으로 호사를 했다.



그래도 나는 할아버지와 딴 사람이 헷갈리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독특한 걸음걸이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강렬한 빛처럼 직통으로 나에게 와 박혔다.

19p







단숨에 읽어버리기 아쉬웠을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사실 내 어릴적 기억보다는 아버지의 기억과 오버랩이 되는 기억들이겠지만, 그래도 작품 속의 표현들은 정말 그림처럼 생생하게 뇌리에 박히는 표현들이 많았다. 게다가, 단순히 기억에만 의존해 쓰는 글이라 하였음에도 어쩜 이렇게 소상히 썼을까 싶을 정도로 어릴적에 대한 기억이 꼼꼼히 묘사가 되어 있어, 젊은 나조차도 내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떠올리기 힘든 것을 생각하면 참 부끄럽기도 하였다.





아카시아꽃도 처음 보는 꽃이려니와 서울 아이들도 자연에서 곧장 먹을 걸 취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 꽃을 통해서였다.

..나도 누가 볼 세라 몰래 그 꽃을 한 송이 먹어보았더니 비릿하고 들척지근했다.

그리고는 헛구역질이 났다. 무언가로 입가심을 해야 들뜬 비위가 가라앉을 것 같았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 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 껍질을 길이로 벗겨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굼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 속을 찾아 헤멨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 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89p






제목에 나왔던 싱아는 작품 속에서 세 번 정도 충분히 언급이 되는 것 같다.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을 회상케 하는 매개체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싱아라는 식물조차 모르니, 정말 궁금하기만 할뿐이었다. 아카시아 꽃을 먹어본 것 같기는 한데, 사루비아 꿀이 더 달콤했던 것 같기도 하고..

세대가 달라서인지 그 분의 행복했던 유년을 공유할 싱아를 먹어보지 못함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박완서님은 1931년생으로 일제치하때부터 6.25전쟁이 날때까지의 평탄치 못했던 삶이 담겨 있을 정도로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 외에 대도시로 올라와 고생하며 지냈던 기억과 삯바느질로 자녀들을 가르치면서도 항상 자존심만은 굽히지 않았던 어머니의 꼬장꼬장한 성격까지 고스란히 이야기할 정도로 솔직함을 갖고 계셨다. 어렸을 적에는 부끄럽게도 여겨졌겠지만, 아버지 없이 자란 박완서님에 대해 할아버지, 숙부들이갖고 있는 애정과 가정의 돈독한 울타리는 유년의 그녀를 든든히 받쳐주는 그 무언가였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숙부의 일제 치하 당시 면서기 활동으로 친일파로 몰리고, 6.25 동란 이후에는 빨갱이로 몰려 벌레만도 못한 고문을 당한 이야기까지.. 잊고 싶었던 하지만, 평생을 들어 절대 잊히지 않을 그런 이야기들을 소상히 기록하며 한반도의 국민으로 느껴야했던 혼란기의 복잡한 심경들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6.25 동란 때 태어나신 엄마, 그리고 그때도 아주 어린 아이였던 아빠를 두고 있는 나로써는 정말 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전쟁 이야기였건만, 박작가님은 이미 그때 서울대 문리대에 합격한 나이였던 지라 전쟁이 주는 처절한 고통을 국민으로써 담아가고 있었다.

나고 자란 시기가 갈수록 윤택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자꾸만 어려웠던 할아버지, 아버지의 세대를 잊게 된다.

박작가님의 이야기 속에서 그 옛날 시골의 정취와 훈기, 그리고 잊지 말아야할 어려운 시절의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이 다음에 읽을 후속편인 박완서님의 다른 책들이 더욱 궁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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