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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구판절판
구름빵.
이 책의 인기몰이에 대해서는 아주 일찌감치 들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기는 그 후로도 한참 후였던 것 같습니다. 달 샤베트가 나온 이후에 샀나? 저를 위한 그림책으로 사고 싶었지만 우리 아이가 볼때까지 기다리는 이상한 마음이 있던 터라, 아이가 클때까지 계속 미뤄뒀던 그림책이었지요. 그러다가 결국 어느 날 사고 말았는데, 그 당시에도 보여줄때 아이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가 요즘 들어서 아주 좋아하고 있는 책이랍니다.
우리 아이보다 6개월빠른 친구네 공주님은 일찌감치 두돌 무렵부터 뽀로로를 비롯한 각종 뮤지컬등을 섭렵하였다고하네요. 우리 아이는 문화센터도 안 갔고, (돌무렵이후에 데려가고 싶었으나 수족구, 신종플루 등으로 자꾸 미루다 보니 나중에는 낯가림이 심해져서 못 데리고 다녔어요 ) 낯가림 심한 아들에게 뮤지컬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지요. 하지만 엄마도 우리 아이에게 구름빵이나 뽀로로 같은 뮤지컬을 보여주고 싶었답니다. 지난 주 토요일에 친구가 딸과 함께 구름빵 뮤지컬을 보러 간다길래, 저는 집에서 아이에게 다시 구름빵을 보여줘봐야겠다 마음 먹었어요.
책부터 보여줘야지했는데, 그날 들어간 사이트에 마침 구름빵 동영상이 있어 뽀로로 말고 이거 보여줄까? 하면서 보여주니까, 우와..아이 반응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너무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이제 책에 나온 걸 모두 이해할 시기가 된 걸까요?
엄마는 너무너무 그림이나 사진 기법이 마음에 들었던 책인데 좀 어두운 색감이라 그런지 아이가 관심을 갖지않았었는데..
"구름빵이 슈웅 슈웅~ 하늘로 날아"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도 흥분을 금치 못합니다.
그리고, 너무 작아 엄마도 찾기 힘든 교통 체증 속, 만원 버스의 아빠 찾기도 아이는 예리한 눈으로 한눈에 찾아내더라구요. 오홍..정말 작은 그림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아이들의 독서법 같아요. 마음에 드는 책은 읽고, 읽고 또 읽는데, 이 책이 요즘 우리 아이의 대박북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오늘 아침에는 엄마가 너무 비몽사몽이라 정신없는 와중에.."구름빵 책 읽어주세요" 하고 아기가 ..평소 잘 안쓰는 존댓말까지 써가며 부탁하길래..졸린 눈을 힘겹게 뜨고 책을 읽어주다가.. 그만....
엄마가 실언까지 하고 말았지요.
전혀 책 내용에는 있지도 않은.. 실언. "그래서, 1회용 커피를 드랍했다." 아니, 이건 말하면서도 무슨 소리지? 하는 헛소리였던거지요. 제가 가끔 너무 졸리면 이상한 데이터가 흘러나오곤 합니다. 다행히 아기가 별문제없이 넘어가주어서 다시 눈을 부릅뜨고 읽어주었어요. 졸린데 안경까지 벗고 읽으니 더 안보이고 정신없고..꿈은 안깨고.....

게다가 며칠전 주말에는 아빠, 엄마는 비몽사몽인데 아기만 먼저 깨어서 밖으로 달려가더니.. 구름빵 그림책을 들고 와서, 바로 이 아빠가 출근하는 페이지를 펼치고..
아빠와 그림책 아빠를 이리저리 가리키며.."이거 이거.. 이거..이거..똑같다.."하더라구요.사람에게는 이거이거 하는거 아니야..라고 가르쳐주긴 했지만..너무 웃겨서 아빠랑 엄마 배꼽잡고 쓰러졌어요. 하지만, 아빠는 그림책을 보더니..그래..내가 이렇게 배가 나왔어? 하는데..음.. 사실 아빠 배가 좀 나오긴 했죠. 하지만 아기가 말하는건 그림책에..아빠가 나오고, 우리집에도 아빠가 있다라는 거지. 배가 나와서 아빠가 같았다는건 아니었을 거예요. 그러더니 잠시 후에 밖으로 또 총알같이 뛰어가서, 다다다다 달려와 아빠 손에 쥐어준건 바로 아빠의 출근 가방이었답니다. 암튼 우리 아기는 책에서 나온건 꼭 그대로 따라하려는게 있어서, 재미나답니다.
책에는 나와 동생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구름빵을 보면, 고양이들의 이름이 홍비와 홍시라고 나옵니다. 홍시야!하고 불러주니 아이도 홍시,홍시 하면서 금방 따라하네요. 사실 그림 기법이 무척 독특하고 너무나 마음에 드는 점이 얼굴 표정들은 그림으로 하나하나 상세히 그려서 묘사했고, 몸이나 기타 배경은 다른 헝겊이나 가죽, 철사 등을 이용해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정성껏 만들어 붙였어요. 그리고 아주 동적인 동작들 하나까지도 세세했구요. 그 한장면 한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냈는데, 기법도 너무나 마음에들었지만,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그것을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라는 몽환적이 설정이 정말 상상력의 무한가능성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대목이었네요.
뭐 그 정도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 않냐? 하는 사람도 있으려나요? 하지만, 전 너무나 멋져보였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시도해보자고 하고 싶을..
구름빵 레시피.
구름을 밀가루 대신 넣고, 따뜻한 우유와 설탕, 이스트 등을 넣는 등의 꼼꼼한 레시피가 나와서, 이야기에 더욱 사실감을 부여해준답니다. 어릴적에 그랬거든요. 이돌람바~로 끝이 나던 바람돌이의 주문이라던지, 따라하기 힘든 여러 그림책 들의 주문들을 보면서, 정말 마법의 세상이 되면 이 주문이 먹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을요.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 홍비 홍시처럼 작은 구름 조각이 나무에 걸린 것을 발견하면, 집에 조심조심 가져와 엄마에게 구름빵 구워달라고 하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 같아요.
하늘을 난다는 것, 그 전에는 비행기나 새가 날아다닌다 생각하였고, 그것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아이가, 구름빵을 먹은 친구들이 날아가고, 아빠도 같이 날아 출근하는 것을 보더니 날아간다는 것에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오늘도 모 레스토랑에서 풍선을 받아왔는데,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이 들어있는지, 자꾸 하늘로 날아오르더라구요. 엄마 가방에 묶어 조심조심 가져와서, 방안에 놓으니, 천장에 올라가 붙어 있습니다. 아기는 까르르 웃으며, 풍선이 슝슝...구름빵처럼 슝슝을 외칩니다.
그러면 엄마가 끈을 다시 아이 손에 대어 주곤 했지요.
엄마와 아이가 함께 본 구름빵 그림책. 앞으로도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구요.
지난주 구름빵 뮤지컬을 보고 온 친구가 어른이 보기에도 무척 재미난 뮤지컬이었다 추천해주니 우리 아이가 낯가림만 좀 나아진다면 엄마도 내년쯤에는 구름빵 뮤지컬 보러 아기 손 붙잡고 다녀오고 싶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