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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일본인이면서 여섯살에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이기에 일본과 유럽의 정서를 모두 갖고 있다 평할 수 있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자라온 배경이 달라서일까? 그의 글에서는 다른 일본 작가들의 글과는 다른 그런 느낌이 완연히 스며 있었다. 총 다섯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있는데, 사실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음악을 전공하거나 혹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긴 하지만, 그들의 연령대가 황혼에 접어있다는 것, 그래서 황혼의 사랑, 이별 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다섯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묶어 내었다.
황혼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젊었을땐 사랑했으나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밋밋해져버린 부부, 어느 새 금이 가서 서로 이별의 흔적을 가늠하고 어떻게든 이어붙이려 하지만 사실 쉽지가 않다. 그런 글을 그는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 ? 처음에 나왔던 그 부부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네? 라던지, 아니면 첫 이야기의 주인공과 같은 직업의 사람이 다시 나오는 구나? 하는 식의 연결고리에 약간의 반가움마저 들기도 한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의 한 작품으로 소개되어 읽은 책이었고, 그래서인지 재미보다는 문학성을 더 중시해 읽어야할것같았다.
선데이 타임스의 로버트 맥팔레인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녹턴>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밋밋함에 있다. 문장의 질감은 거의 두드러지지 않고, 구성은 의도적으로 단순하며, 다섯 개의 이야기 속에서 화자들의 목소리는 복제된 것처럼 비슷하다. 이런 밋밋함을 수놓는 '반복'이야 말로 작가의 전략으로 일단 이러한 되풀이가 의도적인 것임을 간파하고 나면 독자는 그 반복의 구조가 몹시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오선지가 필요할 정도로. 256p
이야기가 밋밋하면서도 단순한 구성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이 술술 읽혀 좋았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대로 작가의 전략을 꿰뚫어볼 통찰력은 없었던지라, 그의 말을 들은 후에야 그런 것이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결코 눈부시지 않지만 너무 어둡지도 않아. 라는 표지의 말. 어딘가 기대감을 심어주는 그런 문구라 생각했는데..
황혼 무렵에 읽는 이 책의 느낌은 좀더 다르게 다가올까? 아직 30대인 내 나이가 문제인걸까? 황혼에 접어들어 이제는 퇴색되어가는 사랑을 붙잡고 싶은 엷은 부부의 바램이나 아름다울때 보내줘야겠다는 황혼 무렵의 크루너 가수의 세레나데까지.. 실패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많은 단편들에 적잖이 당황했고, 이왕이면 희망을 보고 싶었던 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난 너무 해피엔딩만을 좋아하는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우물안 개구리 같은 독자가 아닌가 싶다.